한빈아, 너는 내가 보고싶지도 않은가 보다. 병원에 입원했던 그 날 이후로 너를 다시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너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점점 많아져 가는 나에게 벌을 주는 거니? 그렇다면 너는 더더욱 나타나 줘야한다. 그래야 내가 괴로워하며 너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으니.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항상 너의 얼굴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 자는 나의 모습을 한빈이 너가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옛다, 얼굴이라도 한번 봐라.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6.배려> -크르릉! 왈왈! 집앞 공원을 지나는데 큰 강아지가 나를 보며 짖고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나로써는 어떻게 해야할지 눈을 굴리고 있는게 전부였다. 이럴 때면 항상 어디선가 모르게 한빈이가 다가와 손깍지를 끼워주며 말하곤 했다.
-가자. 하면서 말이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조심스레 나의 손을 잡아오는 누군가의 손이 느껴졌다.
-가자. 같은행동, 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왜, 같은 사람이 아닌건지…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준회와 마트로 향했다. 냉장고를 살피던 준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람 사는 집에 어떻게 먹을게 없냐며 장을 보러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 이따가 볶음밥 해 먹을까? -오오, 볶음밥 좋지! -그럼 일단 파랑 당근 먼저 사야겠다.. -요리는 너가 하는거지? -넌 어떻게 된게 여자애가 요리의 요 자도 모르냐... -요리는 한빈이가 잘 하니까… 다시 든 한빈이의 생각에 침울해 지고 있을 때,
-준회야, 나 잠깐만 화장실 좀. 장 계속 보고있어…! 한빈이다. 정말 너무나도 그리웠던, 점점 잊혀져 가서 인화된 사진으로 간신히 밤마다 얼굴을 보던 한빈이었다. -한빈아…!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마트를 나와 많은 인파 속으로 몸을 감추어버린 그 모습에 여러사람을 확인해 보았지만, 결국엔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은 한빈이의 사고 현장이었다. 멍하니 가만히 있었는데 전화가 울렸다. -어.. 준회야... -너 어디야. -그러니까 여기가… 어.. 한빈이 사고난 곳... -기다려. 전화기 너머로 부터 느껴지는 준회의 화난 목소리는 이미 뒷전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보도블럭의 아래 편에는 피묻은 우리의 커플링이 있었으니까. 언제 도착한 건진 모르겠지만 화가 잔뜩난 듯한 준회가 내 앞에 서 있었다.
-000 너 정말!! -…… 아니, 그는 나에게 애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래! 왜 자꾸 나를 힘들게해! -준회야… -여기는 또 왜 왔어. 김한빈 그리면서 질질짜려고 왔어? -그게 무슨!
-내가 너 좋아해. 000.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이제 김한빈말고 나 좀 봐주라…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걸 보면… -빈아! 이거이거! 이거 이쁘다. 준회는 저게 더 잘 어울릴거 같아! -아 됐어,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걸 왜 해. -00아 나는 00이랑 같은거로 하고싶은데? -아 왜! 여기 와서는 이런거 하고 그러는거야. 누나 소원이다? 한빈아, 나봐봐. 음.. 됐다! 아이 이뻐!
-진짜? 나 이뻐? 00이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분 좋다! 준회야, 이왕이면 좀 해줘라, 소원이라잖냐. -하, 싫다니까 쌍으로… 그럼 저거말고 기린으로 주던가... -새끼, 결국에는 못이기는척 해줄거면서 처음부터 하면 좀 좋아?
-저건 좀 아니잖아. 내가 여자애도 아니고 분홍색 토끼 머리띠를 몸에 둘러야겠냐? -아... 생각해보니까 그건 아닌것 같다.. -헐, 상상했어… -아니, 안어울린다는 말은 안했거든? 이것들이.. 12년의 공부의 종지부인 수능을 끝내고 몇일 후, 우리는 놀이공원에 왔다. 셋이서는 처음 오는 곳이었고,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해방감에 미친듯이 놀자는 의견을 내세워 도착한 이곳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00아 내 손 잘 잡고 반대손은 준회 잘 잡고! -한빈아 내가 무슨 애야? -응, 내눈에는 아직 아기야. 얼른 잡고 이동하자 놀이기구 타고싶다며 이렇게있다가는 몇개 못 타고 가겠다! -아, 괜히 왔어... 투덜대면서도 내 손을 꽉 잡는 준회였기에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빠르게 놀이기구 앞에 설 수 있었다. -우와, 진짜 무서워보인다.. 이거 엄청 빠르다던데 어떻게하지? -괜찮아, 내가 있잖아! 무서우면 내손 꼭 잡아. -이딴게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
-아 진짜 구준회.. 내가 정말 웃겨서 말이 안나온다 -준회야 좀 괜찮아? -어우 잠깐만, 속 안좋아… 놀이기구에 탑승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걸 왜 무서워하냐고 하던 준회인데... 이거 완전 허세덩어리였네. 준회는 어지러운지 기둥을 붙잡고 속을 부여잡고 있었고, 옆에선 한빈이가 그런 준회를 보고 웃음을 멈추지못해 꺽꺽대며 울다시피 웃고있었다. -김한빈, 나 좀만 쉬고 있을테니까 00이 데리고 다른거라도 하나 타고와라 -그래그럼. 00아 가자. -준회야 괜찮겠어? -어. 괜찮으니까 갔다와 000과 김한빈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벤치위에 털썩 앉아버리는 준회였다.
-하... 나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까짓 놀이기구쯤은 몇십번이고 탈 수 있다. 일부러 못하는 연기까지하며 둘을 배려했다는것을 그들은 알까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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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회가 고백을......! 과연 여주의 반응은......? 글 속의 준회는 정말 멋있네요. 물론 실제 모습의 준회도 당연히 멋있습니다! 어떻게 수능보신 독자님들은 잘 보셨나요? 저는 독자님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평소처럼 편하게 봤습니다! 시험 잘 보셨길 바라고, 저는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아도니 글 품질에 더더욱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고, 비회원들도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은 가장 최신글에 신청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디든 달아주셔도 귀신같이 찾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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