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처음보는 누군가 나를 알아보았을 때
"대표님 이거 보세요."
"뭐."
"이혁신 회장님께서 오늘 양복동에서 저녁 약속이 있으시다고..
제가 오늘 이혁신 회장님 만나 뵙고 계약 꼭 하겠습니다."
"아니야, 안 그래도 돼."
"네? 그럼.."
"내가 직접 갈게. 원래 나이 많은 회장들은 비서들이 대신 가는 거 싫어해.
그리고 네 얼굴보단 내 얼굴이 낫지 않겠냐."
"…아."
"농담이야, 임마. 그만 가봐, 오늘은 일찍 퇴근해. 아들 생일이라며?"
비서의 어깨를 두드리며 먼저 앞장서자, 비서는 '감사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인다.
아오 저.. 얄밉다가도 잘챙겨준다니까 츤데레야 뭐야..
그래도 신이나는지 덩실덩실 춤을추며 방향을 돌리던 비서에 일우가 힐끔 뒤돌아 비서를 보고선 픽- 웃는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어, 누나.. 나 볼일이 좀 생겨서 좀 늦을 것 같아. 그냥 따로 저녁 먹어..
아니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생일케이르를 불어? 됐으니까, 그냥 먼저 드세요."
전화를 끊은 일우는 저녁상 위에 자신의 케이크까지 올려있는 걸 상상하고선 헛웃음을 친다.
아무리 막내라고 해도 이렇게 아직도 애취급이라니.. 서른여덟에 촛불 분다는 건 좀 웃기지 않나.
회장의 저녁식사가 끝날 때까지 레스토랑 앞에서 차를 세워놓고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지금 막 퇴근했는지 여자가 레스토랑에서 나오자, 반한듯 일우가 입을 벌린채 여자를 바라본다.
"……."
회장놈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보는 건데.. 뭐 사실 이건 다 핑계지만.
팔짱을 낀채로 여자를 계속 보던 일우는 갑자기 인상을 쓴채로 손잡이에 손을 댄다.
여자의 뒤를 따르며 핸드폰으로 여자의 다리를 찍고있는 남자에 화가난듯 일우가 차에서 내려 남자를 쫒는다.
걸음은 왜 이리 빠른지.. 일우가 긴 다리를 휘저으며 뛰어가 남자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운다.
"이봐 당신 뭐하는 거야?"
"누구신데 남의 어깨를.."
"누구신데 남의 어깨를? 그쪽 지금 저 여자 다리 찍었잖아. 내가 뒤에서 계속 봤거든.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거야? 그거 찍은 거 또 인터넷에 퍼뜨리고 돈 받으려고?"
"뭔.. 소리예요?"
남자가 도망치려는듯 눈치를 보다 몸을 움직였고, 일우가 남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밀어낸다.
뒤로 밀려난 남자는 화가 나서는 일우에게 달려들었고, 일우는 침착하게 제압시킨다.
"……."
"미친놈아!!!!"
"나랑 경찰서 가던가, 그 핸드폰에 있는 사진 지우던가."
"지우면 되잖아, 지우면."
"지워."
"이 손을 놓아줘야 지우던지 할 거 아니야."
손을 놓아준 일우에 남자가 핸드폰에서 사진을 지웠고, 일우가 일일히 하나씩 확인을 해보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됐네.. 저 여자 그만 따라가고 이제 니 갈 길 가라. 일우의 말에 남자가 화난 얼굴을 하고서 뒤를 돈다.
"어 누나. 아.. 할머니가 나 없으면 저녁 안 드신대? 그럼 알겠으니까
한.. 두시간 정도만 기다려. 금방 갈테니까."
산속에서 눈을 뜬 일우는 인상을 쓴채로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뭐야 여기가 어디야.. 불빛이라곤 안 보이고.. 분명 아까는 저녁시간이라 좀 어두웠는데 왜 이렇게 밝지?
우선 핸드폰을 찾으려 주머니란 주머니를 다 뒤져본 일우가 당황한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내 핸드폰은 어디간 거고.. 내가 왜 여기있는 거야. 나 아까 굴렀나? 근데 산속에 있다고?
"도대체 어디야 여기가 진짜.. 살다살다 별 일이 다 일어나네."
거기 누구 없어요!? 일우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길 찾기 전에 배고파서 돌아가시겠네."
한참 숲속을 해매이다 한시간이 흘렀을까.. 눈 앞에 떡하니 보이는 작은 집 하나에 일우가 일단 반가워서 웃으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아무도 없나요?' 일우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건 새 소리 뿐이었고, 일우는 조심스레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한쪽에서는 웬 여자가 아니.. 이누가 빨래를 널고 있었고, 일우가 여자에게 다가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
"저기요. 그.. 죄송하지만 제가 길을 잃어서 그런데요.. 핸드폰 한 번만 빌릴 수 있을까요."
"……."
"분명히 제가 저기 뭐야 레스토랑 앞에서 걷고 있었는데요. 눈을 떠보니까 산속인 거 있죠.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저도 지금 제가 왜 여기있는지 너무 궁금하고, 당황스럽고.. 그래요 하하."
"……."
"저기요."
"……."
"대답 좀 해주시죠. 어려운 부탁 하는 것도 아닌데.. 핸드폰 한 번만 씁시다."
"……."
"제 말이 안 들려요?"
이누가 빨래를 널던 손을 바들바들 떨었고, 일우는 이누의 손을 보더니 얼굴을 확인한다.
식은땀도 흘리고.. 그리고 이 여자는..
"어.. 분명히 아까.. 레스토랑에서 나왔던.. 어! 그래! 저 그쪽 몰카 찍는 사람 쫒아갔었는ㄷ.."
"저기요."
"…네?"
"제가 레스토랑에서 나온 건 어제 저녁이구요.."
"……."
"그쪽 죽었어요. 지금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사람 행세 하는 거구요."
"에? 아니 이 사람이 뭐라는.. 와... 아니 전화 한통 쓴다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습니까? 이봐요.."
"당신 죽었다구요. 원래 갑작스럽게 죽는 영가들은 자기가 죽은 줄 몰라요."
"……."
"땅을 봐요."
이누의 말에 바닥을 본 일우는 놀란듯 두눈이 커진 상태에서 미동이 없었다.
이누의 그림자는 있었지만 일우에게는 그림자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일을 자세히 떠올려봐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당신이 왜 죽었는지."
"……."
일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으로 만난 건
그 몰카범 뿐이라 한참 가만히 서서 이누를 내려다본다.
이누가 무서운지 바로 등을 돌려 가버리려고 하자, 일우가 이누의 손목을 잡고선 말한다.
"내가 귀신이라면 네가 왜 만져지는데."
"저는."
"……."
"귀신을 봐요. 10년 전부터 안 보였었지만.. 갑자기 왜 다시 보이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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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아저씨랑 연애한데 기다리묜소 읽으시라구용~_~
오늘 1시반까지 글 안 나오면 내일 나오는 걸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