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도 역시 푸르르구나….”
도경수 저 미친놈이 또 시작이다.
[오백] 문학소년 도경수.
경수는 3학년 7반의 반장이다.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노래도 춤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여자는 아니더라도 귀여운 남자친구도 있고.
그래서 백석고에서 도경수를 모르는 애는 없었다. 다만 경수에게 단점이 하나 있다면 지나친 문학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거 정도?
“백현이 너는 참 눈이 깊어.”
“응 경수야.”
“그리고 입술은 붉은기가 도는게 참..”
“응”
“무슨맛이 나나 베어물고 싶은걸? 하하.”
백현은 경수의 올해 3년째 접어드는 남자친구다. (남자친구라 쓰고 여자친구라 읽는다) 백현과 경수의 첫만남은 고1 입학식날 이었다.
다들 자신들이 입학한 고등학교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바빴는데 유독 한 아이만 앞자리에서 시집을 읽고 있던게 아닌가?
호기심이 생긴 백현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 '뭐 해?' 하며 물었고 그 아이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말 했다. '시 읽어.'
자신과 또래인 아이들 같지가 않았다. 차분한 음성에 침착하게 가라앉은 눈. 백현이 경수에게 반한 순간 이었다.
그 뒤로 백현은 경수에게 온 갖 추파를 던졌고 마침내 사랑에 골인했다.
“경수야 제발 그딴 문학책 좀 그만 읽으면 안돼?”
“뭐라고 했어?”
“그딴 문학책 좀.. 꺅!”
차분했던 경수가 자리를 박 차고 일어섰다. 그 덕에 백현은 놀라서 큰소리를 냈고 반 아이들의 시선이 경수와 백현에게 쏠렸다.
아오 씨발 도경수.. 백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미간을 좁히고 아랫입술을 깨무는 백현을 내려다 보던 경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백현의 손목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경수는 말 없이 학교 정원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말 없이 걷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는 백현은 괜히 도경수를 건들였나 생각하고 사과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겨..경수야”
“백현이 넌 내가 문학책 읽는게 그렇게..”
“아..”
“싫느냐..”
“씨발”
“뭐?”
“존나 싫어 경수야.”
백현의 거친 언행에 경수는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경수가 미안. 내가 사극물을 좀 읽어서 말투가 헛 나왔다.
백현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백현아 하늘은 이렇게도 높은데.”
“응.”
“우리의 키는 왜 이렇게도 낮은걸까.”
“...”
“하느님은 무심도 하시지..”
경수의 중얼거림이 듣기 싫었던 백현은 폰을 꺼내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경수는 그런 백현이 못마땅 한 지 자신의 가방에서 시집을 꺼냈다.
그런 경수를 흘깃 쳐다보던 백현은 결국 화가 났는지 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쳐넣고 나 갈래. 라며 심통난 목소리를 냈다.
“왜 가?”
“짜증나 너.”
“먼저 웹툰본게 누군데?”
“너 그딴 말투랑 시집 좀 보지 말라고 시발!”
“또 이거 때문이야?”
“그놈의 시집! 시발 나한테 시집이나 오던가!”
백현의 어이없는 발언에 경수는 푸흡 하고 웃었다. 백현 딴엔 화가나서 한 말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귀엽나 싶기도 하고. 이런 백현의 모습이 경수가 일부러 시집을 챙겨 다니는 이유였다
“아 귀여워 변백현”
“나 지금 졸라 화났거든? 그런 달콤한 말로 화 풀리게 하지마!”
“귀여운 백현이한테 뽀뽀를 하고싶다”
“하 진짜.. 하! 그럼 하시던가.”
우리 백현이 입술은 붉고 작아요. 인소속에서 여주나 남주를 비유할 때 앵두같은 입술 이라는거 있잖아요? 그게 딱 우리 백현이 입술 이예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경수는 백현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찍어 눌렀다.
그렇게 2초 정도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백현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경수는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던 시를 읊어주겠다고 했다.
뽀뽀에 기분이 좋아진 백현이 그래 읊어봐. 하며 인심을 베풀었다.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꽃 피는 대로”
“...”
“살구꽃이 피면 살구쫓이 피는 대로”
“...”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
“그리워요.”
“응”
“보고 싶어요.”
“...”
“손 잡고 싶어요.”
“손 잡아 줘.”
“다, 당신 입니다.”
“시로 고백 하기는. 내가 설레여 할 줄 알았어?”
“안 설레? 실패했다.”
“좀 설레. 문학소년이 이런거에나 좀 효과 보네”
경수는 그런 백현을 지그시 쳐다보며 괜히 손장난을 치는 백현의 손을 꼭 잡았다. 저녁이라 차가웠던 백현의 손은 늘 따듯한 경수의 손이 닿자 자신의 손도 따듯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백현은 아무리 경수가 문학소년 티를 팍팍 내도 영원히 사랑할 거라 다짐했다.
“경수야 나는 너가 참 좋아”
“나도 좋아”
“정말 정말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백 행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