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미대생인 나보다도 더 좋아해 가끔 스튜디오에 들어와 아무도 이해할수없는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붓을 잡고 움직이는 너의 크고 하얀손이 좋아서.
열심히 움직이는 너의 도드라진 날개뼈가 좋아서.
계속 보고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비오는 날이 싫다고 했다.
네가 좋아하는 축구를 할수가 없고 축축해서 싫어한다고했다.
그래서 나는 비를 좋아한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너는 웃음이 참 헤펐다.
원체 웃는 상이기도 했지만 네 얼굴에선 방글방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뭐가 그리 좋냐 물었더니딱히 좋은게 있어 웃는게 아니라 그냥 웃음이 습관이 되어버렸단다.
너무나도 너 다워 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스킨쉽하는것을 좋아했다.
시도때도없이 내 어께를 감싸안았고
내 손에 깍지를 꼈고
내 목덜미를 지분거렸다.
너의 따듯한 손이 나를 만질때마다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부끄러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네가 나를 떠난 날은 네가 싫어한다했던 비가 오는 날이었다.
7월의 중순, 장마의 끝자락이었다.
나를 만나러 오던중 일어난 교통사고라했다.
비가 쏟아져 운전자의 시야가 흐릿해 미처 너를 보지 못해 일어난 사고라 했다.
난 너에게 아무 말도 못했는데.끝까지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나는 너에게 해줄 말들을 평생 내 가슴속에 박아놓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데
그런데
창백한 루한을 앞에 두고 나는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루한."
"..."
"루한."
사랑한다는 말을 끝까지 해주지 못했다.
멍청한 김민석은 루한에게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콘방에 썼던건데 루민으로도 써봤어요...(후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