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마마. 평생 마마의 곁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마마의 펀이 되어드린다는 약조를 드린적이 있사옵니다. 기억하시옵니까? 송구하오나 그 약조, 지키지 못 할 듯 하옵니다. 마마께서 이 서신을 받으실 무렵, 저는 마지막 전투에 참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녀는 이 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습니다. 마마의 나라, 마마께서 나고 자라온 고향을 지키기 위해 소녀의 목숨이 필요한 것이라면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고작 저잣거리 부랑자에 불과했던 소녀를 거둬 보살펴주시고 할 줄 아는것이라고는 부족한 검 솜씨 밖에 없던 소녀에게 마마의 안위를 부탁하시면서까지 머물 곳을 찾아주시려던 마마의 하해와 같은 마음씨에 소녀는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여인이 이리 거칠기만 하면 어찌하겠느냐- 하시고 서툴기만 한 저에게 바느질이며 자수며 손수 가르쳐 주시는 마마를 보며 저는 항상 부끄럽기도 하였사옵니다. 저같은게 과연 마마의 곁을 지켜도 될까. 하는 걱정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마마는 그런 저의 걱정을 알아차리셨는지 항상 괜찮다 견아. 하며 저를 달래주시곤 하셨죠. 그때 마마의 목소리는 소녀가 죽어서라도 잊을 수 없을 듯 하옵니다. 그 옛날, 공주마마이시던 마마를 처음 저잣거리에서 뵌 날, 마마께서 소녀의 이름을 묻지 않으셨사옵니까? 그때 소녀는 이름이 없다 답하였구요. 이름이 없다고 답한 소녀에게 나는 너를 나의 분신처럼 여길 것이다. 무너지지 말고 항상 단단히 나의 곁을 지켜다오- 하고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견이라는 이름을 주셨을 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허언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름이란 아비가 남겨주고 간 마지막이자 유일한 흔적이었습니다. 소녀와 소녀의 아비가 피가 이어진 부녀관계라는 것을 드러내는,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이름이었습니다. 마마께서는 항상 소녀의 본명을 궁금해 하셨습니다. 그런데 견아, 길의 미물들도 존재함으로서 이름이 생기는 것인데 하물며 핏줄이 있는 너에게는 어찌 이름이 없다는 것이냐? 하시면서요. 공주마마, 아직도 소녀의 이름이 궁금하십니까? 하찮기만 한 소녀의 이름은. 강슬기이옵니다. 추신. 이 것을 처음 보게 될 아무개에게 부탁하네. 혹여 이 서신이 마마께 아픔이 된다면 마마께서 몸을 잘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게. 그리고 승전보가 궁에 도착하면 나의 사가로 가 침실 서랍에 있는 옥빗을 마마께 가져다 드리며 비천한 소인이 올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을 전해주게나. 이 서신은 나의 마지막 서신이 될 것이고 누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그대에게 하는 본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 될 걸세. 부탁이네. 꼭 부탁하네.
그냥 써본 글이라 짧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