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
나에게 차갑게 말하는 아저씨였다. 그런 아저씨 때문에 눈물이 펑펑 흘렀다. 주저 앉아 울어도 아저씨는 내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아저씨에, 애타게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가 그런 나에게 말했다. 일어나.
응?
아니, 거기서 들린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내 앞에 아저씨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안 일어나냐. 김동혁."
그 말에 눈이 탁 트였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아저씨의 모습에 다시 헉 했다. 그리고는 상황파악을 했다.
아, 꿈이구나.
괜히 오소소 소름이 돋아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티비를 켜며 소파에 앉는 아저씨만 보였고 차갑던 아저씨는 없었다.
그저 바보같이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는 아저씨가 있을 뿐. 내가 침대에서 눈만 크게 뜨고 있자 그런 내게 아저씨는 말한다. 어제 너 때문에 팔 나가는 줄 알았다. 아저씨의 말에 어제 안겨져서 갔던 것이 생각나서 그냥 갈 걸 그랬다면서 미안하다고하자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가 이내 말을 바꾼다.
"그거 말고, 너 어제 나한테 안겨서 잤잖아. 기억 않나? 팔 나가는 줄 알았어."
헐.
아저씨는 놀라는 나를 보면서 일부러 아픈 시늉을 했고 나는 그런 아저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멘붕이 왔다.
뭐야, 나 왜 아저씨한테 안겨서 잔거야. 뭐야.
뻥져있는 나를 보더니 침대에서 살거냐면서 이불 정리하고 내려오란다. 나는 알겠다고한 뒤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불 정리를 하고 거실로 나왔다.
내가 안겨서 잤다니.
안겨있는 나와 나를 그냥 내버려두는 아저씨의 모습을 그려보자 다시 내 얼굴은 붉어졌다. 티를 안내려고 티비를 보고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뭐가 그리 재밌나 싶었는데, 무슨 옛날 드라마를 보고있다.
내가 이게 재밌냐는 듯이 물으면서 옆에 앉자 그냥 틀어놓은거라면서 채널을 돌린다. 내가 아저씨의 눈치를 보다가 과자를 한 개 집어먹으려고하자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내 손에서 과자를 뺏는다.
"과자도 못 줘요?"
"너는 공부해야지. 아침이 얼마나 중요한데, 밥 먹어. 밥."
밥 먹으라면서 식탁을 가르키는데, 이게 웬걸 정말 오랜만으로 아저씨가 요리를 했다. 매번 안 챙겨먹어서 내가 반찬하고 밑에 층 아주머니한테 받아서 주는 것만으로 먹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자기는 배가 안고프다면서 먹으라고 식탁에 앉으란다. 과자를 더 먹고싶었고 아침은 원래 간단한걸로 떼우는 나였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해줬는데,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탁에 앉았다.
그럼 그렇지…. 아저씨가 무슨 요리를 해.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계란은 어떻게 부친건지 울퉁불퉁, 김치 복음밥의 김치는 그냥 생김치로 넣은건지 크기도 제각각이다. 아저씨는 과자를 먹으며 내 눈치를 보다, 내가 웃자 뭐가 문제냐면서 얼른 먹으라고한다.
어쩔 수 없이 한 술뜨는데, 그래도 할 줄 알고 할 수 있는 요리가 김치볶음밥이라던 아저씨는 맞긴한가보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평가를 해달라는듯이 쳐다보는 아저씨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맛있지? 라고한다.
아침부터 아저씨의 웃음을 보자 오늘 하루는 잘 풀릴 것 같았다.
아저씨가 준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오늘 공부를 살피고 있는데, 물을 마시러 온 것인지 주방에 오다가 내 핸드폰을 쓱 쳐다보며 말한다.
"…이제 수능 공부 하나보네."
"뭐, 그렇죠. 이제 세달도 안 남았잖아요."
그러자 아저씨는 내 머리를 툭툭 두들겨주면서 화이팅 이라고 한다. 손을 씻고는 물을 한번 마시고는 나에게 물컵을 건내준뒤 다시 나를 지나치는 아저씨에 뭐지 싶어서 아저씨를 쳐다보는데 무언가에 끌리듯이 다시 침대로 간뒤 누웠다.
"잘거에요?"
"응, 어제 너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공부하고, 점심시간되면 깨워라."
무슨 여기가 학교에요?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아저씨도 웃으면서 나한테 잘자. 좋은꿈꿀게. 라면서 눈을 감는다. 그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저씨가 해준 볶음밥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했다. 아저씨가 준 물컵을 그냥 그대로 마셨다. 뭐, 이렇게라도 간접키스해야지.
실실 웃으면서 마셨던 물컵도 설거지를했다. 밥도 다 먹고, 공부를 하러 가야하는 독서실때문에 아저씨 눈치를 보다 또 내가 사라졌다고 화를 내시지는 않을까, 점심시간에 깨워달라고했는데 걱정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작은 메모지에 메모를 남겼다.
[아저씨! 나 찬우랑 독서실에서 공부하러가요. 적어도 7시 안에는 집에 돌아올게요! 점심시간에 못 깨워줘요ㅎㅎ]
조심조심 옷과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자, 아직 환기가 안 된 환경에 한숨을 푹 쉬고는 대충 공부할 것이랑 안경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찬우와 만나기로 했지만 오늘따라 먼저 연락이 없는 찬우가 꺼림직했다.
무슨일 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늦게 일어난 나 때문에 먼저 독서실가서 공부중일 거 같아서 괜찮다며 혼자 위안하고 점심이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한 뒤 매일 오던 독서실로 왔다. 카드를 찍고 내 자리로 들어가는데, 웬걸. 옆에 있어야 할 찬우가없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할 것 같아서 내 자리에 짐을 풀고 공부를 시작했다.
1시간, 4시간이 지날때 쯤. 점심시간이되어도 찬우가 안 오자 걱정이 되었다. 점심도 사먹고, 찬우에게도 연락할 겸 근처 마트에서 컵라면을 사서 밥을 먹고 찬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왜 안와?]
걱정되는데 문자는 참 딱딱하게한다. 답장이 오기를 기달리면서 컵라면을 먹으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컵라면이 끓여지고 내가 컵라면을 먹는 20분동안 아무런 답장이 안왔다. 아직 안 일어났나, 어제 피곤해서 아직 자고있나 싶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컵라면을 치우는데.
파란불을 띄고 문자메세지가 왔음을 알리는 아이콘이 떴다. 뜨자마자 컵라면을 던지고 핸드폰을 볼 뻔했지만 빨리 쓰레기통에 컵라면을 집어놓고 물도 마신뒤에 문자를 확인했다. 혹시 무슨일이 있을까 조마조마했다.
[지금 출발해]
뭐야.
의외로 간편히 온 문자에 얘가 늦잠이라도 잤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원래는 전화를하며 미안하다고 빨리간다며 애교를 부리며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야하는 찬우였는데, 마음에 걸린거라면 그것뿐이다.
양치질을하고 밥을 먹어서 자꾸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공부를 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공부를 하고있었을까, 실수로 문제를 풀다가 샤프선을 찍 그음과 동시에 옆에 가방이 내려놓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잠이 깨어서 옆을 쳐다보자 아무말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공부할 것을 꺼내서 책을 펼치는 찬우다. 나도 그런 찬우 덕분에 잠이 확깨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화난 게 있나. 오늘 기분이 안 좋나. 아니야, 분명 어제 한빈이아저씨 만났잖아.
눈앞에 문제가 안 보이고, 옆에서 아무말 없는 찬우가 더 신경쓰여서 머리를 싸메고있었다. 그러다 찬우의 눈치를 보며 메모지에다가 무슨일있어..?라며 소심히 적어서 붙이려고했는데, 옆을 다시 돌아보자 찬우는 엎드려 공부를 안하고 자고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잘때도 자지말라면서 날 깨우던 찬우였는데, 그런 찬우를 보자 내가 더 놀래서 찬우를 툭툭 두들겼다.
아무런 미동이 없어 어디 아픈가 싶을때, 찬우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깜짝놀라서 소리는 못 지르고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는데, 찬우의 눈이 빨갛다. 울 것 처럼 빨게져서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 얘기 좀 들어줘."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아니 조금 힘들어 보이는 찬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에 짐을 챙겨서 찬우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찬우는 처음에 아무말 없이 날 보더니 걸어갔다. 따라오는 것 같아서 찬우를 따라갔는데, 가다보니 찬우의 집이 나왔다.
집와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아무래도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우울해져있는 찬우에게 아무말을 안 건냈다. 핸드폰 시계를 살짝 보니, 아저씨랑 오기로 한 시간은 안 지났지만 거의 다가고 있어서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데. 어느 순간, 찬우네 집으로 들어왔다.
앉아.
낮은 목소리에 힘없는 목소리에, 아저씨로 고민하던 마음은 찬우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찬우가 앉으라고해서 식탁 맞은편에 찬우와 마주보고 앉는데, 찬우가 냉장고를 뒤적거리더니 맥주한캔을 꺼내서 온다.
내가 그런 찬우를 보고 놀라는데 난 마시지 말라며 다시 내 맞은편에 앉는 찬우에 일단 아무말을 안했다. 찬우는 맥주캔을 따고선 한모금, 두모금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를 마시고만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싶어서 찬우를 더 걱정하는데 찬우가 갑자기 나에게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꺼낸다.
"동혁아."
"응?"
"나 한빈이 아저씨한테 그만 만나자고했다."
"어?"
그말에 놀라서 내가 찬우를 쳐다보자,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맥주 한모금을 더 마시는 찬우다.
"수능 끝날때 까지만 그만 만나자고했어.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조금 안 만난다고 뭐 달라지겠냐고. 연인사이면 이해하는데 우린 아무사이 아니라고했었어."
"…."
"연락도 하지 말라고했어.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공부하려고 책을피는데 책은 안들어오고, 아저씨가 자꾸 보고싶더라. 어제 너무 모질게 말한 것 같아서 죄책감에 공부는 더 안되고. 나는 아저씨 만나면 더 생각나서 공부 안 될까봐 그런거였는데…."
"…."
"…나 잘한 거 맞을까?"
찬우는 여린마음에 그게 신경쓰였는지, 눈에서 눈물 한방울을 툭툭 떨구면서 말한다.
찬우의 말에 더 충격먹은 거는 나였다. 나도, 나도 공부하고 수능준비해야하는데 나도 아저씨랑 멀어져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공부할때 잡생각으로 아저씨랑 뭐하고놀지라는 생각에 빠질때가 많으니깐.
그리고 내 앞에서 한탄을 하며 술을 마시는 찬우가 내 마음속에 콕콕 박혔다.
아저씨도 한빈이 아저씨와 같은 반응일까.
내가 그런말을 할 수 있을까.
머리도 복잡한데, 찬우가 울어서 대충 달래주고, 아무말도 못해주고 찬우의 집을 나왔다. 핸드폰 들여다보니 이미 7시는 넘었고, 11시를 향해가고있었다. 3시간동안 찬우의 말을 들어주면서, 달래줬다.
의외로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없어서, 찬우네 집에서 내 집으로 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하고 걸었다. 나는 아저씨를 무시할 수 있을까. 내가 아저씨한테 말을 할수나 있을까. 내가 그런다고해서 공부가 더 잘될까.
바닥을 보며 그런 생각만하고 걷다보니, 어느새 내 집 앞으로 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계속 그 생각 뿐이었다.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나도 찬우처럼 그래야하나.
한숨을 깊게 푹 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내 눈앞에 보이는 아저씨에 놀라서 눈이 커졌다. 아저씨는 그런 날 보더니, 놀란 표정이었다가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바뀌어서 나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앞으로 끌고왔다.
"7시라며."
"…."
"지금 몇시야."
꼭 말하는 투가 나를 단속하는 애인같아서 이상한 생각에 빠지다, 우는 찬우가 머리속에서 다시 둥둥 떠다녀 표정을 굳혔다. 찬우랑 얘기하느냐고 늦었어요….라고 하자 나를 쳐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뭐가 그리 불만인건지.
"술 냄새, 설명해봐."
아….
그에 내 앞에서 술을 마시며 울다가 옷에 술을 실수로 부었던 찬우가 생각나서 옷 냄새를 맡았다. 정말 술 냄새가 폴폴 나길래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는 정말 화가 단단히 난 것인지 잡은 손목과 표정을 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저씨에게 손목을 놓으라면서 찬우와 한 얘기들을 말해줬다. 술냄새의 원인도.
서서히 풀리던 아저씨의 표정은 다시 굳었다.
아저씨가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고민하던 나에게 명쾌한 해답이었지만, 나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이었다.
"너는 나 아는 척 안하려고하지마."
"네…?"
"우리는 걔네처럼 썸타는 사이도 아니잖아. 정말 우리는 아무사이 아니니깐, 나보고 연락하지말라거나 그런말 하지말라고."
아무사이 아니니깐.
그말이 가슴에 콕콕 박혀서, 그런데 그런 나를 티내면 아저씨는 날 피할까봐 아저씨에게 웃어주면서 말했다.
"알고있어요, 우린 아무사이…아니잖아요."
.
독방에 쓰다가는 계속 이동당할 것 같아서 아예 글잡으루 루팡!! 신알신 하세요1!!!! 암호닉 받아용 우리 이쁘니들으으으르♡안녕하세욯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