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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백현은 종인과 찬열 둘 중 한명과 이어집니다. 누구랑 이어질지는 비밀!
독 점
호감을 사려고 억지로 눈가를 휘어 계집애처럼 눈웃음을 지었다. 남고라서 그런가, 같은 남자에게 마음에 든다며 볼을 꼬집히는것도 전혀 부자연스러운 광경이 아니였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나가거나, 엉덩이를 토닥토닥 거린다는 둥 거침없는 표현에서부터, 호감을 사기로 한 내 작전은 잘 먹혀들어간것 같았다. 아니, 잘 먹혀들어갔었다.
“게이새끼”
그 놈이 지독하리만치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0 1
“뭐?”
입가를 억지로 들어올리는건 어렵지 않았다. 단지 그만큼 속이 부글부글 끓을뿐
“너. 존나 더러워.”
올라갔던 입꼬리가 점점 굳어갔다.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대놓고 경멸스러운 티를 내고있는 그 놈을 보며, 미친새끼라고 멱살을 잡아올리고 싶은 감정을 겨우 억
눌렀다. 빨라지는 심장박동수와 동시에 얼굴에 확 열이 오르는 느낌이였다. 냉정하자, 냉정하게 생각하자. 몇 번이나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는 차분하게 그 놈을
쳐다봤다. 미묘한 표정이였다.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있는지, 호감을 가지고있는지 잘 구별이 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단순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질이 너무 낮
았다.
“난 게이새끼도 아니고, 더럽지도 않아.”
“그럼 계집애처럼 굴지마. 역겨워”
내가 만나본 애들은 주로 A,B,C로 나뉘었다. 그 중 C는 직설적이며, 당당하며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다. 김종인은 대표적인 C 마이너스의 예일것이다. 아니, 새로
D로 구분해놓고 싶을정도로 미친놈같았다. 나는 김종인을 어디서 만난적도 없고, 따로 원한 품을만한 행동도 한적 없었다. 초면인 주제에 너무나 당당하게 날 깎아
내리는 그 놈의 모습이 뻔뻔하고, 어이가없어 입이 뻥긋뻥긋 열리기만할뿐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김종인이 내 모습을 보고 비웃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미소를 잠시 띄더니, 느릿한 몸짓으로 내 눈두덩이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 돌발적인 행동에 잠시 주춤하는 사
이 김종인은 하나하나 훑어가듯히 손가락을 내려 눈, 코, 그리고 입술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동안 백현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더니 킥. 킥킥, 즐거워 미치
겠다는듯 낄낄 웃으며 아주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백현은 귀가 어두운편이였다. 하지만 그 말은 아주 크게, 그리고 빠르게 백현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꼭. 걸레같이 생겨가지곤.
“씨발새끼……”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백현과 종인은 뒤엉켰다. 붉으락한 얼굴을 한채 금방이라도 때릴듯 자신의 위에서 씩씩대는 벽현의 모습을 보아도 종인은 표정 변화하나
없었다. 마치기계를 연상시키는 그 표정에 백현은 순간 소름이 쫙 끼치며 손을 들어올린채 딱딱하니 굳은 표정으로 행동을 멈췄다.
종인이 그 잠깐의 틈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한번에 자세를 뒤집어 백현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백현의 빳빳한 와이셔츠가 종인에 의해 구겨졌다. 짜악. 교실안에 강
한 마찰음이 울렸지만, 여전히 이쪽을 돌아보는 애들은 없었다. 백현의 뽀얀 피부가 종인에 의해 빨갛게 부어올랐다. 동시에 살짝 고인 눈물은 안쓰럽기 그지없었
다. 종인이 무표정으로 백현의 눈 밑을 스윽 자신의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백현은 그런 종인의 행동에 더 울음이 터져나올것 같았다. 무서웠다. 한 치도 예상할수없
는 종인이 두려웠다. 저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동자에 내가 갈기갈기 찢겨질것 같았다. 마치 분노가 두려움에 잠식당하기도 한듯, 백현은 천천히 뒤로 뒷걸음질
했다.
“피하지마”
걸레새끼 주제에.
뒷말을 작게 중얼거리던 종인은 백현의 멱살을 잡고 위로 끌어올렸다. 숨이 막히는지 켁켁대는 백현의 눈가에서 또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나한테,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백현이 자신의 눈가를 급히 스윽 닦아낸후 애처롭게 소리를 질렀다. 종인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순간 백현은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종인의 웃음은 진심이였다. 그래서 더 소름끼쳤다.
“마음에 들어서”
기억났다.
나에게 김종인을 조심하라고 충고해준 7반 남자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여럿이 나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잘 새겨듣지 못했지만 그 애를 찾아야했다. 이름
이 뭐였지? 와이셔츠가 목을 조여와 숨이 막혔지만, 간신히 콜록거리며 버틴채 끊임없이 그 이름을 곱씹었다. 박……. 성이 분명히 박씨였다.
* * *
딩동댕동. 구식적인 멜로디가 적막한 교실을 울렸지만,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김종인의 눈치만 힐끗힐끗 보기에 바빴다. 김종인은 낮게 욕짓거리를
짓걸이더니, 조이고있던 내 숨통을 탁 놓아주었다. 하아, 하아. 가쁜숨을 몰아쉬는 나를 한참동안 빤히 바라보던 종인이 낮게 속삭였다.
따라와, 공개적으로 쳐맞고 싶지 않으면.
김종인은 느릿하지만, 위압적인 발걸음으로 먼저 교실에서 나갔다. 나는 머리를 재빠르게 굴렸다. 위험한 도박이였다. 나는 김종인을 따라 한걸음, 두걸음 발걸음을
떼었다. 아랫입술을 어찌나 깨물고 있었던지 피가 날 지경이였다. 점점 복도에는 아이들이 나옴과 동시에 떠들썩해졌다. 이때였다. 백현은 널찍한 종인의 등에서 시
선을 돌린후 있는 힘껏 7반으로 내달렸다. 큰 키와, 나긋나긋한 음성 무엇보다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매력적인 애였다. 금방이라도 김종인이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
며 내 뺨을 있는 힘껏 휘갈길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에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달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드르륵.
7반앞에 다다른 백현은, 잽싸게 문을 열고 들어가 뭐에 쫓기기라도 하듯 초조하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독보적으로 큰 키를 가진 그 애는 역시 찾기 쉬웠다.
창가쪽 맨 뒷자리에서 mp3를 귀에 꼽고는 엎드려 잠들어있는 그 애를, 백현은 거칠게 흔들어 깨웠다. 아, 씨발. 눈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일어난 그
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백현은 그런것 신경쓸시간 없이 다급했다. 찬열아! 급하게 이름표를 훑으며 이름을 부르자, 찬열의 표정이 점점 풀리기
시작하더니, 무슨일이야? 이내 눈을 비비며 다정하게 묻는다.
“김종인 말이야……”
입을 떼려는 순간, 타악. 누가 뒤에서 억세게 내 손목을 잡는 느낌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것만 같았다. 내 어깨에 얼굴을 올려놓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
는 그 목소리는 그렇게 아니길 빌고 빌었던 목소리였다. 왜 도망쳤어? 공개적으로 쳐맞으려고? 낄낄 웃는 김종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간지럽게 울려퍼진다. 미세하게
손을 덜덜 떨고있는 나를 찬열이 당황스러운듯 김종인과 번갈아보더니, 이내 내 손목을 잡고는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김종인의 표정이 한순
간에 굳었다. 찬열이 입을 열었다.
“변백현은 건들지마”
내 쪽으로 시선을 떼지않는 김종인때문에 나는 찬열의 와이셔츠를 꼬옥 쥐었다. 한순간에 어두워진 김종인의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떨어져”
“뭐?”
“박찬열. 변백현이랑 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