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년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돌기 시작한게 말이야.
말로는 선배를 만난다,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서도 입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야실한 웃음하며,
날 보고 짓는 재밌어 죽겠다는 그 응큼한 표정이 딱 봐도 알았지.
아, 저 년이 지금 나랑 놀아보자는 거구나.
저 씨발년이, 나를 놀려먹을 작정으로 끼를 부리고 있구나.
하루는 왠종일 물고 뜯긴건지 아니면 지가 달려들어 그렇게 된건지 발갛게 부르튼 입술로 내 이름을 불렀어.
가끔은 남자들이 많이 쓰다 못해 흔해빠진 향수의 불쾌한 냄새를 풍기면서 나한테 파고들었고,
지한테도 큰 티셔츠를 입어서 훤히 보이는 쇄골에 남은 이빨로 질근질근 깨물다 남은것 같은
불그스레한 자국을 대놓고 보이면서 나를 올려보고 말할때도 있었어. 그럴때면 오물오물 움직이는 그 입술보다도,
붉게 달아올라서는 나 오늘 남자랑 섹스하고 왔어요- 티를 내는 가슴팍이 먼저 보였지.
하루하루 갈수록 그 년 몸에서 남자 냄새가 나더라. 가만히 있던 내가 호구같이 보인건지,
아니면 그 상황 자체가 재밌었던 건지 그 뒤로부터 점점 심해지더라고. …어린게 어른 무서운줄 모르고 말이야.
갈수록 기고만장해져서는 대낮에도 정액냄새를 온 집안에 풍기지를 않나,
침대 옆에 있는 뚜껑도 없는 쓰레기통안에 대놓고 다 쓴 콘돔이 쌓여있질 않나
썅년 취향이라도 되찾은건지 아예 집에 남자를 데리고 들어오더라고.
분명히 내가 집에 있을걸, 그 시간에 내가 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있었을텐데. 그 년은.
근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 년은 점점 더 예뻐지다 못해 야해지더라고. 씹년이 절정 맞은거지.
온 몸에서 참다 못해 넘쳐 흐르는것 같은 색기에, 눈가에 달고 사는 그 야실한 물기. 곳곳에서 흐르는 살 냄새를 가장한 야한 냄새에,
항상 핸드폰 화면에 울리던 외간남자들 번호. 수화기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들리면, 자동반사처럼 튀어나오던 꺄르르 웃는 웃음소리.
남자를 꼬시지 못해서, 가랑이 사이에 남자를 채우지 못해서 안달난 발정난 여우새끼같은 웃음소리.
근데 그 년이 그렇게 썅년스러우면서도 깜찍했던건 아예 나 이 남자랑 잤어요- 하는 걸 대놓고 보여주면서도
입으로는 아니라는척, 순진한 처녀인척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서 살살 나를 굴렸다는 거야
뻔히 보이는데, 너무 뻔히 보이는데. 그 년은 그게 좋았던 거야. 지 손 아래에서 주무를수 있는 남자들이.
지 스스로가 바이건, 호모포비아건 눈 앞에 있는 남자는 다 꼬실줄 아는 천상여우라는 걸 스스로 느끼는걸.
- 아 형, 이쪽은 내 친구예요. 오해하지마요.
- 어, 오늘 형 있었네요? 난 집에 형 없는 줄 알고… 미안해요.
- 형, 나 오늘은 어때요? 달라졌어요?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사랑을 받으면 예뻐진데.
나, 이뻐요?
처음에는 웃겼어.
내 아래에 개처럼 짓눌려져서는 가랑이 벌리고 좋다고 앙앙거리던 년이 밖에 나가서 앙큼한 짓 하다 오는게.
그 후에는 짜증이 났지.
나한테 길들여져서는 딴 놈 손에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 년이 딴 놈 아래에서 앙앙거리다 왔을걸 생각하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깨달았지.
아, 이 씨발년을 내가 그냥 가만히 냅두면 안되겠구나.
사람은 사람대로, 짐승은 짐승대로.
지 주제 모르고 날뛰는, 아랫도리 가벼운 짐승은 주인이 제대로 돌봐줘야 되는거 아니겠어?
아, 아니다.
사육… 이려나?
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