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집중해 집중! 오늘부로 원미 보건소에 들어온 신입이야. 어이 거기 선아씨 이쪽좀 봐봐." 내 나이 27. 많이 먹었다면 많이 먹은 나이고, 누군가에겐 한창 청춘이 끓어오를 나이. 꿈이 없던 난, 그저 평범한 대학 졸업 후, 보건 공무원이 되어 여기 원미 보건소에서 지겹고도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여느때나 다름없이 이곳에 지낸지도 3년. 또 1년이 지난 오늘, 새로운 신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정택운입니다." 관심없이 컴퓨터에 눈을 박고있던 나의 귀를 자극하는, 맑고 얇은 목소리, 어쩌면 허스키한 여자인가..결국 궁금증을 못참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을땐 부인과 아이를 해외로 보내고 이젠 쉰내가 나는듯한, 활짝 웃을때만 나오는 금니를 보이며 껄껄대는 김팀장 옆에 회색코트. 단정한 갈색머리. 꽤 단단해보이는 체구와는 달리 긴장된듯 가방끈을 꽉 쥐고있는 하얀 손이. 내가 처음 보건소로 왔을 때의 모습같아 귀여웠다. "야...완벽하다. 저 어린 얼굴봐. 드디어 우리 부서에도 꽃청춘이 들어왔구나!!" 거의 울먹이듯이 환호성을 지르는 보건소 동기 채영이를 보고 웃음이 나와 큭큭됬더니 그 남자도 이쪽을 보고선 고개를 푹 숙이곤, 어깨를 으쓱댔다. '뭐지...웃는건가..' 아무래도 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친구인것같다. "몇살이야? 어디 살아? 차는 있고?" 어느덧 팀장님이 나가고 그를 처음봤을때부터 쭈욱 입이 벌려져선 눈을 반짝이던채영이가 이제 막 책상에 검은색 서류가방을 내려놓던 그에게 무지막지한 질문공세를 던졌다. "나이는..25살..인천 삽니..차는 없어요." 마치 말이 끊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그의 말을 듣곤 '하긴, 이제막 군대갔다왔을 나인데 차가 있을리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생각과는 달리 채영인 아쉬운듯 입을 쩝. 다시며 "차 없으면 버스 타고오나?" 라고 그에게 물었고, 그는 대답대신 채영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줄곧 이어지는 질문에도 그는 짧게 "네."라고 하거나 또는 고개를 살짝 젓으며 대답하였다. 그의 무성의한 태도에 답답한건지 채영이는 쭝얼거리며 자리를 떳고, 그는 그제서야 의자에 앉아 크게 한숨을 쉬곤 우리 부서를 두리번댔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는 기웃거리다 눈이 마주친 나에게 짧게 목인사를 한뒤, 검은색 서류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며 꽤나 진지하게 책상정리를 했다. 그것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이였다. 첫게시물이네요. 잘부탁드립니다. 댓글이 달리면 계속 글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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