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아- 내가 잘못했어. 응? 빈아?"
"됐어요. 저리가요. 형 보기도 싫어요."
"빈아아아-"
평소같으면 슬슬 웃음기가 돌고 입꼬리를 씰룩 거리다가 환하게 웃어줄 법도 한데.
재환은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홍빈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이 모든 잘못은 그래, 다 한상혁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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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일인데 뭐해줄까?
-빈이 형이랑 벌써 백일이에요?
-뭔가 특별한거 해주고 싶은데...효신선배님 씨디모음이라도 사줘야 하나.
-그건 이미 다 있을걸요?
음악을 틀어놓고 가볍게 리듬을 타면서 말하는 상혁을 물끄러미 보다가 소파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니까, 해줄게 없다고! 오또카지.
-혁아 지금 형 심각해. 빨리 아이디어를 줘봐.
-몰카어때요?
-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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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간단했다. 백일이 되기 하루 전에 사소한 일로 화가 난 척 홍빈을 피하다가 백일이 끝나갈 무렵 준비한 선물과 함께 공개하면 되는거다.
사실 다 몰래카메라였어, 하고.
그럼 홍빈이가 눈물 좀 흘리다가(사실 홍빈이 성격 상 절대 안울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같이 준비한 케이크도 먹고 귀걸이는 끼지 않으니까 대신 준비한 목걸이를 나눠끼면 되는거라고. 그럼 그 날 하루가 아주 특별하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형 저리 가라구요. 붙지 말라구, 좀."
이렇게 진심으로 화낼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러니까 그때 반짝이던 상혁의 눈빛을, 그 안에서 반짝이던 장난끼를 모른척 하면 안됐던 거다.
아, 모든건 거기서 부터 꼬인거야. 이건 다 한상혁의 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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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아... 형이 진짜 잘못했어..."
시무룩한 재환형의 표정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이젠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내 무릎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눈썹 아래로 짙게 음영진 눈이 측은할 수록 더 놀리고 싶어지는 마음. 그러니까 어디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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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몰카? 몰카라고?
- 네. 재환이 형이 백일날에 몰카할꺼에요.
일자로 무너지는 상혁의 눈 사이로 반짝- 재밌는 구경거리를 물었다는 듯 장난끼가 스친다.
화난 척 하다가 깜짝 선물 줄거라는데요? 라고 말하는 상혁의 말이 귀를 거쳐서 머리에 전달된다. 아, 진짜 재밌어. 라는 말로 바뀌어서.
-근데 왜 말해줘?
상혁에게 묻자 실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재밌잖아요.
-형들 연애가 아주 장난감이지? 쿵하고 맞아볼래?
상혁이 얄미워 때리는 시늉을 하자 옆에 있던 쿠션을 들어 주먹을 막더니 아주 비밀스런 제안을 하듯 몸을 가까이 댄다. ...형, 역몰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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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내가 시무룩한척 하는 동안 성공적인 몰카라며 실실대다가 화난 척을 하던 재환이 형의 표정이 스쳐지났다.
이렇게 거짓말을 못하면서 무슨 몰카야, 이형은. 참 꿈도 크지.
이젠 내 무릎에 고개를 묻고 정수리만 보이는 형을 보다가 고개를 드니 연습실 창 밖으로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상혁이 보인다.
'성.공.?'
또박또박 입모양으로 묻는 상혁에게 오른손을 들어 오케이 표시를 해보이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으며 뒤돌아 간다.
이젠 이 몰카를 끝내야지.
"형-"
"응?"
"미안하면 뽀뽀나 해봐요."
뭐라고? 하며 코까지 커질 듯 깜짝 놀라다가 이내 화풀렸냐고 품에 달려는 모습이 커다란 강아지같다.
"뽀뽀하면,"
"응, 뽀뽀하면?"
실실 웃는 얼굴이 벌써 다가온다.
잠깐만, 나 아직 말 안끝났는데-
입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이 멀어지면 그때,
지금까지 켄형의 몰래카메라였다고- 말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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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글 쓴 김에 오늘 또 올립니다.
하루의 두개의 글이 올라갔네요ㅎㅎ
적은 수든 많은 수든 읽어주시는 분들은 소중합니다.
오늘 함께 올린 '금따는 콩밭'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작가는 포인트가 아니라 반응보구 사는거 아시죠?8ㅅ8 (댓글구걸...우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