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회는 왔다 - 이재환
숙소에서 한번 소음이 있고 난 후, 택운이형은 그 어느때보다 재활에 열중했고 학연이 형과
동생들도 각자 스케줄 소화나 연습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그러던 중 매니저형에게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소극장에서 작은 콘서트 같은게 열릴거야, 거기에 빅스는 게스트로 나가게 될건데 퍼포먼스가 아니라 아마 아카펠라 버전으로 나가게 될거야.'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기회가 택운이형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멤버들과 형들은 벌써부터 설레어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그 어느때보다 정확한 화음을 내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어쩌면 신이 주신걸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모두 매한가지 일테니까.
연습실에서 화음을 맞춰보며 연습을하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택운이 형이 물을 마시려 들자 학연이 형이 재빨리 뚜껑을 따서 건넨다.
"..안이래도 돼"
"별 뜻없어 그냥 나 마시다 너 준건데"
그런 학연이 형의 작은 호의가 싫진 않았는지 이제야 조금씩 움직임이 보이는 오른손으로 물병을 받아들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대로 툭- 떨궈버렸다.
연습실 바닥은 순식간에 흥건해지고 당황한 택운이 형은 일어서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쓰러지듯 넘어졌다.
깜짝 놀란 멤버들이 달려와 형을 부축하고 학연이 형은 손에 휴지를 꽉 쥔채 입술을 앙다물고 연습실 바닥의 물을 닦아낸다.
조금은 속상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눈치를 보다 택운이 형을 보니 꽤나 당황한듯 억지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말하고있다.
"진짜 괜찮아요?"
"아, 어.. 미안, 내가 정신을 놓고있는 바람에.."
학연이 형이 바닥을 다 닦고 일어나 휴지를 더 뜯어내 택운이 형의 몸에 묻은 물까지 다 닦아낸다.
"..감기들어 바보야"
툴툴대면서 말을 하지만 어지간히도 속상한지 누가 울보아니랄까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울지 말고,"
택운이 형의 말에 목을 가다듬더니 우는거 아니라며 그새 너스레를 떨어온다.
나름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듯한 형들의 모습에 뿌듯해하며, 그날 연습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D-day 비록 게스트로 두,세곡 부르는게 전부지만 실로 오랜만에 서는 무대에 설레하는 모습을 감출수없었다.
아니, 굳이 감추지 않았다. 형들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동생들도 그랬다.
대기실로 들어서 소극장에서 작은 음악회 형식의 콘서트를 여신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무대를 하게 해줌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리려던 찰나에 비수같은 말이 귀에 꽂혔다. 정확히는 심장에 꽂혔다.
"어, 왔구나 너네가 빅스지?"
그렇게 말을 하곤 택운이 형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듯 훑었다.
"이정도면 입소문은 좀 타겠네, 응 나가봐 준비하느라 수고했어"
택운이 형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고, 학연이 형은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그리고 힘없는 난ㅡ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저 선배라는 명목하에 참는 일 밖에는.
ㅡ힘들다
아프다
무섭다
이 모든게 '우리'를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