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저번마냥 부끄러운듯한 티를 내지도 않았고 저를 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아주 친한 매니저와 가수 사이로 돌아온 것 같았다. 키스를 할때만큼은 '내가 김성규의 연인이다.' 라는 마인드로 임했는데, 그 마인드가 다 타오르기도 전에 성규는 그때의 감정이 전부 식은 듯 했다. 서운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거짓부렁이었고 서운한 티를 내도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건지 성규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 일로 인해 고민을 한다면 얼마만큼 고민을 하는지 다 드러날 표정이 너무 밝기만 했다. 여자친구와 결별했다는 기사 하나 내지 않고 뻔뻔하게 남자 매니저와 키스도 하고 하여튼 베짱 하나는 두둑하다. 만약 우현이 그런일을 퍼트리기도 하면 어쩌려고 하는대로 입 들이미는 것을 전부 받아주는지… 물론 그럴 생각은 추호에도 없지만, 우현은 괘씸한 마음에 그저 속으로 나쁜 생각만을 잇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이제 지겨울 정도였다.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벌써 몇번째 화보촬영 현장을 왔다갔다 거리는지… 화장을 10번을 지웠다 했다 하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포즈를 취하며 가끔 기침을 하고 몸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느낌도 들었다. 그것이 애초부터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마침 재 메이크업을 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저 할 일이 없던 우현은 결국 근처 보약집에 들어갔다. 그냥 몸에 좋은 보약 한 채만 지어주세요, 하는 힘 없는 말투에 주인 역시 말 없이 포장해놓았던 쇼핑백 하나를 건네주었다.
" 얼마에요? " " 22만원 입니다. 다른 뭐 더 추가하실거 있으세요? "
아니요, 짧은 대답을 끝으로 우현은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카드를 내밀고, 대충 승인 싸인을 한 후 가게를 나섰다.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보약집이 있어서 몇 분 걷지 않아 촬영장에 발을 다시 들여놓을 수 있었다. 파란색 아이쉐도우를 진하게 바른 성규가 눈을 째리며 꾸물꾸물 촬영장에 기어들어오는 우현을 쳐다보았다. 허공에서 눈이 마주치고,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휘둘린 우현이 성규를 멍하게 쳐다보다가, 크게 제 이름을 부르는 성규에 의해 놀라 우현이 성규를 다시 쳐다보았다.
" ……지금 당신 가수 힘들게 화보 찍고 있는데 뭐 해요?… " " 아, 어디 좀 다녀오느라, "
하여튼 도움 안돼, 불평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성규는 우현을 지나쳐 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여전히 셔터음 소리는 촬영장 안을 울리고, 그 전에 보약을 전해주려 했던 우현의 행동은 그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조금 있다가는 꼭 줘야지, 대충 다짐하고는 다시 사진 모니터를 위해 감독님 근처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막바지에 이르른 촬영의 셔터음이 점점 줄어들었고, 마지막이니까 힘내자! 라는 말 따위가 허공을 돌아다녔다. 마지막 메이크업을 마치고, 탈의실에 들어간 성규를 따라 우현이 보약 두 개를 쇼핑백 안에서 집어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클 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방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뭐야, 평소 옷 가게에 있는 탈의실과 다름이 없잖아, 꽤나 큰 촬영장이라 기대했는데, 중얼거리던 우현이 탈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아랫도리는 다 갈아입고 윗 옷을 집어넣고 있는 모습이 눈 안에 자리잡았다. 아, 미치겠다. 평소에는 꼭꼭 가리고 다녀 보이지도 않았던 살색이 보이고, 우현은 눈에 성규의 모습이 담기자마자 한쪽 팔을 집어 넣고 있던 성규의 어깨를 붙들고 입을 부볐다.
" 아 깜ㅉ…… "
놀랐다는 표현은 금세 입 안으로 먹혀들었고, 눈을 감고 익숙하게 입을 받아내는 모습은 처음 만났던 까칠한 성규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미는대로 밀리고, 혀를 굴리는대로 받아내고, 고개를 꺾어 입안을 헤집을때도 익숙히 간간하게 짧은 숨소리만을 뱉어내는 모습이 지금 꿈만같아 우현이 키스를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그러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우현이 약간은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입술을 그러 내려 목선으로 옮겼다. 혀를 내어 슬슬 핥아대니 눈살을 찡그리는 모습이 꽤나 자극적이었다.
" 음, 으, 우현씨… "
그 전 간간한 신음소리는 들을만 했으나, 그만하라는 뉘앙스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우현이 제 정신을 차린 채로 목에 묻었던 고개를 들고, 다시 얼굴을 잡아 짧게 뽀뽀를 하는걸로 키스를 끝마쳤다. 아직도 팔 한쪽이 입혀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 성규가 귀가 잔뜩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불평하며 옷을 마저 입었다. 하여튼 성질 급하다는 둥, 변태새끼에 욕구도 참지 못한다는 둥, 게이라는 둥, 별 말을 다했지만 사실 진심이 별로 담겨있지도 않으니 우현은 그저 웃고 말았다. 옷을 다 입고, 옷걸이에 걸린 겉옷을 걸치며 성규가 흐뭇한 웃음을 지은 채로 저를 바라보는 우현과 눈을 마주치다 내리며 툴툴거리듯 말했다.
" 나가요 빨리, 볼일 다 끝났으면서 왜 이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요 " " 아니 저 아직 안 끝났어요 "
주머니에 담겨있던 보약 한 팩을 꺼내며 우현은 뿌듯한 웃음으로 성규에게 건넸다.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성규는 얼떨결에 보약을 받아들었다. 감동이라는 반응을 생각했던 우현과는 달리 성규는 보약을 받아들고 쓴게 싫다며 어린아이 마냥 투덜대었다. 어째 좋은걸 사줘도 뭘 모르네. 약간은 서운한 마음에 우현이 장난스럽게 성규의 손에 들린 보약을 빼앗으며 말했다.
" 그럼 먹지 말던가 " " 아니 누가 안 먹는데요? 그냥 쓴거 싫다고 한거지 "
다시 우현의 손에 들린 보약을 빼앗으며 성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뭐야,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 " ……중간? " " 하여튼 답 없어 성규씨도 " " 정말 우현씨보다 답이 없을까? 빨리 나 가야되요, 나가기나 해요 "
결국 이러다가도 웃어제끼는 모습을 보면 같이 웃어주는 모습 보면 남우현도 답 없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촬영장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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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영화를 싫어하냐고 물어봐도 한결같이 대답은 아니라는 답 뿐이었다. 어떻게든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것 보니 또 귀엽다. 볼을 꼬집어서 쭉 늘리고 싶지만 그러면 손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DVD를 꺼냈다. 제목을 보고 하나하나씩 고르는 동안에도 빨리 고르고 귀찮으니 집에 가자는 말 뿐이었다. 하여튼 무드가 없어요, 무드가.
" 빨리 골라요, 무슨 한나절 골라. 난 보지도 않을건데 " " 보게 될걸요? 내가 귀 잡아서 끌고 올건데 " " 아니, 누구 맘대로 남의 귀를 잡아 "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웃겨서 입꼬리를 잔뜩 올렸다. 대충 평범한 연애영화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일주일 빌리는데 1000원이라니,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어, 우현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뒤적거리다 곧 갈색 지갑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갑의 입을 열어 1000원을 꺼냈다. 건네니 곧 계산대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점원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우현은 곧 DVD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 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성규가 뒤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가게를 들어갈때 평범하게도 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유리문이 왔다갔다 왕복운동을 하며 둘을 보냈다. 그리고 곧 멎었다. 다행히도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만화방이었다. 요즘들어 티비와 컴퓨터면 전부 해결되는 세상이라고들 해서 만화책 또는 DVD를 자주 빌려보지 않아 만화방이 망해간다고들 하는데, 어째 근처에 살아있는 만화방을 보니 아직까지는 옛 문화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불법 다운로드고 뭐고 그냥 DVD가 편했는데, CD 한 개만 넣으면 그냥 재생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렉도 안 걸리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뒤에있던 성규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걸으니 끝내 성규가 먼저 우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 이봐요, 아저씨 " " 누구보고 아저씨래? 사실 나이는 비슷비슷 하면서 " " 비슷비슷?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저 우현씨보다 형인데요? "
그러면 당신이 아저씨네, 우현은 성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웃었다. 그러자 성규가 발끈하며 자신이 입고있는 티셔츠를 손가락으로 잡고 쭉 늘렸다. 아무래도 옷 입은 태를 보라는 듯 싶었다.
" 이거 봐요, 입은거 봐, 내가 어딜봐서 아저씨야 " " 그럼 난? " " 빨간 츄리닝 기억 안나요? "
성규는 예전에 있었던 빨간색 츄리닝 사건을 들추며 우현의 옷차림을 한차례 지적했다. 완전 아저씨 같다는 둥, 늙은 차림이라는 둥, 하는말에 우현이 발끈해서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었다며 소리를 쳐댔다. 그래봤자 제대로 유행하지는 않았지만, 성규는 장난스레 인정하지 않는 말로 말을 끝맺었고, 그것에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었던 듯 자연스레 대화는 끊겼다.
그리고 곧 숙소에 도착하고, 계단 아래에는 아주 익숙한 얼굴, 그렇지만 우현에게는 별로 보고싶지 않은 얼굴이 서있었다. 성규는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한 듯 어색하게 손을 올려보였다. 성규와 우현을 발견한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성규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우현에게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우현 역시 별로 하고싶지는 않지만 담담하게 고개를 숙여 답했다. 살랑살랑,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고 성규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여자가 대담하게 손을 붙잡았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말에는 다정함이 묻어나왔고 그에 비례해 익숙함도 잔뜩 새어나왔다. 그냥 어색히 물어보는 우현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 또 다른 세계에서 살고있는 사람같은 느낌.
" 들어가자, 나 추워 " " 어, 그래… "
아직도 당황한 기색이 없어지지 않아 얼떨결에 성규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냈다. 카드 형태의 열쇠가 오늘따라 원망스럽게만 보인다. 차라리 없어져서 집에 못 들어가고 여자애 그냥 보내지, 그러면 둘이라도 있을 수 있는데. 한참 속으로 중얼거려 보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내용들은 성규에게 닿지 않았다. 열쇠를 찍고, 문을 연 다음 또 다시 보이는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집안, 여자는 익숙하게 구두를 벗고, 성규 역시 운동화를 벗어 신발장에 덩그러니 놓고서는 방 안으로 향했다.
" 우현씨 안 들어오고 뭐하세요? 뭐, 놓고 오신거 있으세요? " " …아, 네?, 아니에요 "
분명히 무언의 눈치였다. 뭐 놓고 온거 있다고 대답해서 너 나가라, 둘이서 시간 보낼테니. 어느정도 연애를 해 본 사람이면 알만했다. 어떤 느낌인지, 둘만 있고 싶은 느낌이 어떤건지, 지금 둘은 시켜서 연애 연기를 하는거지만 여자는 분명 조금의 마음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성규는 예전에 자진해서 여자한테 인기가 없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것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어딜 여자한테 인기가 없어, 이게 어디서 구라야. 손을 치켜들고 윽박을 지르고 싶었지만 분명 무례한 행동이고 이것도 당황스러워 할게 뻔하고,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소리이니 우현은 그저 그 감정을 내려놓고 아까 정은과 성규마냥 익숙히 신발을 벗고 나서 DVD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도 바닥에 앉았다.
" 어, 그 영화! 저도 보고싶었던건데 " " 아, 이거요? "
바닥에 놓인 DVD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여자에게 우현은 DVD를 집어들며 물었다. 그러자 여자가 예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봐요! 다 같이 " " 그러죠, 뭐 "
DVD플레이어에 CD를 밀어넣고, 곧 대형 TV화면에는 기분나쁜 소리가 울리다가, 영화가 시작되는 예고 화면들이 즐비했다. 우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뒤를 돌아 쇼파에 있는 쿠션을 하나 바닥으로 가지고 내려와 쿠션을 베고 편하게 누웠다. 성규 역시 방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정은이 앉아있는 쇼파 옆에 앉았다. 조그마한 인기척이였지만 다 알수 있었다. 그만큼 모든 감각이 곤두세워져 있었다. 성규에 대해서. 영화의 러닝타임은 생각보다 길었다. 항상 있을법한 연애이야기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 익숙함 뒤에 숨겨져 있던 소중함,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재미는 그닥. 이러니 순식간에 영화 평점 위원회가 된거 같아 그냥 저 혼자 웃었다. 뒤에서는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정은이 계속 성규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대답을 안 해주자니 좀 그런 듯 그냥 대답을 해주는 상황에 영화는 거의 막편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얘깃거리를 꺼내 마치 좋다는 상품이라도 늘어놓듯 입을 움직이는 통에 영화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물론 영화를 제대로 집중하고 볼 마음도 없었지만, 그러다 핸드폰을 확인한 정은이 무슨 스케줄이 있는 듯 성규의 팔짱을 끼고 보채기 시작했다.
" 오빠, 나 지금 스케줄 있어서 가야하는데, 이해 할 수 있지? " " 어?, 벌써…? " " 응, 미안, 아. 나 트위터에 올리게 인증샷 좀 찍자, 이리 가까이 와서 뽀뽀 좀 해봐 "
편히 누워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미모를 감상하던 우현이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뭐시라? 이것들이 지금 뭘 한다고? 그런 우현의 행동에 적잖이 놀란 듯 정은이 더듬으며 물었다.
" 왜, 왜요? " " 아, 아뇨, 제가 잘못 들었나봐요 "
네, 편히 대답한 정은이 곧 성규에게 빨리 해봐, 하고서 보챘다. 성규는 머뭇머뭇 거리더니 곧 입술을 정은의 볼에 겹쳤다. 그러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고, 정은은 됐어! 하며 기쁜 얼굴로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곧 하늘하늘한 치마를 붙들고 쇼파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우현에게 인사를 했다. 성규에게는 손을 흔들며 친숙한 인사를 건네고, 신발장에서 구두를 신고 그리고는 곧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나며 구두소리는 저 편으로 멀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히 거부하지 않았고, 우현은 그것을 동의라고 생각했다. 그것의 동의?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확히 정의 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사귄다는 말 처럼,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 관계를 우현은 원했다. 분명히 성규는 정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렇다면 키스를 제멋대로 해도 거부하지 않는 우현이를 좋아하는건가? 그것은 맘대로 추측할 수 없었다. 사람의 감정이란 알다가도 모르는것이고 순식간에 어떤 행동으로 인해 바뀔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그러니까 더 추측하여, 혼자 착각하고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이었고, 이제는 진실을 원할때였다. 우현은 쿠션을 베고있던 고개를 벌떡 들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러자 쇼파에 앉아있는 성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르고, 묘한 기운이 흘렀다.
" 왜, 쳐다봐요 "
그 까만 정적 속에서, 말을 먼저 꺼낸것은 성규였다.
" 왜 쳐다보는지 몰라요? " " 당근 모르죠, 내가 독심술사인가?, 그런걸 어떻게 알아 "
우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쇼파에 앉아있는 성규 앞으로 걸음을 소리내어 옮겼다. 올려다 보는 모습이 솔직하게, 예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정말로 느껴지는게 있었다. 간지럽게 심장이 떨린다는 표현을 써도 좋고, 또 다른 표현이 있다면 그것으로 대체가능할 정도로 이상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성규의 고개를 붙들고, 제 고개를 내렸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혀는 마구 성규의 안을 헤집었다. 입이 막힐때 나는 소리인 웁, 따위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예전에는, 그리고 아까는 저항도 하지 않고 잘 받아줬으면서, 원망스럽게도 지금은 어깨를 내리치고 발로 마구 우현을 때리고 있었다. 왜, 왜? 우현은 성규의 막음에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성규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성규는 마구 입술을 닦아내리며 소리쳤다.
" 미쳤어요? " " 하나도 안 미쳤는데, 정말 미쳤다면 나는 그 예전부터 미쳐있었고, 그렇다면 성규씨도 미친거네요 "
내가 뭘, 하는 말을 막고, 다시 혀를 밀어넣었다. 고개를 세게 짓누르며 잡은 탓에 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왜 당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안 해, 왜 나를 모른척 하려고 해요?, 현실에 자꾸 빠져들려고만 하는 사람이 밉고, 이상에서 뛰어놀았던 시간들이 허망하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건 무슨 기분이지? 생각하던 즈음, 다시 깊게 맞물렸던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성규는 더 당하지 않으려는 듯, 제 앞에 선 우현을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 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데요 " " ……성규씨야 말로 왜 그런데요? "
무슨뜻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게, 더 미웠다. 우현은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소리를 치며 성규에게 물었다.
" 성규씨 대답해봐요 " " …………. " " 우리 무슨 사이에요? 우리 사귀는 거에요? "
이상한 감정을 깨닫고 지난지 몇일이 지났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듯 처음에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면, 지금은 갖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성규와 어떤 또 다른 교감을 하길 원하는 것도 우현의 욕심에 가까운걸까, 아니면 성규가 자신의 생활은 이으되, 우현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것이 욕심일까, 파악할 수 없었다. 지금 일방적으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은 우현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갈등하는지, 성규는 마주친 두 눈이 경련이 이는 것 마냥 흔들렸다.
" 정말 대답하기 싫다면 " " …………. " "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지나 가요, 그러면 더 이상 잡지도, 괴롭히지도 않을게요 "
걸음이 제발 옮겨지지 않기를 바랬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는 끝내 감겼고, 발걸음은 천천히 성규의 방으로 향했다. 제발, 제발, 발끝을 붙잡고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발이 옮겨져서, 성규의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는 더 이상 성규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는 그 순간까지 우현의 모든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런선택을 해야하는지 그저 성규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이 세상에서, 감정에 충실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무섭고, 더 슬펐다. 영화에서는 여자와 남자가 나누는 대사들이 거실에 퍼졌다. 그리고 성규의 체취가 조금 남아 같이 퍼졌다. 그것 두 개와, 우현만이 거실에 남고, 더는 무언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네 감정에 충실해' 하는 대사가 거실에 퍼졌다.
※ 헐 내가 이틀 연속으로 글을 올리다니?! ※ 끌끌 슬프긔ㅜㅜ 정말이라니 그렇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정말 오랜만에 써서 1편부터 정독하고 썼어요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근데 왜일케 못쓴거지...땀땀 ※ 여튼 그대들 이제 다시 저는 공부하러 가야겠지만 그대들은 저를 잊지 말아요~♬♪ ※ 스릉스릉♥ 다음편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게 트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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