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대와 랜덤채팅을 하시겠습니까?-
-랜덤한 사람이 대화방에 입장했습니다. 편하게 대화하시길 바랍니다!~-
낯선 상대: ㄴㅈ
당신: ㅎㅏ잇!ㅇ_< 안나쩨여 백썰초 5학뇬 입니당!!
대화가 끝났습니다.
"아 존나 심심하다."
키보드를 탕탕 두들기던 세훈은 맥없이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다. 지금 시간은 새벽 네시. 어정쩡해져서 잠들기도 싫은 그런 밤이었다. 또 워낙에 야행성이던 세훈은 핸드폰을 켜 오늘따라 아무 말 없는 카카오톡을 한번 확인하고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가뜩이나 세훈이 주로 하는 게임은 정기점검을 이유로 접속 할 수 없었다. 뭐하지, 뭐할까, 뭘해야 할까… 그때 세훈은 불알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랜덤채팅! 그래, 난 대한민국의 혈기왕성한 고딩이다. 랜챗을 해보자!
당신: ㄴㅈ
낯선 상대: ㄴㅈ
당신: 아 ㅆㅂ
대화가 끝났습니다.
당신: ㅎㅇ
낯선 상대: ㅎㅇ
당신: 여자??
낯선 상대: ㅇㅇ
당신: 오ㅎ 방가 ㅎ
대화가 끝났습니다.
도무지가 세훈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사이트 우측에 뜨는 동시접속자 740명중에 730명은 남자고, 나머지가 여자인 것 같았다. 이런 씹탱 이것도 끝물이네. 하면서 세훈은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냥 무조건 낯선 상대를 엿맥이는거. 그때부터 세훈의 구라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여자로 분한 세훈은 신나게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큭큭큭 이 미개한 숫컷새끼, 니가 지금 딸치면서 대화 중인 사람은 나다!! 낯선 상대는 세훈에게 꽤 끈적한 말투로 가슴사이즈를 물어왔다.
무조건 풍만한 크기를 선호했지 자세한 컵사이즈는 몰랐다. 대충 C...?하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세훈은 우리나라 평균 여자들의 가슴사이즈를 몰랐을 것이다. 낯선 상대는 놀랐는지 입질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런 놀이 마저도 세훈은 질려버렸다. 어느덧 동시접속사 사람이 줄었다. 이젠 닥치는 대로 키보드를 눌러제꼈다. 안..냐..쩨..요...백..썰..초..5학..뇬... 상대들은 전부 나가버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네시 반.
세훈은 마지막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다시시작을 눌렀다.
당신: ㅎㅇ
낯선 상대: ㅎㅇ
당신: 아 심심하다 ㅋㅋ
낯선 상대: 너 남자?
당신: ㅇㅇ 니도 남잔거 알고있음ㅋ
낯선 상대: 그래
당신: 뭐하냐
낯선 상대: 너 몇살인데
당신: 아. 나 18살
낯선 상대: 나 20살
당신: ㅇㅇ 별로 안궁금. 너도 딸치고 있었냐?
낯선 상대: 아니
당신: ㅋㅋㅋㅋㅋㅋㅋㅋ구라까네ㅋㅋㅋㅋㅋㅋㅋ그럼 이거 왜 하는데?
낯선 상대: 지금 자면 내일 알바 못가
당신: 뭔 알바하는데?
낯선 상대: 삼촌 부탁으로 동네에 국수집
당신: 오 국수
낯선 상대: 맛집이라고 소문난곳임
담담한 어투의 낯선 상대는 세훈의 말을 다 받아주었다. 이 새끼도 어지간이 할 짓 없는 모양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세훈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형이긴 한데 왠지 형이라고 부르기 싫었다. 뭐 이런 랜덤채팅에서 그런거 다 대접해주면 머리 아프다. 대화를 하는데 은근 잘 맞았다. 보통의 남자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다보니 뭐, 자연스럽게 얼굴도 궁금해져갔다. 요새 스무살들은 다 저렇나? 아니면 나처럼 허탕을 너무 많이 쳐서 기가 다 빨렸을 수도.
당신: 어디 살음?
낯선 상대: 서울
당신: 그니까 어디
낯선 상대: OO동
당신: 어, 옆동네다
낯선 상대: CC동?
당신: ㅇㅇ
서울 사는건 짐작 했는데 바로 옆동네일 줄은 몰랐다. 서울엔 25개구 안에 522개의 동이 있는데 말이다. 세훈은 너무 신기해서 방방 뛰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당신: 그럼 대학 00대학 다녀?
낯선 상대: 응
당신: 형 형 형 형
낯선 상대: 징그럽게 갑자기 웬 형
당신: 우리 만날래?
낯선 상대: ㅋㅋㅋ 아니
당신: 헐 왜
낯선 상대: 너 게이냐?
게이라니!! 세훈이 미쳤냐고 욕하자 낯선상대는 웃으면서 나, 애인 있어서 안돼. 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세훈은 기가차서 아니, 나는 그냥 옆동네길래. 그리고 무슨 내가 여자도 아니고 애인땜에 못만나는게 이유냐? 참나 하고 열을 올렸다.
낯선 상대: 아무튼 안만나 나 내일 알바있음 미친놈아ㅗ
당신: 아.. 알겠어. 5시 반 넘었네 나 잔다 ㅃ
대화가 끝났습니다.
세훈은 급하게 대화를 종료했다. 물론 잔다는건 개구라다. 세훈은 미약하게 남아있는 잠을 떨치려 세수를 하고 스킨을 바르고 옷장을 열었다. 할 짓도 없는데 OO동 찾아가서 유명한 국수집에서 알바하고 있는 스무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올 참이었다. 원래 이런 취향 없는데 그냥 이 남자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채팅은 종료됐지만 아까의 기억을 곱씹어 보고자 세훈은 다시 처음부터 낯선 이와의 채팅을 읽어내려갔다.
읽는데 세훈은 순간 귀가 빨개졌다. 그 남자에 비해 자기 말이 너무 천박하게 비친 탓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뭔가 두살 밖에 차이 안나는데 저 사람은 되게 배운 사람 같고 자신은 영락없는 좆고딩 같았다. 나를 이렇게 만들다니 내가 꼭 얼굴을 보고 말것이다. 뭐 오크 일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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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카디세인데........... 세훈이 밖에 안나왔네여.........^___________^(목을맨다
분량조절 실패앳..!
담편에 나오겠죠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