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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건물, 병원 건물. 거기다 은행, 백화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심 상권의 카페는 언제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제일 바쁜 건 12시부터 2시까지. 그도 그럴게, 카페인 잔뜩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치 바닥난 HP를 올려주는 인생의 포션 쯤으로 생각하는 가여운 직딩들 덕분인지 매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
"…가져가세요?"
말이 짧다. 영 짧아졌다.
뭣 모르던 파릇파릇 신입 때는 분명,
'드시고 가시겠어요, 테이크 아웃 하시겠어요?'
이렇게 완벽한 풀 문장을 몇 번씩 외치고도 생글생글 웃을 수 있는 패기와 체력이 만연했었는데, 이젠 저기 저 다섯 글자조차도 버겁기 짝이 없다. 하긴 카운터 앞에 몇 시간씩 서서 주문을 받다 보면 이거 내가 숨이 붙은 사람인지, 나사 몇 개 박힌 커피 주문 기계인지 헷갈릴 정도니까.
────────
PM 1 : 57
────────
아주 전국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 먹기 대회라도 여나 싶을 정도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무더기로 이어지는 커피 주문에 넋이 나간 채로 포스기를 두드리던 나는 습관처럼 모니터 한 쪽 귀퉁이에 떠있는 시계 숫자를 확인했다.
오후 두 시 삼 분 전.
3분 남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띠링-♬
드디어 오후 두 시.
습관처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시계의 마지막 두 자리 숫자가 '00'으로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린다. 문에 달려있던 경쾌한 도어 벨 소리와 함께 연달아 이어지는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이젠 사뭇 익숙하기까지 하다.
뚜벅뚜벅. 마룻바닥에 닿은 구두 굽소리가 카운터를 향해 다가오고, 내 시선은 저절로 그를 향했다. 큰 키를 닮아 보폭 넓은 발걸음이 이내 내 앞에서 멈췄다.
"어…그, 주문…하시겠어요."
매일 오후 두 시.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이 시간에 들어와 늘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따분함과 피곤함을 죄다 끌어안은 표정으로 연거푸 주문을 받다 보면 누가 누군지, 남자인지 여잔지 기억은커녕 분간조차 하기 힘든 게 당연한 일일 텐데도, 그 사람 한 명 만큼은 나는 어쩐지 잊을 수가 없었다.
"어…,"
오늘도 어김없이 카운터 앞에 선 그가 특유의 빤한 두 눈으로 뒤에 붙은 메뉴판을 아주 오래도록 눈에 담는다. 메뉴판을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헷갈릴 만큼 꽤 녹진한 시선이 바로 눈앞에 있다. 밤낮으로 팽팽 돌아가는 기계처럼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있던 나는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모든 행동을 가만히 멈춘 채, 그 남자의 말간 입술이 열릴 순간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주문할게요."
"아, 네."
그가 드디어 닫고 있던 입을 뗀다. 사실 그래봤자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주문할 메뉴를 말이다. 그는 내가 이걸 외우고 있다는 걸 알까. 아마 모르겠지. 고민을 더 하든 이걸로 고민을 끝내든 어쨌든 그는 곧,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시킬 것이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한 잔 주세요."
그것도 '벤티' 사이즈로,
당연히 테이크아웃.
"벤티로. 아, 들고 갈 거예요."
거 봐,
내가 뭐랬어.
01 그 남자의 취향
∨
잊으려야 잊기 힘들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마주하는 누구든 그럴 것이다. 어딘가 오묘한 구석이 있달까.
일단 대충 흘겨 봐도 반올림 2m는 되어 보이는 훤칠한 기럭지와 그에 뒤따라 붙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랬다. 오목 조목 빚어 놓은 것 같이 동글동글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냉미남 마냥 냉한 날카로움까지 함께 갖춘 저 이중적으로(?) 잘생긴 얼굴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데 한몫 아주 단단히 했지만, 그 특별한 아우라의 8할은 '그의 비교적 귀여운 취향'이 만든 산물이기도 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벤티 사이즈요."
수능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이게 생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는 더더욱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사람처럼 두 눈 굴려가며 고민하던 그의 빨간 입술 사이에서 흘려든 단어는 다름 아닌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였으니까.
엥?!
샷을 적어도 두 번은 더 추가한 독한 아메리카노나 그것도 아니라면 쓰디쓴 에스프레소나 먹게 생겨 가지곤 하필 손도 많이 가는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외치다니. 지금이야 제법 내성이 생겼지만, 처음에 들었을 땐 사실 두 귀를 의심했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벤티로요."
그 짙은 의심과는 달리,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 달이 지나도 반 년이 지나도. 매일 오후 두 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달디 단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주문해가던 바로 그 남자.
딸.기.요.거.트.프.라.푸.치.노
커다란 플라스틱컵에 담긴 딸기 프라푸치노를 손에 든 채 다시 뚜벅뚜벅 길을 나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글자들을 머릿속에다 나열해보았다.
어휴, 이게 대체 몇 글자야. 하나, 둘, 셋, 넷…. 발음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는 더더욱 귀찮은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때문에, 그 요상한 메뉴를 주문하는 그의 빚은 듯 잘생긴 얼굴 덕분에도 더욱,
어쩐지 여러모로 그는 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
오늘도 뼈가 다 빠지게 커피 주문을 받던 나는 한숨 돌리다 이내 습관처럼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젠 거의 자동반사 수준 즈음이었다.
────────
PM 2 : 00
────────
역시나 시간은 오후 두 시. 또 그 사람이 올 시간이 됐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나는 그가 등장할 '오후 2시'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역시 그가 또 들어왔다. 저벅저벅. 기다란 다리로 휘적휘적 내 곁으로 그가 걸어 들어온다. 아아, '내 곁'이 아니지. 카운터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세상 신중하고 심각, 진지한 표정이 이젠 꽤 귀엽다. 그래도 결국 나는 저 입술 사이로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가 나올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 잘 봐봐.
"주문…도와드릴게요."
데굴데굴 굴러가던 그의 두 시선이 곧이어 걸음을 멈추고, 그는 반듯해진 시선으로 다시금 나를 빤히 바라다본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숨을 내뱉듯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
"작은 걸로요, 들고 갈게요."
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딸기 요거트 어쩌구'만 먹던 그가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이건 혹시 꿈 속인가? 멈춰버린 사고가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당장 물음표 모양이 될 것 같은 낯빛을 얼른 숨긴 채 덜덜거리는 손가락으로 포스기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찍었다. 그래도 다행히 영수증을 건네는 손은 떨리지 않았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나왔습니다."
새카만 아이스커피를 받아든 그가 유유히 카페를 빠져나간다. 머리가 수분간 멍해졌다 다시 되돌아왔다.
오늘 나는 그가 아메리카노를 든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다. 처음엔 아메리카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만들기 쉬운 아메리카노를 시켜줬으면 하고 바랄 때도 제법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다. 핑크 핑크 딸기 요거트가 왠지 더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오늘 여길 벗어나고 나면 당장 휴대폰을 열어 뉴스부터 먼저 확인해 볼 참이다. 혹시 해가 오늘부터 서쪽으로 뜨기로 한 건 아닌지.
그러거나 말 거나. 그 신비소년의 '아메리카노' 주문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잘생긴 오후 두 시의 남자가 느닷없이 안 먹던 아메리카노 타령을 한 지 벌써 열 번째쯤 돼었을 때, 그에게서 받아 든 카드를 리더기에 넣었다 빼고 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생각보다 말이 더 앞섰다고 해야 할까. 정말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놓았던 궁금증이 내 음성으로 내뱉어진 순간이었다.
"요즘은 왜 딸기 요거트 안 드세요?"
묻자마자 급행열차 같은 속도로 나는 후회했다. 늦게나마 황급히 두 손으로 입가를 막아 보았지만 이미 뱉은 말 소용 없는 일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오지랖이야. 어이구, 이 화상아.
"…네?"
"아, 아니…그게…죄송,"
안 그래도 동그랗던 눈이 된소리로 발음해야 할 정도로 더 동그래진 채 나를 향한다. 내게 붙은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순식간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떨구려는 나를 그놈의 빤한 눈으로 가만히 담던 그가,
느닷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만큼이나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것도 처음 보는 생글생글 태양 같이 웃는 얼굴로. 반사적으로 내 머리속을 통과하던 사고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 커다란 눈이 참 예쁘게도 휘어졌다 말았다 했다. 저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아는 구나. 항상 고심하는 얼굴이었던지라 제법 낯설기까지 했다.
"아, 뭐예요…진짜."
"네?"
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던 그가 나지막이 내게 건넸던 그 말은,
"어휴, 이 말 한 번 듣기 되게 힘드네."
"…네? 무슨…,"
아닌 낮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보다 한 스무 배는 더 예상 밖의 것이었다.
"언제 말 걸어줄까 엄청 기다렸는데,"
"…?"
"기다렸다구요, 그 쪽."
-
내가 보고 싶어 쓰는 자급자족 빙의글...
지녁쓰...내가 마니 싸라해...♡
우리 꼭 다음 편에서 만나욤..ㅎ_ㅎ
댓글과 공감은
다음 편을 쪄올 크나큰 힘이 되어줌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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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건물, 병원 건물. 거기다 은행, 백화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심 상권의 카페는 언제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제일 바쁜 건 12시부터 2시까지. 그도 그럴게, 카페인 잔뜩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치 바닥난 HP를 올려주는 인생의 포션 쯤으로 생각하는 가여운 직딩들 덕분인지 매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
"…가져가세요?"
말이 짧다. 영 짧아졌다.
뭣 모르던 파릇파릇 신입 때는 분명,
'드시고 가시겠어요, 테이크 아웃 하시겠어요?'
이렇게 완벽한 풀 문장을 몇 번씩 외치고도 생글생글 웃을 수 있는 패기와 체력이 만연했었는데, 이젠 저기 저 다섯 글자조차도 버겁기 짝이 없다. 하긴 카운터 앞에 몇 시간씩 서서 주문을 받다 보면 이거 내가 숨이 붙은 사람인지, 나사 몇 개 박힌 커피 주문 기계인지 헷갈릴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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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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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전국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 먹기 대회라도 여나 싶을 정도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무더기로 이어지는 커피 주문에 넋이 나간 채로 포스기를 두드리던 나는 습관처럼 모니터 한 쪽 귀퉁이에 떠있는 시계 숫자를 확인했다.
오후 두 시 삼 분 전.
3분 남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띠링-♬
드디어 오후 두 시.
습관처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시계의 마지막 두 자리 숫자가 '00'으로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린다. 문에 달려있던 경쾌한 도어 벨 소리와 함께 연달아 이어지는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이젠 사뭇 익숙하기까지 하다.
뚜벅뚜벅. 마룻바닥에 닿은 구두 굽소리가 카운터를 향해 다가오고, 내 시선은 저절로 그를 향했다. 큰 키를 닮아 보폭 넓은 발걸음이 이내 내 앞에서 멈췄다.
"어…그, 주문…하시겠어요."
매일 오후 두 시.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이 시간에 들어와 늘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따분함과 피곤함을 죄다 끌어안은 표정으로 연거푸 주문을 받다 보면 누가 누군지, 남자인지 여잔지 기억은커녕 분간조차 하기 힘든 게 당연한 일일 텐데도, 그 사람 한 명 만큼은 나는 어쩐지 잊을 수가 없었다.
"어…,"
오늘도 어김없이 카운터 앞에 선 그가 특유의 빤한 두 눈으로 뒤에 붙은 메뉴판을 아주 오래도록 눈에 담는다. 메뉴판을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헷갈릴 만큼 꽤 녹진한 시선이 바로 눈앞에 있다. 밤낮으로 팽팽 돌아가는 기계처럼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있던 나는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모든 행동을 가만히 멈춘 채, 그 남자의 말간 입술이 열릴 순간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주문할게요."
"아, 네."
그가 드디어 닫고 있던 입을 뗀다. 사실 그래봤자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주문할 메뉴를 말이다. 그는 내가 이걸 외우고 있다는 걸 알까. 아마 모르겠지. 고민을 더 하든 이걸로 고민을 끝내든 어쨌든 그는 곧,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시킬 것이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한 잔 주세요."
그것도 '벤티' 사이즈로,
당연히 테이크아웃.
"벤티로. 아, 들고 갈 거예요."
거 봐,
내가 뭐랬어.
01 그 남자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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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야 잊기 힘들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마주하는 누구든 그럴 것이다. 어딘가 오묘한 구석이 있달까.
일단 대충 흘겨 봐도 반올림 2m는 되어 보이는 훤칠한 기럭지와 그에 뒤따라 붙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랬다. 오목 조목 빚어 놓은 것 같이 동글동글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냉미남 마냥 냉한 날카로움까지 함께 갖춘 저 이중적으로(?) 잘생긴 얼굴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데 한몫 아주 단단히 했지만, 그 특별한 아우라의 8할은 '그의 비교적 귀여운 취향'이 만든 산물이기도 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벤티 사이즈요."
수능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이게 생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는 더더욱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사람처럼 두 눈 굴려가며 고민하던 그의 빨간 입술 사이에서 흘려든 단어는 다름 아닌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였으니까.
엥?!
샷을 적어도 두 번은 더 추가한 독한 아메리카노나 그것도 아니라면 쓰디쓴 에스프레소나 먹게 생겨 가지곤 하필 손도 많이 가는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외치다니. 지금이야 제법 내성이 생겼지만, 처음에 들었을 땐 사실 두 귀를 의심했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벤티로요."
그 짙은 의심과는 달리,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 달이 지나도 반 년이 지나도. 매일 오후 두 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달디 단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주문해가던 바로 그 남자.
딸.기.요.거.트.프.라.푸.치.노
커다란 플라스틱컵에 담긴 딸기 프라푸치노를 손에 든 채 다시 뚜벅뚜벅 길을 나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글자들을 머릿속에다 나열해보았다.
어휴, 이게 대체 몇 글자야. 하나, 둘, 셋, 넷…. 발음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는 더더욱 귀찮은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때문에, 그 요상한 메뉴를 주문하는 그의 빚은 듯 잘생긴 얼굴 덕분에도 더욱,
어쩐지 여러모로 그는 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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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뼈가 다 빠지게 커피 주문을 받던 나는 한숨 돌리다 이내 습관처럼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젠 거의 자동반사 수준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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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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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시간은 오후 두 시. 또 그 사람이 올 시간이 됐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나는 그가 등장할 '오후 2시'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역시 그가 또 들어왔다. 저벅저벅. 기다란 다리로 휘적휘적 내 곁으로 그가 걸어 들어온다. 아아, '내 곁'이 아니지. 카운터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세상 신중하고 심각, 진지한 표정이 이젠 꽤 귀엽다. 그래도 결국 나는 저 입술 사이로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가 나올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 잘 봐봐.
"주문…도와드릴게요."
데굴데굴 굴러가던 그의 두 시선이 곧이어 걸음을 멈추고, 그는 반듯해진 시선으로 다시금 나를 빤히 바라다본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숨을 내뱉듯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
"작은 걸로요, 들고 갈게요."
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딸기 요거트 어쩌구'만 먹던 그가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이건 혹시 꿈 속인가? 멈춰버린 사고가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당장 물음표 모양이 될 것 같은 낯빛을 얼른 숨긴 채 덜덜거리는 손가락으로 포스기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찍었다. 그래도 다행히 영수증을 건네는 손은 떨리지 않았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나왔습니다."
새카만 아이스커피를 받아든 그가 유유히 카페를 빠져나간다. 머리가 수분간 멍해졌다 다시 되돌아왔다.
오늘 나는 그가 아메리카노를 든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다. 처음엔 아메리카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만들기 쉬운 아메리카노를 시켜줬으면 하고 바랄 때도 제법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다. 핑크 핑크 딸기 요거트가 왠지 더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오늘 여길 벗어나고 나면 당장 휴대폰을 열어 뉴스부터 먼저 확인해 볼 참이다. 혹시 해가 오늘부터 서쪽으로 뜨기로 한 건 아닌지.
그러거나 말 거나. 그 신비소년의 '아메리카노' 주문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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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잘생긴 오후 두 시의 남자가 느닷없이 안 먹던 아메리카노 타령을 한 지 벌써 열 번째쯤 돼었을 때, 그에게서 받아 든 카드를 리더기에 넣었다 빼고 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생각보다 말이 더 앞섰다고 해야 할까. 정말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놓았던 궁금증이 내 음성으로 내뱉어진 순간이었다.
"요즘은 왜 딸기 요거트 안 드세요?"
묻자마자 급행열차 같은 속도로 나는 후회했다. 늦게나마 황급히 두 손으로 입가를 막아 보았지만 이미 뱉은 말 소용 없는 일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오지랖이야. 어이구, 이 화상아.
"…네?"
"아, 아니…그게…죄송,"
안 그래도 동그랗던 눈이 된소리로 발음해야 할 정도로 더 동그래진 채 나를 향한다. 내게 붙은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순식간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떨구려는 나를 그놈의 빤한 눈으로 가만히 담던 그가,
느닷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만큼이나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것도 처음 보는 생글생글 태양 같이 웃는 얼굴로. 반사적으로 내 머리속을 통과하던 사고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 커다란 눈이 참 예쁘게도 휘어졌다 말았다 했다. 저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아는 구나. 항상 고심하는 얼굴이었던지라 제법 낯설기까지 했다.
"아, 뭐예요…진짜."
"네?"
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던 그가 나지막이 내게 건넸던 그 말은,
"어휴, 이 말 한 번 듣기 되게 힘드네."
"…네? 무슨…,"
아닌 낮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보다 한 스무 배는 더 예상 밖의 것이었다.
"언제 말 걸어줄까 엄청 기다렸는데,"
"…?"
"기다렸다구요, 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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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어 쓰는 자급자족 빙의글...
지녁쓰...내가 마니 싸라해...♡
우리 꼭 다음 편에서 만나욤..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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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건물, 병원 건물. 거기다 은행, 백화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심 상권의 카페는 언제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제일 바쁜 건 12시부터 2시까지. 그도 그럴게, 카페인 잔뜩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치 바닥난 HP를 올려주는 인생의 포션 쯤으로 생각하는 가여운 직딩들 덕분인지 매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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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건물, 병원 건물. 거기다 은행, 백화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심 상권의 카페는 언제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제일 바쁜 건 12시부터 2시까지. 그도 그럴게, 카페인 잔뜩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치 바닥난 HP를 올려주는 인생의 포션 쯤으로 생각하는 가여운 직딩들 덕분인지 매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
"…가져가세요?"
말이 짧다. 영 짧아졌다.
뭣 모르던 파릇파릇 신입 때는 분명,
'드시고 가시겠어요, 테이크 아웃 하시겠어요?'
이렇게 완벽한 풀 문장을 몇 번씩 외치고도 생글생글 웃을 수 있는 패기와 체력이 만연했었는데, 이젠 저기 저 다섯 글자조차도 버겁기 짝이 없다. 하긴 카운터 앞에 몇 시간씩 서서 주문을 받다 보면 이거 내가 숨이 붙은 사람인지, 나사 몇 개 박힌 커피 주문 기계인지 헷갈릴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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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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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전국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 먹기 대회라도 여나 싶을 정도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무더기로 이어지는 커피 주문에 넋이 나간 채로 포스기를 두드리던 나는 습관처럼 모니터 한 쪽 귀퉁이에 떠있는 시계 숫자를 확인했다.
오후 두 시 삼 분 전.
3분 남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띠링-♬
드디어 오후 두 시.
습관처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시계의 마지막 두 자리 숫자가 '00'으로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린다. 문에 달려있던 경쾌한 도어 벨 소리와 함께 연달아 이어지는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이젠 사뭇 익숙하기까지 하다.
뚜벅뚜벅. 마룻바닥에 닿은 구두 굽소리가 카운터를 향해 다가오고, 내 시선은 저절로 그를 향했다. 큰 키를 닮아 보폭 넓은 발걸음이 이내 내 앞에서 멈췄다.
"어…그, 주문…하시겠어요."
매일 오후 두 시.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이 시간에 들어와 늘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따분함과 피곤함을 죄다 끌어안은 표정으로 연거푸 주문을 받다 보면 누가 누군지, 남자인지 여잔지 기억은커녕 분간조차 하기 힘든 게 당연한 일일 텐데도, 그 사람 한 명 만큼은 나는 어쩐지 잊을 수가 없었다.
"어…,"
오늘도 어김없이 카운터 앞에 선 그가 특유의 빤한 두 눈으로 뒤에 붙은 메뉴판을 아주 오래도록 눈에 담는다. 메뉴판을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헷갈릴 만큼 꽤 녹진한 시선이 바로 눈앞에 있다. 밤낮으로 팽팽 돌아가는 기계처럼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있던 나는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모든 행동을 가만히 멈춘 채, 그 남자의 말간 입술이 열릴 순간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주문할게요."
"아, 네."
그가 드디어 닫고 있던 입을 뗀다. 사실 그래봤자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주문할 메뉴를 말이다. 그는 내가 이걸 외우고 있다는 걸 알까. 아마 모르겠지. 고민을 더 하든 이걸로 고민을 끝내든 어쨌든 그는 곧,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시킬 것이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한 잔 주세요."
그것도 '벤티' 사이즈로,
당연히 테이크아웃.
"벤티로. 아, 들고 갈 거예요."
거 봐,
내가 뭐랬어.
01 그 남자의 취향
∨
잊으려야 잊기 힘들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마주하는 누구든 그럴 것이다. 어딘가 오묘한 구석이 있달까.
일단 대충 흘겨 봐도 반올림 2m는 되어 보이는 훤칠한 기럭지와 그에 뒤따라 붙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랬다. 오목 조목 빚어 놓은 것 같이 동글동글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냉미남 마냥 냉한 날카로움까지 함께 갖춘 저 이중적으로(?) 잘생긴 얼굴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데 한몫 아주 단단히 했지만, 그 특별한 아우라의 8할은 '그의 비교적 귀여운 취향'이 만든 산물이기도 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벤티 사이즈요."
수능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이게 생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는 더더욱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사람처럼 두 눈 굴려가며 고민하던 그의 빨간 입술 사이에서 흘려든 단어는 다름 아닌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였으니까.
엥?!
샷을 적어도 두 번은 더 추가한 독한 아메리카노나 그것도 아니라면 쓰디쓴 에스프레소나 먹게 생겨 가지곤 하필 손도 많이 가는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외치다니. 지금이야 제법 내성이 생겼지만, 처음에 들었을 땐 사실 두 귀를 의심했었다.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벤티로요."
그 짙은 의심과는 달리,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 달이 지나도 반 년이 지나도. 매일 오후 두 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달디 단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를 주문해가던 바로 그 남자.
딸.기.요.거.트.프.라.푸.치.노
커다란 플라스틱컵에 담긴 딸기 프라푸치노를 손에 든 채 다시 뚜벅뚜벅 길을 나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글자들을 머릿속에다 나열해보았다.
어휴, 이게 대체 몇 글자야. 하나, 둘, 셋, 넷…. 발음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는 더더욱 귀찮은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때문에, 그 요상한 메뉴를 주문하는 그의 빚은 듯 잘생긴 얼굴 덕분에도 더욱,
어쩐지 여러모로 그는 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
오늘도 뼈가 다 빠지게 커피 주문을 받던 나는 한숨 돌리다 이내 습관처럼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젠 거의 자동반사 수준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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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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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시간은 오후 두 시. 또 그 사람이 올 시간이 됐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나는 그가 등장할 '오후 2시'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역시 그가 또 들어왔다. 저벅저벅. 기다란 다리로 휘적휘적 내 곁으로 그가 걸어 들어온다. 아아, '내 곁'이 아니지. 카운터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세상 신중하고 심각, 진지한 표정이 이젠 꽤 귀엽다. 그래도 결국 나는 저 입술 사이로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가 나올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 잘 봐봐.
"주문…도와드릴게요."
데굴데굴 굴러가던 그의 두 시선이 곧이어 걸음을 멈추고, 그는 반듯해진 시선으로 다시금 나를 빤히 바라다본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숨을 내뱉듯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
"작은 걸로요, 들고 갈게요."
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딸기 요거트 어쩌구'만 먹던 그가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이건 혹시 꿈 속인가? 멈춰버린 사고가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당장 물음표 모양이 될 것 같은 낯빛을 얼른 숨긴 채 덜덜거리는 손가락으로 포스기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찍었다. 그래도 다행히 영수증을 건네는 손은 떨리지 않았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나왔습니다."
새카만 아이스커피를 받아든 그가 유유히 카페를 빠져나간다. 머리가 수분간 멍해졌다 다시 되돌아왔다.
오늘 나는 그가 아메리카노를 든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다. 처음엔 아메리카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만들기 쉬운 아메리카노를 시켜줬으면 하고 바랄 때도 제법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다. 핑크 핑크 딸기 요거트가 왠지 더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오늘 여길 벗어나고 나면 당장 휴대폰을 열어 뉴스부터 먼저 확인해 볼 참이다. 혹시 해가 오늘부터 서쪽으로 뜨기로 한 건 아닌지.
그러거나 말 거나. 그 신비소년의 '아메리카노' 주문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잘생긴 오후 두 시의 남자가 느닷없이 안 먹던 아메리카노 타령을 한 지 벌써 열 번째쯤 돼었을 때, 그에게서 받아 든 카드를 리더기에 넣었다 빼고 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생각보다 말이 더 앞섰다고 해야 할까. 정말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놓았던 궁금증이 내 음성으로 내뱉어진 순간이었다.
"요즘은 왜 딸기 요거트 안 드세요?"
묻자마자 급행열차 같은 속도로 나는 후회했다. 늦게나마 황급히 두 손으로 입가를 막아 보았지만 이미 뱉은 말 소용 없는 일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오지랖이야. 어이구, 이 화상아.
"…네?"
"아, 아니…그게…죄송,"
안 그래도 동그랗던 눈이 된소리로 발음해야 할 정도로 더 동그래진 채 나를 향한다. 내게 붙은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순식간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떨구려는 나를 그놈의 빤한 눈으로 가만히 담던 그가,
느닷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만큼이나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것도 처음 보는 생글생글 태양 같이 웃는 얼굴로. 반사적으로 내 머리속을 통과하던 사고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 커다란 눈이 참 예쁘게도 휘어졌다 말았다 했다. 저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아는 구나. 항상 고심하는 얼굴이었던지라 제법 낯설기까지 했다.
"아, 뭐예요…진짜."
"네?"
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던 그가 나지막이 내게 건넸던 그 말은,
"어휴, 이 말 한 번 듣기 되게 힘드네."
"…네? 무슨…,"
아닌 낮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보다 한 스무 배는 더 예상 밖의 것이었다.
"언제 말 걸어줄까 엄청 기다렸는데,"
"…?"
"기다렸다구요, 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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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어 쓰는 자급자족 빙의글...
지녁쓰...내가 마니 싸라해...♡
우리 꼭 다음 편에서 만나욤..ㅎ_ㅎ
회사 건물, 병원 건물. 거기다 은행, 백화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심 상권의 카페는 언제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제일 바쁜 건 12시부터 2시까지. 그도 그럴게, 카페인 잔뜩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치 바닥난 HP를 올려주는 인생의 포션 쯤으로 생각하는 가여운 직딩들 덕분인지 매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