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굴레.
쉬는시간 종이 침과 동시에 도망치듯 반에서 빠져나왔다.
수정이와 지은이가 있는 4반에 가서 웃고 떠들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반에 돌아가기 전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었다. 일부러 손을 말리지 않았다.
아이들에 가려진 그가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살며시 뒷문들 통해 반에 들어왔다.
역시나 이번 쉬는시간에도 반 아이들은 도경수 자리 주변에 둘러싸여있다.
2학년의 시작인 1학기 초부터 시작해 12월인 2학기 끝자락까지 항상 똑같은 풍경, 쟤들은 지겹지도 않나.
뭐, 그 덕분에 내가 조금이나마 자유로운거지만.
"어디 갔다와?"
반에 들어온 나를 힐끗 쳐다보며 무심한 듯 말을 툭 던지는 그에게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역시나, 내가 나갔다 온 걸 그가 눈치 못 챌 리 없다.
내 대답을 들은 그가 그의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온다.
그와 동시에 반 아이들의 눈빛이 나를 향한다. 싸늘하다.
도경수가 다정한 눈을 가장한 의심의 눈을 하고 물었다.
"OO아, 정말 화장실 다녀온거 맞지?"
"응. 정말이지, 그럼."
물이 가득 묻어있는 양 손을 그의 눈 앞에 흔들어보이며 대답했다.
남들은 절대 눈치 채지 못 하는 진짜스러운 '가짜 다정한 눈' 이 조금 다정해졌다.
다행이다. 오늘도 친구들과 이야기한 것을 들키지 않았다.
"으이구, 내가 어디를 가던 그냥 가지 말랬지. 어디 갈때 나한테 말하고 다니라고 했잖아."
내 볼을 장난스레 꼬집으며 미소짓는 그가 지겹다.
그저 잠깐 화장실 가는것도 감시받아야 하나.
하지만 티 내면 안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면 그는 바로 본성을 드러낸다.
"아 맞다맞다. 잊어버렸어. 다음부터는 꼭 말할게! 미안해."
그가 좋아하는 애교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사과했다. 그가 귀엽다는 듯 웃는다.
"이따 점심시간에 뽀뽀 열번.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시키고싶은데 반 애들 눈 봐서 참는거야. 다음부터는 봐주는 거 없이 반에서 하라 할거야."
그가 나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인다.
"...알았어~."
잠시 멈칫하다가 빠르게 알았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앞에서 나는 연기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