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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간 시간에서는 꼭 살아남아.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의 마지막 말이었다.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의 정체가 뭔지, 내가 한 달전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지금 나는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간 시간이라는게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짐작하질 못했다, 그저 그 되돌아간 시간이란게 한 달전이란걸 빼고서. 정말이지, 다시 돌아온 한 달전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한 달전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너를 제외하면 말이다.

 

한참을 지켜봐온 결과 너는 항상 무언가 불안해 보였다.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너는 분명 티 나게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본인은 그걸 잘 모르는지 한 번은 너무 손을 벌벌 떨기에 조용히 손을 잡아 떨림을 멈추니 다급하게 손을 빼내며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너에 나는 짐작했다. 너는 나에게 어딘가 숨기는게 있다. 하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내가 본 너의 표정은 나를 아무 말 못하게 했다. 미안, 그 말 외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넌 그 말을 못 들은것 같았지만.

 

 

 

 

 01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찾아오는 피곤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기절하듯 침대 위로 쓰러지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시려왔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가를 닦아내고 눈을 꾹 누르고 있으면 진동이 울렸다. 하, 참고있던 숨을 내뱉고 휴대폰을 집어들면 너였다. 메세지 창 안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스크롤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류가 난 것 처럼 로빈, 로빈, 로빈, 하고 반복해서 내 이름을 외쳐대는 너를 멈추고자 다급하게 줄리안, 나 보고있어. 하고 답하면 그렇게 날 불러대던 행동이 멈추었다. 왜 불렀어?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않고 옆에 있는 1이란 숫자도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 오류가 났던건가, 하고 생각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 즈음 너에게서 답이 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의 답은 충분히 사람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뭐야, 휴대폰을 베개 옆에 던지듯 놔두고 몸을 돌려 누웠다. 하루종일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방금도 그랬다. 무슨 일 있나, 아니면 내가 시간을 되돌아와서 생긴 일인가? 멍하니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눈이 느리게 감기고 잠에 빠져 들었다.

 

 

 

 

 *  *  *  *

 

 

 

 

11월 2일, 되돌아온 시간에서 하루가 지났다.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과 함께 불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너는 어제의 불안정한 태도와 달리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예전의 너처럼 돌아와있었다. 그런 너를 보며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넘겨버렸다. 어차피 이 시간도 내가 기억하는 시간과 다를게 없으니, 평소처럼 흘러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머리는 여전히 아파왔다, 항상 정확히 맞추어져 있어야할 조각들이 한순간에 파편이 되어 깨져버린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짚었다. 그런 나를 본 너는 내게 아무 말 없이 팔을 내주었다. 너의 팔을 잠시 바라보다 망설임없이 너의 팔을 베개 삼고 엎드렸다. 자면 좀 괜찮아 질거야, 라는 너의 말과 함께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어갔다. 그 순간 입 안으로 무언가 들어오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눈은 떠지지않고 더욱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로빈, 난 너를…, 참 증오해.

 

 


누구야? 누군데 내 이름을 아는거지? 넌 도대체 누구야.

 

 


 니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입가가 한껏 찢어진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검은 물체에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이었다. 로빈, 눈 감아. 저런건 보면 안 돼. 라는 목소리와 함께 내 눈을 감싸는 손길에 굳었던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셋을 세면 잠에서 깨어나는거야.

 


 하나, 둘, ……, 셋.

 

 

 

헉, 숨을 가쁘게 들이마시며 깨어나자 눈 앞에는 니가 당황한 얼굴로 서있었다. 아, 박터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면 악몽 꿨어? 하고 물어오는 너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너는 가만히 나를 지켜보더니 내 얼굴에 흐른 식은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거짓말은 좋지 않아, 로빈. 그 말에 입을 꾹 다물면 너는 웃으며 급식 먹을래, 아님, 옥상에 올라갈래? 하고 물어왔고 나는 그 물음에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옥상, 그럼 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듯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날 이끌었다. 그런 너의 손은, 내가 마지막으로 느낀너의 온도와 똑같이 따뜻했다. 그렇게 너의 손 온도를 느끼다보면 어느새 옥상에 도착해 있었다. 그때 눈치 챘어야했다, 내가 왜 시간을 되돌아오게 됬는지, 그게 누구탓이었는지 말이다.

 

 

 

 

"나말고 누가 또 여길 오는구나?"

 


"누구…?"

 


"난 테라다 타쿠야, 반가워."

 

 

 

 

낯선 녀석이 살갑게 인사를 해왔다. 처음보는 녀석이었는데 녀석은 꽤나 친화력이 대단했다. 나에게 악수를 건내어오는 녀석에 조심스레 녀석의 손을 맞잡으려하면 너는 곧 그 사이를 막아서며 반가워, 테라다 타쿠야. 하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그런 너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선 니가 내민 손을 맞잡고 타쿠야라고 불러줘, 하고 답했다. 테라다 타쿠야, 타쿠야…,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할때쯤 녀석이 걸음을 옮기며 오늘 점심은 뭐지-, 하며 내 옆을 지나가는데 그 순간 녀석이 내 귀에 속삭여왔다.

 

 

 

 

반가워 로빈, 널 만나서 기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여유롭게 사라지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다 팔을 문질렀다. 소름돋아, 괜히 녀석이 간 곳을 한 번 더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뭐야, 저 녀석은. 기분 나빠. 녀석이 말한 뒤로 귀가 멍멍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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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장면이 흐릿하게 계속 전환되면서도 한 줄로 엮이는 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요! ㅠ_ㅠ 오늘도 푹 빠져들어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안녕하세요! 작가님 ㅠㅠㅠ!!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을 빨리 알고싶어 안달납니다.. ㅠㅠㅠ 타쿠야의 등장이 로빈을 괴롭힐 것같네요 .. ㅠㅠ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오는 건 뭐죠.. ㅠㅠ? 꿈에서 니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니... 도대체 전 로빈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제 나름 막 추측해보는데 답이 나오질 않네요... 브금와 글 조화가 너무 잘되서 집중이 훨씬 잘 되네요 ㅠㅠ 작가님 브금 선정 짱짱... ㅠㅠㅠ 로빈이 꼭 살아남길... 그리고 잘 버티길 ㅠㅠㅠ 너무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께요 8ㅁ8 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진짜 푹 빠지는 글이에요ㅠㅠㅠㅠㅠ로빈ㅠㅠㅠㅠㅠ다음이 정말 궁금하네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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