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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가고 계세요-. 신경외과 이호원이라고 써 있는 명패가 눈에 들어온다. 혹시 집에 걸어가는 동안 저 의사의 이름을, 혹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저 말을 잊을지도 모르겠지. 진료실을 나와 대기의자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노트북 산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데 쓰이냐. 메모장을 켰다. 첫번째-0515 기억을 잃는 중. 원인불명. 주치의 이호원. 울림대학병원. 저장을 하고 난 뒤 노트북을 가방 속에 넣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핑 돈다. 빈혈 때문인 듯 했다. 울어야 하나-. 별로 슬프지는 않다. 조금 두려울 뿐이었다. 언젠간 남우현조차 기억하지 못할까봐. 처음에는 노래의 일정부분을 듣지 못했다. 아니, 들었지만 내 기억회로는 들은 가사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영화를 두 번씩, 세 번씩 보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프로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 덥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물고 가방을 고쳐맸다. 눈을 깜빡인 것 뿐인데 난 현관 앞에 서있다. 내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은 아이스크림 막대 뿐. 기억을 잃는 것.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 무섭다. 과거의 일은 모두 기억한다. 혹시 모른다. 지금 나의 이런 생각조차 후에 기억하지 못할지. 중간 중간 잘려나간 필름조각들은 더 이상 재생 되지 않는다. 이젠 그 시간패턴이 길고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 있으면 우현이가 오겠지-. 김치찌개라도 끓일까-. 잠깐 요리할 생각을 했지만 차칫- 태워먹을 수도 있단 생각에 TV나 보기로 했다.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옆으로 누웠다. 이 자세로 잠이 들면 팔이 저릴텐데-. "성규야-" 눈을 반쯤 뜨니 이상한 남자가 내 앞에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를 밀어낸다. 누구세요-. 내 말과 동시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일그러진 얼굴이 더욱 찌그러지고 빙빙 돌기 시작했다. 내 주위를 둘러싼 얼굴이 더 빨리 움직인다. "아악-." "어, 왜? 성규야. 무슨일이야?" "하-. 아니야." "왜, 무슨일인데?" "아니래도." 역시나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성규야, 너 살 좀 빠진 것 같더라-. 우현의 핀잔이 이어졌다. 침대에 있는 것을 보니 우현이 안아다 나른 모양이다. 그냥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알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와 헤어질지도 모르는 그에게 의문이 들었다. "우현아." "왜?" "헤어지면.." "상상도 하지마. 죽여버린다-." "됐다. 이 아저씨야. 내가 말을 말지." "성규야, 저녁 좀 해줘, 나 배고파." "시켜먹으면 되지." "치, 김성규. 요리하기 엄청 싫나보네." "응, 무지 귀찮아 지금." 내 말에 볼을 부풀리던 그는 입술을 앙 다문채 쭈욱- 내밀었다. 뽀뽀해줘-. 괜시리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미쳤나봐-. 세상에 저렇게 귀여운 게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 병원에 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5월 22일. 아니, 아니였다. 오늘은 6월 19일이다.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병원에 갔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노트북을 켜고 일전에 저장해 두었던 메모장을 열었다. 첫번째-0515 기억을 잃는 중. 원인불명. 주치의 이호원. 울림대학병원. 여기까진 기억이 났다. 내 기억 속 이 날은 일주일 전이니까.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오늘이 밑에 써 있었다. 두번째-0522 빠른 속도로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다. 기억을 잃는 속도가 증가한다. 과거 기억도 잃을 지 모른단다. 세번째-0529 가속이 붙는다. 과거를 잠시 잃었다. 남우현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네번째-0605 이상한 남자가 집에 들어왔다. 정신이 없다. 모르는 인물의 등장이 많아졌다. 집에 경찰이 들어왔었다. 내 집에서 겨우 빼냈다. 다섯번째 -0612 이상한 남자의 집착이 이어졌다. 무섭다. 노트북에는 한달간의 기록이 정리되어있었다. 의사선생님의 소견 이외에도 나의 작은 코멘트 들이 달려있었다. 게다가 병원에 가지 않은 날들도 있었다.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노트북에 과거의 나가 글을 남겼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코멘트들은 정확히 달려있었다. 마치 내가 기억을 잃지 않은 것처럼. 대체 한 달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기억의 패턴이 이제는 일정하지도 않다.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잃었던 기억이 스스로 재생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난. 미쳐가고 있었다. 여섯번째 -0619 기억의 패턴이 일정치 못함. 이상한 남자가 남우현으로 추정됨 * 띵동-. 벨소리가 한 번 울림과 동시에 노트북을 황급히 닫고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나 너 애인-. 순간 머리가 번뜩이고 빠르게 돌아간다. 우현이다. 문을 급히 열어 그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다. "안녕?" "우, 우현아." "뭐야. 왜 오늘은 기억해?" "사..사실 나 할 말 있어. 우현아." "경찰 부르고, 앰뷸런스 부르고. 그 지랄 떨 때는 날 지옥속에 몰아넣고, 이젠 날 기억해?" "우현아. 우현아? 내 말 좀 들어봐. 우선 칼 내려.." 억-. 아니 말도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내 살을 세게 파고 들었다. 날카롭고 딱딱한. 나를 안다시피 한 그의 몸에서 고개를 떼어내 눈을 마주했다. 눈동자가 흐리하다. 그 속에는 내가 있다. 수염도 보인다. 까칠하게.. 앞이 점점 흐려진다. 다시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웃음이 흘러나온다. 하하-. 널 기억한 상태로 죽어서 참 다행이야. 원인도 알수 없는 지독한 기억들 틈에서 내가 널 기억해내다니. 그리고 네 손에 죽다니. 웃을때마다 배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우현아-. 칼을 돌려. 난 그의 손을 잡아 칼을 돌리었다. 온 몸의 장기가 뒤틀리는 기분. 그리고 뽑아낸 칼. 분수처럼 튀는 피가 그의 옷결을 따라 흘러내린다. "김성규, 뭐 때문이든, 넌 날 못 벗어나. 내가 말했지. 죽여버린다고." 어쩌면 죽어갈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나를 생각하면 행복하다. 난 죽음조차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난 미친거다. |
+여우의 말말말 |
ㅋㅋㅋ안녕하세요.. 여우에요.. 아이고 소심. ㅜㅜㅜ 전에 쓰던 모든 것들을.. 핰ㅋㅋ 지웠습니다..ㅜㅜ 이유는 제손이 이런 곳에.. 제 글이 올려져도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ㅜㅜㅜㅜㅜㅜㅜ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했습니다.. 벚꽃 같은 경우는 다시 각색해서 연재할 생각이구요.. 조각들은 암호닉 있으신 분들만 조심스레 텍파 공유할 생각입니다..! ㅜㅜㅜ 단...! 공금으로 드릴 생각이니..핳.ㅎ.. 암호닉은 이번주 토요일 까지만 받을 예정이구요! 그 동안.. 조각.. 들은 번외들도 조금씩 합해서 7개정도 됩니다...하핳.. 이것도..포함인 거 아시져..?♥ ㅜㅜㅜ 정말 정말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ㅜㅜ 시험 끝나고 조각 하나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