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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환자 들어갈게요-." 장간호사의 밝은 목소리 뒤로 익숙한 환자가 들어왔다. 두 눈을 도로록 굴려대며 진료실의 모습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 쓰러워 보였다. 오셨어요-?. 내 인사에도 고개를 돌려가며 방을 기억하기에 급급한 모습이 왜 이리도 안타까울까. 이럴 때마다 가끔 내가 의사인 것이 안쓰럽다. "김성규씨-." "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네, 말씀하세요.." "지금 김성규씨, 기억을 잃어가고 계세요-." 나의 말에 인상을 한 번 찌푸리던 그는 내 명패에 고개를 돌리더니 한참을 응시하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계속 말을 이으라는 듯한 눈빛에 장간호사가 주고 간 진료차트를 넘겨가며 최대한 그에게는 병명을 알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원인불명이에요." "못 고치나요." "원인이 없으니, 백신도 없을 수 밖에요." "아. 그렇구나." 나와의 짧은 면담을 끝내고 감사를 표현한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이어 진료실에 들어 온 한 인물. 장간호사. 아니, 장동우. "뭐야- 이호원." "뭐를." "기억을 잃다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해?" "가끔 본인에게 말해도 될 병이 있고, 아닌 병이 있어." "저 병은 아니라는 거야? 본인도 알아야지." "우선은 보호자가 필요해. 주위 사람들이 알아야, 본인이 편해." "증상이 한 두군데가 아닌 게 영 이상하단 말야." "응. 합병증세처럼. 환각에, 거울속의 자신도 못 알아봐. 게다가 다중인격." 동우는 입술을 주욱 내밀고 고민을 하는 듯이 보였다. 천천히 치료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치료불가야-. 게다가 이건 신경쪽의 문제뿐만이 아니라고. 그는 반박할 여지가 없어보이는 듯 고개를 숙이고 손톱을 뜯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였다. 그는 기억을 잃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은 동안 다른 인격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었다. 기억이 사라진 건 다른 인격이 살아났다는 증거이고, 과거의 기억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아예 다른 인격의 삶인 것이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 런데다가 거울 속의 자신을 자신이라고 판단하지 못하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죽어버린 옛 애인을 아직도 그의 삶속에 투영시키 는 환각까지. 최악중의 최악이었다. 그와 같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먼저 알아야 하는 병이었다. 혹시나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주위를 알아보지 못할 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 일주일 뒤 찾아온 그는 그가 아니었다. 남우현이라고 합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차지하고 나를 만나러 온 사람은 죽어버린 그의 옛 애인이었다.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시작 된 이야기는 남우현 그 자체인 듯 했다. 이런 건 신경외과 보다 정신의학과 아니었던가. 그의 말을 듣다보니 서서히 그가 진짜 육체의 주인인 듯 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어쩌면 김성규의 병이 깊어진 원인이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촉을 세우 고 듣기 시작했다. "저는 성규랑 평생을 함께 했어요. 평생을요. 그러다 사랑을 했고, 그 날은 성규랑 제가 사귄 지 7년 째 였어요. 제 군입대 문 제 때문에 마지막 여행이다- 하고 떠난 여행이었어요. 물론, 진짜 마지막 여행이 됐지만요.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그러다 성규몸으로 흘러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니 그 속에는 성규가 있었어요. 우린 영원히 사랑할 거에요. 물론-. 저만의 짝사랑이겠지만요." 그 말을 하고 난 뒤 졸리다는 이유로 그는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원래 인격 이외에는 서로의 마음을 통하고 읽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남우현은 잠든 것이 아니다.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또다른 인격이 나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스스로 잠들어버린 것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삼십분 쯤 후에 눈을 뜬 인격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아저씨, 안녕? 김명수.내 이름 김명수야." 김성규의 목소리보다는 조금 더 특이하다고 해야하는 목소리였다. 살짝 눈을 내리 깐 채로 바닥을 응시한 채 말하는 그는 어린 소년이었다. 남우현보다는 이 아이가 성규의 느낌을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 해 줄 듯한 느낌에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다 행히도 그는 성규가 노트북에 매주의 사실을 기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안심하며, 혹시나 성규가 돌아왔을 때 이런 일 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그 기록을 맡겼다. 그는 내 부탁에 기꺼이 응했고, 그러겠노라고 몇번씩이나 대답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 때 알았 어야 했다. 그가 기록에 장난을 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래서 인격따위 믿어서는 안된다. 진실된 본연의 인격도 믿지 못해서 안달인데, 왜 내가 그를 믿었을까. * 김성규가 돌아온 것은 꼭 한달만이었다. 오늘의 날짜를 3주전으로 알고 있던 그는 3주동안이나 두 인격체에게 육신을 내어준 셈 이었다. 그는 단지 그가 기억을 잃은 것만으로 알고 있었다. 괴로워하는 모습에 무엇이라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는 위험했다.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무조건 치료를 거부하고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 몇 시간 후, 김성규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단지 아까와 차이가 있다면, 온 장기가 찢겨져 있었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도 난 침 착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의사였으니까. 대학시절 해부하던 시체쯤이라 여기니 별 것 아니였지만, 며칠 뒤 나온 부검 결과가 더 놀라웠다. 그는 명백한 자살이었다. 그리고 진료차트를 뒤져 보다 알게되었다. 거울속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함은, 거울속의 자신을 죽은 남우현이라고 착각했음인 것을. 그는 아마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울속의 남우현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오늘- 그의 장례식이 열린다. 아무도 없는 빈소에 서 그의 사진을 지키는 것은 정많던 장간호사, 장동우 뿐일 것이다. |
여우의말말말 |
하하 안녕하세요? 여우에요.. 아니 이런 번외가 더 긴듯한 이 느낌은 뭘까요 ㅋㅋ 그래요 단편이니까요..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ㅋㅋ 본문 타이핑 해야한다는 사실도 잊고.. 삽겹살을 쭈어먹으며 이글을 쓰고 있는 저는 어느세계에서 왔을까요..ㅋㅋ ㅋㅋㅋㅋ가끔 전 너무 행복해요..ㅋㅋ 이렇게 큰 위를 주신 어머님께, 금보다 비싼 안쪄요체질을 주신 아버님께^^..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런 말이 새 버렸네요..ㅋㅋ 으으어어어.ㅇ. 오늘도 이렇게 망작 탄생...*^^*.. (+내용정리) 성규는 인격장애가 있엇구요..음.. 그래서 시간을 잊은 게 아니라, 시간을 다른 인격이 뺏어갓 던 겁니다..ㅎㅎ 그리고 예전에 죽은 남우현이 살아있다고 느낀 것은 평생을 죽마고우로 지내오다 기댈 곳 하나없이 자라온 성규와 연인이 된 우현의 죽음 때문이었구요 바로 환각이죠..ㅎㅎ. 마지막으로 본편에 성규가 우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현관문앞에 있는 거울속의 자신을 보며 우현이라 보고, 스스로를 찌른 것 입니다.. 성규의 환상 속에서는 아마 우현이 자신을 찌른 것이겠죠..ㅎㅎ? |
여우의암호여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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