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잎이 날려온다. 분홍색이 사방팔방 가득 메워진다. 그 색감만으로도 어린 동자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준요] 미치도록 그리운 W.매실 그저 어린아이였다. 처음엔 화가 났다. 요섭이 태어나며 제가 갈 자리를 잃었다. 본디 미천한 신분, 승은 입어 양자로 들어온 순간 팔자가 폈다고 생각했다. 그런 준형에게 요섭은 걸림돌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막상 배다른 동생을 얻고나니, 독하게 품었던 생각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입술은 뉘집 뒷뜰 꽃을 꺾어다 칠했는지 붉기 그지 없고, 눈은 쌍거풀이 질듯 동그랗고 코는 작지만 오똑하며 볼은 복숭아를 배어문듯 통통했다. 그 귀여운것이 꺄르륵 웃으며 손을 뻗으니, 냉혈인이라도 사족을 못쓴다. 준형도 그들 중 한 명 이었다. 업고 부둥부둥, 무릎에 앉혀놓고 부둥부둥, 안아들고 부둥부둥. 무슨일이든 반복하다보면 습관이 되더라. 이젠 제가 먼저 나서서 어린 동자를 뫼쉬는 모습에 수발드는 종들은 저 멀리로 물러나있었다. "약과가 그리도 좋으십니까?" "당연합니다!" "천천히 드십시오. 그러다 탈납니다." "알았습니다. 형님의 청이니.." 자신은 양자였다. 이 어린동자는 적자. 아우님이라고도 부르지 못하는 높은 분. 하지만 그리하지 말래도 꼬박꼬박 형님대접을 해준다. 그게 어찌나 기꺼운지(*기쁜지). "형님없으면 전 어찌 삽니까?" "그 말 진심이십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 준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밝은 표정으로 약과를 옴팍옴팍 먹는 이 동자는 올해 6세가 되는 양씨가문의 장남 요섭이였다. 양씨 집안의 홍복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심이 넉넉하며 문무에 출중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이 나라의 제목이라고 칭송 했다. "가당치도 않습니다." "아니다. 그 동안 장남을 돌봐준것만으로 고맙다. 가는 길에 요기라도 하라 준것이니 사양하지 말거라." "준형아. 네 뜻이 그러하니 너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너를 이리 보내고 싶지 않다. 집을 내어주어도 모자른 나의 자식인데.." 양부모는 저에게 정이 깊었다. 제가 뭐라고 이런 돈까지 쥐여주실까. 제 손을 부여잡고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마님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두 분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시다. 8년전, 고작 글공부를 잘한다고 어린 나를 이 집으로 대려오셨다. 어버이가 없다는 것을 딱히 여기신걸까. 그 일만 생각하면 땅이 꺼저라 절을 해도 모자라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망건(*갓을 쓰기전 상투를 고정해주는 것)을 쓰고, 흰 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낙이요 꿈이었다. 그것을 이루니 이제 바랄것이 무엇이오, 어린 동자를 위해 이 집에서 나가는 것 밖에 없다. "도련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딜말입니까? 저도 따라 가고 싶습니다." 어린 도령의 말에 싱긋 웃은 뒤 절을 하고 미련없이 떠났다. "형님!!!!" 훗날 연이 닿아서 만날지 어찌 압니까. 등뒤로 들려오는 울음섞인 부름에 주먹을 꽉 쥐며 앞으로 걸었다. 넘어지지 않을까. 손이 까여 피가 흐르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이왕 마음 먹은거 단단히 먹어야 한다. 준형이 문을 열고 날아간다. 훠이 훠이. 그 누가 막을 세랴. 그러나 가슴이 미어터지는 한 명이 있었으니. 어린 동자의 눈에 옥구슬이 맺히더니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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