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3년전 그날도.
이곳이였어.
12월 25일
눈내리던 이 곳에서.
너랑 나랑 둘이 손잡고.
그렇게 사랑을 말했었지.
*
별빛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어
3년전 그때부터 늘 찾아오는 그곳으로.
'시계탑'
한때는 번화가였지만.
살짝 물러난 이곳에 조용히 자리잡은 시계탑은
학연과 별빛이 자주 찾던 곳.
3년전엔 둘이 같이왔던 곳.
뭐.
이젠 혼자이지만.
괜찮아.
그래도. 이곳에서는 울지않고 웃을수있어.
*
학연이 떠나고 별빛은 참 많이 울었다.
둘이 함께였을때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길껄.
옆에 있을때 더 잘해줄껄.
내 생각만 하지말고 이해해줄껄.
더 사랑해줄껄.
그 모든게 후회로 다가왔다.
그렇게 별빛은 가슴을 앓았다.
내가 미안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함께한 추억들이.
슬픔을 인정해버린뒤로 어느새 빛을
잃어가는 행복했던 시간들이.
움켜쥐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견딜수가 없어서
한번. 두번.
시계탑을 찾게된 별빛.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시계탑은.
둘이 함께했던 그때 그대로.
초침이 움직이면 따뜻했던 그 손의 온기가 기억나고.
분침이 움직이면 단단하게 어깨를 감아오던 그 팔이 기억나고.
시침이 움직이면.
그때의 학연과 함께했던 시간이 기억난다.
*
연아.
그거아니.
오늘로 니가 날 떠난지 딱 3년째 되는날이야.
보고싶다.
내 학연이.
별빛은 혼자 벤치에 기대어 앉아
그 시계탑을 쳐다보다 눈을 감는다.
귓가에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주변의 소리가 점점 작게 들리고.
어느새 고요해짐을 느낀 별빛.
의아해서 눈을 뜨면 자신의 앞에 검게 늘어져있는 그림자.
고개를 든다.
-
햇빛을 등지고 서있는 넌.
오랜만에 보아도 참 아름답다.
차학연.
*
별빛은 놀라서 몸을 일으킨다.
학연아.
너. 니가 여기.
학연은 별빛의 얼어버린 손을 꼭 잡아주며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오랜만이다. 그치
학연은 별빛의 손을 잡아 이끌어 앉은몸을 일으킨다.
손을 잡고 공원을 빠져나간다.
내 별빛.
이러고 있을까봐 놀아주러 왔다. 왜.
별빛의 얼굴이 이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쏟아낸다.
미안해. 연아.
내가 정말 미안했어.
학연은 별빛의 이마에 장난스럽게
꿀밤을 먹이고 머리위에 손을 올려 머리를 헝클인다.
울지마. 뚝.
이 좋은날에 왜 울어.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서.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별빛을 보다
학연은 한숨을 푹 내쉰다.
꼭 끌어안는다.
미안하다니. 왜 미안하다는거야.
그런생각하지마.
날 잊지않고 매일매일 생각해주는거.
그게 나한텐 얼마나 고마운일인데.
울지마.
마음아프잖아.
별빛은 고개를 끄덕인다.
학연은 그런 별빛의 얼굴에 묻은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아내준다.
마주보고 싱긋 웃는다.
2015.12.24
내일은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길.
학연아. 사랑해
*
25일 크리스마스날.
어제와 같은 시계탑에서 별빛과 학연은
다시 만나서.
오랜만의 데이트를 즐긴다.
하루종일 그동안 못다했던 얘기들을 하고.
일분일초가 아까워서.
계속 눈을 마주치고.
사랑한다 말하고.
그렇게 어느새 저녁.
별빛은 조잘조잘 하던 얘기를 멈추고
학연을 올려다 바라본다.
학연도 별빛을 바라본다.
슬픈눈빛이 교차되고
학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별빛은 억지로지만 입가를 당겨 웃는다.
눈에 눈물이 맺히고 곧 떨어질듯하지만.
그래도 참는다.
두번 헤어지는게 학연도 많이 힘들테니.
이젠.
정말 괜찮아서.
별빛은 생각한다.
날 봐주러 온거. 그거면 난 충분하니까.
울지 말아야지.
두번다시 연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말아야지.
학연은 별빛의 목도리를 단단히 고쳐 매어주며
당부하듯 말한다.
이젠.
정말 울지말고.
내 생각.
많이 안해줘도 되니까.
네 삶을 다시 살아보고.
미안해하지말고.
다른 이쁜 사랑도 하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
내 걱정은 하지말고.
사랑해.
둘이 다시 시계탑 밑에 섰을때.
크게 째깍거리며 울리는 초침소리.
학연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별빛도 기어코 흘러내린 눈물을 훔치며 손을 흔든다.
초침소리가 크게 한번 더 울린다.
별빛이 눈을 감는다.
다시 초침소리가 울린다.
눈을 뜨면 학연은 없다.
*
별빛은 폰을 확인해본다.
12월 24일
시계탑이 선물해준.
학연과의 꿈같은 이틀.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별빛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왠지모르게 씩씩해진 발걸음.
별빛의 어깨에 슬픔이라는 짐이
좀 덜어내진듯.
가벼워 보이는 뒷모습.
*
2015년 12월 24일
연아.
이젠 울지 않을께,
사랑해.
*
2012년 12월 25일
연이가 먼 여행을 떠난 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그곳으로.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독자님들 모두모두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