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무렵 기온은 높아져가고 습기 또한 높아져 상당히 기분 나쁜 날씨였다.
세훈은 좋아하는 해외축구팀의 중요한 경기가 있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지만 빠르게 가로 질러 갈 수 있는 골목길을 택했다.
가로등이 없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거의 살고 있지 않아 집에서 새어난오는 빛 또한 없었다.
오직 의지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 조그마한 화면으로 빛나는 핸드폰 화면과 하늘위에 뜬 하얀 보름달.
하지만 어릴 때 부터 자주 다니던 길이라 세훈은 무섭다는 생각따위 없었다.그저 빨리 가서 오늘 점심시간에 한 축구때문에 땀에 찌든 찝찝한 몸을 씻고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때 그나마 길을 비춰주던 달빛이 조금 약해진걸 느낀 세훈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든 고개가 순간 흠칫 놀란듯 살짝 떨더니 굳어져 버렸다.
세훈의 시야에는 파란 지붕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한 남자가 여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달빛보다 더 눈이 시린 하얀 피부를 가졌고 그런 달빛을 받아 빛나는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서 얼굴을 떼어내면서 핏빛보다 붉은 그의 눈과 세훈이 마주쳤다.
마치 빨려들것같이 아름답지만 잔인한 본능을 나타내는 듯한,마치 이 세상사람의 것이 아니라는듯이 말하는 눈동자.
세훈은 얼마전 짝인 백희가 태블릿PC에 담아와 열성적으로 본 영화를 떠올렸다.'뱀파이어'
도망가야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마도 그 순간부터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는 그런 잔혹함을 깨닫기전에 그의 아름다움이 세훈의 감각을 지배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세훈의 존재를 인식하였는지 그가 살풋 웃자 세훈은 또 흠칫 놀랐다.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그녀는 마치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떨어진 구슬처럼 힘없이 소리없이 땅에 떨어졌다.
세훈은 그것이 무섭거나 놀랍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럴 겨를도 없이 그의 눈앞에 그 아름다움이 나타났기때문이다.
도망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본능은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아닌 누구라도 그랬을것이다.사람이란 아름다운것에 한없이 약해지고 쉽게 마음을 빼았기니깐.
"안녕,내이름은 루한이야"
백금발의 남자는 자신을 루한이라고 소개하며 세훈의 셔츠 오른쪽 가슴에 새겨진 이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이름을 따라 썼다.
"오 세 훈"
자신을 부른 미성의 목소리에 세훈은 정신이 아찔하다고 느껴졌다.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전에 입술에 서늘하지만 말캉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가 입술을 떼자 세훈은 작게 신음을 뱉었고 그는 그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역시 생각했던대로네.그럼 나중에 또 보자,꼬마야"
세훈이 고개를 들었을때는 마치 환상이라도 본듯,마치 그 잠깐 사이에 꿈을 꾼 듯이 모든것이 그대로 였다.
하지만 세훈은 꿈이라고 생각 할 수 없었다.그의 입술에는 아직도 빨갛게 핏방울이 맺혀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히 보름달이 뜬 한 달 후 세훈은 그 자리 다시 돌아 왔다.
-처음 써보는 세루 조각이네요^^;;
생각만 하고 글로 옮기긴 처음이라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