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마크]좋아해? W.겸
"좋아해"
나는 내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는 거지 이형..? 평소에 좀 친하게 지내는 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의 안절부절한 표정, 새초롬한 입술을 비집고 나온 세음절, 떨리는 목소리. 모든게 낮설었다. 그 모든것은 나를 놀라게 만들기엔 매우 충분했다. 장난치는 거라고 넘기기엔 그의 진지한 태도가 장난이 아님을 입증하는 듯 했다.
난 이제 게이가 되는건가? 그럼.
"형 게이야?"
아 병신 박진영 병신인증 왜 저런 말 밖에 질문을 못해 이 멍청아 꼭 굳이 그렇게 물었어야 돼?
엉겁결에 그에게 게이냐고 질문을 던진 내 마음 속에서는 나를 향한 질타가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게이냐니. 아니 근데 잘 따지고 보면 나는 남자고 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게이는 맞겠지. 아니 그건 맞지만 그걸 굳이 그걸 물어볼필요가 있었냐는 거잖아. 마치 100분토론 못지않은 치열한 논쟁이 나의 머릿속에서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이냐는 난데없는 나의 질문을 들은 그는 표정을 잠시 찡그러더니 이내 살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영. 너 좋아해"
많이. 수줍은 듯 제 머리를 긁으며 말하는 그를 보자 뭐라고 해줘야 하지. 거절할 말부터 잔뜩 머릿속에 조각 조각 떠올랐다. '형 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 ' 이건좀 아니겠지.. 그럼 '형은 뭔가 좀 내느낌 아니에요.' 아니 이건 왕잭슨놈 말투같기도 한데 잭슨 이새낀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꼭 이럴때 튀어나오고 말이야. 혼자 얼핏 중얼거리며 한참을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이내 살짝 미소를 둥둥 띄운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그를 쳐다보다 눈을 마주치곤 다시 웃었다.
"저도 좋아요"
마크형. 나도모르게 덜컥 그의 고백을 수락해버렸다. 생각해보면 마크형 성격도 괜찮은 것 같고. 음 목소리도 좋은것 같고 키도크고 비율도 괜찮고, 마음속으로만 그의 장점을 이것저것 꼽으면서 이전 모습들을 되새기던 도중, 그가 나의 손을 덥석 잡더니 손등에 뽀뽀를 했다. 일순간 이어진 행동들에 진영은 늘 있었던 일인데도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진영아 예뻐"
나도 모르게 형의 말간 볼에 뽀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