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anic 갈매기 우는소리가 항구를 가득 매웠지만, 곧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으로 끼룩거리는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아주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배. 그 이름도 유명한 '타이타닉'. 이미 배엔 승객 절반이 탄 채 갑판 위에서 항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명백하게 1등실, 2등실, 3등실이 나뉘어 각기 다른 입구가 배 곳곳에 길을 터놓았다. 배가 두어 번 소리를 내자 놀란 갈매기들이 날아올랐고, 커다란 크레인엔 -그 당시 귀족들만 탈 수 있던- 차가 매달려 갑판이나 지하 저장고로 옮겨지고 있었다. 뱃머리 쪽 3등실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쪽으로 줄을 서 주세요-! 인산인해 한 사람들로 인해 직원들의 목소리는 가면 갈수록 높아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널리 이름을 떨친 배를 보기 위해 항구로 몰려들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항구. 그렇게 항구 가득 몰린 사람들 사이로, 은색 빛의 고급 자동차가 매끄럽게 항구로 들어와 멈추었다. 조심히 차를 멈춘 기사가 재빨리 내려 차 문을 열었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광택이 나는 구두가 보이더니 이내 한 남성이 내려 자신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아마도 어머니 일 것이다- 여성의 손을 잡아 친히 차에서 내려주었다. 쬐는 태양에 눈을 살짝 찡그린 남성은 손을 들어 그늘을 만들곤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가 착 가라앉아 깔끔해 보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은 누가 봐도 '잘생겼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크고 웅장한 배를 올려다보던 그가 뒤이어 따라오는 차에서 내린 한 사내를 보고 입을 열었다. "왜들 그리 야단인 건가요. 모레타니아호와 비슷한 것 같은데.""다른 건 몰라도 타이타닉과 다른 배를 비교하다니. 이 배는 모레타니아보다 더 길고 호화스럽지, 이건.""아. 그런가요.""이런, 어떤 배 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타려 한 건가? 이래서야 내 여동생을 쉽게 내어 줄 수 있겠어? 로빈?" 호탕하게 말 한 남성이 로빈 옆에서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웃던 여인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타이타닉입니다. 부인. 오호- 이게 그 유명한 불침선인 가요? 네, 러스 부인. 신도 이 배는 침몰시킬 수 없죠. 시답지 않은 대화가 몇 번 오가더니, 러스와 대화를 하던 남성은 여동생을 데리러 가겠다 하며 자리를 떴다. 그런 그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은 러스는 로빈의 팔에 팔짱을 끼곤 배를 타기 위해 배 뒷머리로 향했다. 배를 타러 가는 길은 곱게 자란 로빈이 보기엔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삼 등실에 들어가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 수많은 사람들과, 갑판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지나치며 로빈은 쓰게 웃었다. 항구와 배를 이어주는 승객 전용 다리. 옆에서 눈치를 주는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마주하는 사람마다 옅게 웃음을 지으며 로빈은 배에 올랐다. 이 통로로 배에 오르는 사람은, 사교계에서 한 번 씩은 마주한 사람들이었다. 누가 봐도 '나 비싸요.' 하는 개를 끌고 타는 마담도 있었고, 입구에서 명단을 적는 직원에게 작게 웃음을 짓는 부인들도 수두룩했다. 로빈은 밀려오는 한숨을 속으로 꾹 눌러 담고, 살짝 웃음을 지은 채 배에 올랐다. * * * 뱃고동 소리가 크게 한번 들렸다. 앞으로 두 번 더 소리가 울리면, 타이타닉 호는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항구와 가장 가까이 있던 술집. 그 술집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뱃소리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하늘을 찔렀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술집 사이로 입구와 한참 떨어진 구석. 해가 쨍한 아침부터 그곳에선 작은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작은 판이지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장난끼 서린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던 금발의 남성이 슬쩍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던 돈을 모두 탁자 가운데로 밀어 옮겼다. 그런 남성의 모습에 맞은편에서 카드를 들고 있던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더니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탁자 위로 웃으며 던졌다. 타이타닉 3등실 탑승권. 점점 커져가는 판에 금발의 남성은 입에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줄리안, 전 재산을 걸다니… 너 미쳤어?""어차피 다 잃으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좋게 생각 하라고 파비앙!"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어 연기를 한 번 내뱉고 줄리안이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파비앙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카드를 보았다. 그러나 불안한 건 파비앙 뿐만이 아니었다.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힌 중년의 남자가 자신과 한 패인 친구를 보며 강하게 말을 내뱉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간간이 타이타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로 보아 표를 건 사람에게 타박을 하는 듯했다. 귀찮은 듯 손을 내 젓던 남자가 카드를 섞었다. 닥치고 게임이나 해. 라는 뜻이 담겨있는 손동작이었다. 빠아앙- 하는 뱃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고 맞은편 남자가 카드를 내려놓았다. 투 페어. 슬며시 번지는 승리의 미소. 남자의 카드를 바라본 줄리안이 슬몃 고개를 들어 파비앙에게 말했다. "미안, 파비앙.""뭐?! 이런 미친 새끼야. 너 때문에 내 전 재산을 걸었는데…!" 정말 미안! 오랫동안 엄마를 못 보게 됐네! 이제 우린 미국으로 가는 거야! 풀 하우스라고! 줄리안이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줄리안의 모습에 파비앙이 정말이냐며 카드를 한 번 확인하고 환호를 질렀다. 가진 짐가방에 방금 전 딴 돈을 쑤셔 넣고 탑승증을 잃은 두 남자가 다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짐을 어깨에 매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이타닉이야! 우린 출세했다고!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그들은 문 밖으로 나섰다. 마지막 뱃고동 소리. 겨우겨우 삼등실 입구를 찾은 줄리안과 파비앙이 입구를 닫으려는 직원의 행동을 막았다. 잠깐! 우린 탑승객이라고! "신체 검사는, 받았나요?!""네네, 당연하죠! 우린 기생충도 없어요!" 미심쩍게 신체검사를 받았냐는 직원의 물음에 당연 시리 대답했다. 직원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타라는 제스쳐를 보냄과 동시에, 그들의 표를 받아들었다. 우린 세계 최고의 행운아야! 길게 늘어진 복도를 방정맞게 뛰며 그들이 소리쳤다. 드디어 출항.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기분에 그런 것을 싱결 쓸 여유는 없었다. 부두에 묶어 두었던 줄을 푸르고 배가 움직이자 줄리안은 곧장 계단을 올라 갑판 위로 올라섰다. 더럽게도 높네-! 힘듦에 헉헉거리며 말하는 파비앙을 그대로 무시한 줄리안이 난간 위로 올라서 손을 흔들었다.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손을 세차게 흔드는 줄리안의 모습에 파비앙이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실소를 자아냈다. 잘 있어요! 그리울 거예요! 줄리안의 행동에 파비앙도 체념 한 듯 같이 손을 흔들었다. 배의 프로펠러가 돌아간다. 이제, 출발이다. 방을 찾는 줄리안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G60… 아 여기야. 방 문을 열자 방 양측으로 이층침대가 놓여 있었고 한 침대는 이미 두 명의 사람이 짐을 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줄리안이라고 해요. 미국을 가는 여정 동안의 룸메이트라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하는 모습이 여간 잔망스럽다. 그런 줄리안의 모습에 두 남성은 스벤은 어디 있어? -도박장의 그 남성을 말하는 듯했다.-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 * * 3등실과는 대조되게 일반 가정집 못지않은 고급스런 내부. 커다란 거울 아래로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도 있었고, 로빈의 키와 비등한 크기의 시계와 그림이 널려 있었다. 그림을 거는 메이드 사이로 방을 찬찬히 둘러보는 로빈의 시선이 방 앞으로 향했다. 자신의 약혼녀의 오빠. 즉, 곧 있으면 형님과 매제의 사이가 될 칼이었다. "아아, 로빈. 또 그런 유치한 그림들을 보고 있는 거야? 그런 건 다 돈 낭비라고?""당신과 나의 예술 감각 차이죠. 아, 그 그림은 저쪽에 두세요." 그림은 꼭 꿈속에 있는 것처럼, 진실은 있지만 논리는 없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소파 위에 올려놓자, 자신을 도와주던 메이드가 다가와 물었다. 화가가 누구인가요? 피카소예요.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로빈의 뒤로, 칼은 여전히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비아냥댈 뿐이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피카소는 돈 한 푼도 못 벌 거야. 로빈은 그런 그를 가볍게 무시 한 채, 침실로 들어갔다. "메이드와 너무 붙어있지 말라고? 내 여동생이 질투할 거야." 칼이 말 끝을 흐리며 내뱉었다. 배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신의 앞으로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여인이 눈에 띄었다. 남편이 광산을 찾아내 흔히 말하는 '졸부' 가 된 마가렛 브라운이었다. 로빈의 어머니인 러스는 그녀를 몰리라 부르며 기피하기 일쑤였다. 그녀를 가벼이 지나쳐 그들이 향한 곳은, 식당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실이었다. 이미 그곳엔 사교계에 한 목 한다는 인물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고, 로빈 또한 그들 사이에 껴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자리 왼쪽엔 자신의 약혼녀 쉘이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오른쪽엔 그녀의 오빠인 칼이, 맞은편엔 자신의 어머니인 러스 부인이 앉아 있었다. 이 배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가장 거대한 운송 수단입니다. 콧수염을 쓸며, 대화를 주도하고 있던 닉슨이 말했다. "용골부터 끝까지 여기 계신 앤드류 씨가 모두 설계했죠.""아아, 배를 만든 건 저여도 기획은 닉슨씨가 전부 하셨습니다. 커다란 증기 기관부터 호화로운 내부. 모두 말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칭찬은 이제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 지루함에 담배를 살짝 문 로빈이 불을 붙이려는데, 바로 옆에서 입에 문 담배를 빼앗는 그, 칼이었다. 제 담배에 신경 끄시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눈을 감고 한숨을 한 번 내 쉰 채 겨우 참았다. 그에 언제 온 건지 러스 옆에 자리한 몰리가, 약혼을 로빈과 쉘이 아닌 칼괴 로빈이 하겠어!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로빈은 작게 웃음을 삼켰다. * * * 배 갑판 끄트머리에서 튀어 오르는 돌고래를 보며 소리를 지르던 줄리안이 이내 돌고래를 더 구경하겠다는 파비앙을 두고 갑판 난간에 기대 갈매기를 구경하는 부녀를 흑연으로 손이 까매져라 그리는데, 파비앙은 바다 구경을 마친 건지 갑판에서 어린아이와 뛰며 공을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공을 굴리던 파비앙이 지쳤는지 로빈 옆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배가 참 멋지죠? 네, 아일랜드 배예요. 아? 영국 배가 아닌가요? 아뇨, 아일랜드에서 1만 5천 명의 아일랜드 인이 만들었죠! 아일랜드처럼 단단한 배를 보세요!-아일랜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보아 그 사람은 아일랜드인이라는 게 확실 해졌다.- 배에 대한 소소한 담소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등실 갑판 위로 줄지에 커다랗고 기품 있는 개 몇 마리가 오고 있었다. 이런, 또 저러는군. 아일랜드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1등실 개들은 볼일을 꼭 여기서 보죠. 그의 말에 우린 일등실 개와 동급 인 건가요. 하며 줄리안이 말했다. 줄리안의 말에 그가 큭하며 손을 내밀었다. "톰이라고 합니다.""줄리안 퀸타르트. 반가워요!" 줄리안과 인사를 나눈 톰이 이내 파비앙과도 인사를 나누더니, 그림으로 돈을 버는 건가요? 하며 줄리안에게 말했다. 줄리안은 자신의 그림을 슬쩍 보여주며 대답을 했다. 아니, 하려 했는데. 바로 위층. 일등실 갑판이었다. 갑판 끄트머리에 기품있게 걸오는 누군가의 모습에 시선이 꽂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복에 단정히 착 내려앉은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에. 줄리안의 시선이 떠날 줄 모르자 질문을 했던 촘 마저 고개를 돌렸다. 난간에 기대 바다를 쓱 훑어보는 그의 모습에 톰은 고개를 다시 돌려 줄리안을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아아, 어림도 없어요.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요. 괜히 목만 아프죠." 하지만 그럼 톰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바람에 살짝 흐트러지는 검은 머리칼에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3등실 갑판엔 시선도 주지 않고 점점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바다를 훑는 그의 눈에 자신도 빠져버릴 것 같은 환상이 이르기까지 한다. 돌아가지 않는 자신의 시선에 옆자리에서 파비앙이 제 눈앞에 손을 휘휘 저어 보지만, 자세까지 바로잡고 더욱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자신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바다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두어 번 제게 짧은 시간 마주했다. 그런 그의 눈을 보며 줄리안은 웃었다. 그가 자신을 일부로 보지 않으며 다시 시선을 바다로 돌리려 하는 순간, 뒤에서 웬 젊고 신사적으로 생긴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그 남자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와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이, 줄리안과 로빈의 첫 만남이었다면, 첫 만남이었다. _______________ 쓸땐 분명 길었는데 여기서보면 왜케 분량이 확 주는것같지..미안 내가 필력이 딸려요., 우와 근데 진짜오랜만!!!!!!! 내가 맘같아선 모니터머더머가꼬ㄹ올라했는데 하핳 쉬팝파 ㅇㄴㅅ 그분...ㅎ 대니로 바꿔놓긴했는데 데니가..욕을..반말을...... 하..모니터머더머는 곳 옵니다! 내가 한편써놓고 올리고 써놓고 올리올리고라 언제올지는....아듀....이번달안엔오께염..
Titanic
갈매기 우는소리가 항구를 가득 매웠지만, 곧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으로 끼룩거리는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아주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배. 그 이름도 유명한 '타이타닉'. 이미 배엔 승객 절반이 탄 채 갑판 위에서 항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명백하게 1등실, 2등실, 3등실이 나뉘어 각기 다른 입구가 배 곳곳에 길을 터놓았다. 배가 두어 번 소리를 내자 놀란 갈매기들이 날아올랐고, 커다란 크레인엔 -그 당시 귀족들만 탈 수 있던- 차가 매달려 갑판이나 지하 저장고로 옮겨지고 있었다. 뱃머리 쪽 3등실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쪽으로 줄을 서 주세요-! 인산인해 한 사람들로 인해 직원들의 목소리는 가면 갈수록 높아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널리 이름을 떨친 배를 보기 위해 항구로 몰려들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항구. 그렇게 항구 가득 몰린 사람들 사이로, 은색 빛의 고급 자동차가 매끄럽게 항구로 들어와 멈추었다. 조심히 차를 멈춘 기사가 재빨리 내려 차 문을 열었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광택이 나는 구두가 보이더니 이내 한 남성이 내려 자신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아마도 어머니 일 것이다- 여성의 손을 잡아 친히 차에서 내려주었다. 쬐는 태양에 눈을 살짝 찡그린 남성은 손을 들어 그늘을 만들곤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가 착 가라앉아 깔끔해 보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은 누가 봐도 '잘생겼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크고 웅장한 배를 올려다보던 그가 뒤이어 따라오는 차에서 내린 한 사내를 보고 입을 열었다.
"왜들 그리 야단인 건가요. 모레타니아호와 비슷한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타이타닉과 다른 배를 비교하다니. 이 배는 모레타니아보다 더 길고 호화스럽지, 이건."
"아. 그런가요."
"이런, 어떤 배 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타려 한 건가? 이래서야 내 여동생을 쉽게 내어 줄 수 있겠어? 로빈?"
호탕하게 말 한 남성이 로빈 옆에서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웃던 여인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타이타닉입니다. 부인. 오호- 이게 그 유명한 불침선인 가요? 네, 러스 부인. 신도 이 배는 침몰시킬 수 없죠. 시답지 않은 대화가 몇 번 오가더니, 러스와 대화를 하던 남성은 여동생을 데리러 가겠다 하며 자리를 떴다. 그런 그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은 러스는 로빈의 팔에 팔짱을 끼곤 배를 타기 위해 배 뒷머리로 향했다.
배를 타러 가는 길은 곱게 자란 로빈이 보기엔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삼 등실에 들어가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 수많은 사람들과, 갑판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지나치며 로빈은 쓰게 웃었다. 항구와 배를 이어주는 승객 전용 다리. 옆에서 눈치를 주는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마주하는 사람마다 옅게 웃음을 지으며 로빈은 배에 올랐다. 이 통로로 배에 오르는 사람은, 사교계에서 한 번 씩은 마주한 사람들이었다. 누가 봐도 '나 비싸요.' 하는 개를 끌고 타는 마담도 있었고, 입구에서 명단을 적는 직원에게 작게 웃음을 짓는 부인들도 수두룩했다. 로빈은 밀려오는 한숨을 속으로 꾹 눌러 담고, 살짝 웃음을 지은 채 배에 올랐다.
* * *
뱃고동 소리가 크게 한번 들렸다. 앞으로 두 번 더 소리가 울리면, 타이타닉 호는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항구와 가장 가까이 있던 술집. 그 술집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뱃소리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하늘을 찔렀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술집 사이로 입구와 한참 떨어진 구석. 해가 쨍한 아침부터 그곳에선 작은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작은 판이지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장난끼 서린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던 금발의 남성이 슬쩍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던 돈을 모두 탁자 가운데로 밀어 옮겼다. 그런 남성의 모습에 맞은편에서 카드를 들고 있던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더니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탁자 위로 웃으며 던졌다. 타이타닉 3등실 탑승권. 점점 커져가는 판에 금발의 남성은 입에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줄리안, 전 재산을 걸다니… 너 미쳤어?"
"어차피 다 잃으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좋게 생각 하라고 파비앙!"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어 연기를 한 번 내뱉고 줄리안이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파비앙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카드를 보았다. 그러나 불안한 건 파비앙 뿐만이 아니었다.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힌 중년의 남자가 자신과 한 패인 친구를 보며 강하게 말을 내뱉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간간이 타이타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로 보아 표를 건 사람에게 타박을 하는 듯했다. 귀찮은 듯 손을 내 젓던 남자가 카드를 섞었다. 닥치고 게임이나 해. 라는 뜻이 담겨있는 손동작이었다. 빠아앙- 하는 뱃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고 맞은편 남자가 카드를 내려놓았다. 투 페어. 슬며시 번지는 승리의 미소. 남자의 카드를 바라본 줄리안이 슬몃 고개를 들어 파비앙에게 말했다.
"미안, 파비앙."
"뭐?! 이런 미친 새끼야. 너 때문에 내 전 재산을 걸었는데…!"
정말 미안! 오랫동안 엄마를 못 보게 됐네! 이제 우린 미국으로 가는 거야! 풀 하우스라고! 줄리안이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줄리안의 모습에 파비앙이 정말이냐며 카드를 한 번 확인하고 환호를 질렀다. 가진 짐가방에 방금 전 딴 돈을 쑤셔 넣고 탑승증을 잃은 두 남자가 다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짐을 어깨에 매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이타닉이야! 우린 출세했다고!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그들은 문 밖으로 나섰다.
마지막 뱃고동 소리. 겨우겨우 삼등실 입구를 찾은 줄리안과 파비앙이 입구를 닫으려는 직원의 행동을 막았다. 잠깐! 우린 탑승객이라고!
"신체 검사는, 받았나요?!"
"네네, 당연하죠! 우린 기생충도 없어요!"
미심쩍게 신체검사를 받았냐는 직원의 물음에 당연 시리 대답했다. 직원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타라는 제스쳐를 보냄과 동시에, 그들의 표를 받아들었다.
우린 세계 최고의 행운아야! 길게 늘어진 복도를 방정맞게 뛰며 그들이 소리쳤다. 드디어 출항.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기분에 그런 것을 싱결 쓸 여유는 없었다. 부두에 묶어 두었던 줄을 푸르고 배가 움직이자 줄리안은 곧장 계단을 올라 갑판 위로 올라섰다. 더럽게도 높네-! 힘듦에 헉헉거리며 말하는 파비앙을 그대로 무시한 줄리안이 난간 위로 올라서 손을 흔들었다.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손을 세차게 흔드는 줄리안의 모습에 파비앙이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실소를 자아냈다. 잘 있어요! 그리울 거예요! 줄리안의 행동에 파비앙도 체념 한 듯 같이 손을 흔들었다.
배의 프로펠러가 돌아간다. 이제, 출발이다.
방을 찾는 줄리안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G60… 아 여기야. 방 문을 열자 방 양측으로 이층침대가 놓여 있었고 한 침대는 이미 두 명의 사람이 짐을 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줄리안이라고 해요. 미국을 가는 여정 동안의 룸메이트라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하는 모습이 여간 잔망스럽다. 그런 줄리안의 모습에 두 남성은 스벤은 어디 있어? -도박장의 그 남성을 말하는 듯했다.-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3등실과는 대조되게 일반 가정집 못지않은 고급스런 내부. 커다란 거울 아래로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도 있었고, 로빈의 키와 비등한 크기의 시계와 그림이 널려 있었다. 그림을 거는 메이드 사이로 방을 찬찬히 둘러보는 로빈의 시선이 방 앞으로 향했다. 자신의 약혼녀의 오빠. 즉, 곧 있으면 형님과 매제의 사이가 될 칼이었다.
"아아, 로빈. 또 그런 유치한 그림들을 보고 있는 거야? 그런 건 다 돈 낭비라고?"
"당신과 나의 예술 감각 차이죠. 아, 그 그림은 저쪽에 두세요."
그림은 꼭 꿈속에 있는 것처럼, 진실은 있지만 논리는 없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소파 위에 올려놓자, 자신을 도와주던 메이드가 다가와 물었다. 화가가 누구인가요? 피카소예요.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로빈의 뒤로, 칼은 여전히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비아냥댈 뿐이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피카소는 돈 한 푼도 못 벌 거야.
로빈은 그런 그를 가볍게 무시 한 채, 침실로 들어갔다.
"메이드와 너무 붙어있지 말라고? 내 여동생이 질투할 거야."
칼이 말 끝을 흐리며 내뱉었다.
배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신의 앞으로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여인이 눈에 띄었다. 남편이 광산을 찾아내 흔히 말하는 '졸부' 가 된 마가렛 브라운이었다. 로빈의 어머니인 러스는 그녀를 몰리라 부르며 기피하기 일쑤였다. 그녀를 가벼이 지나쳐 그들이 향한 곳은, 식당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실이었다. 이미 그곳엔 사교계에 한 목 한다는 인물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고, 로빈 또한 그들 사이에 껴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자리 왼쪽엔 자신의 약혼녀 쉘이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오른쪽엔 그녀의 오빠인 칼이, 맞은편엔 자신의 어머니인 러스 부인이 앉아 있었다. 이 배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가장 거대한 운송 수단입니다. 콧수염을 쓸며, 대화를 주도하고 있던 닉슨이 말했다.
"용골부터 끝까지 여기 계신 앤드류 씨가 모두 설계했죠."
"아아, 배를 만든 건 저여도 기획은 닉슨씨가 전부 하셨습니다. 커다란 증기 기관부터 호화로운 내부. 모두 말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칭찬은 이제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 지루함에 담배를 살짝 문 로빈이 불을 붙이려는데, 바로 옆에서 입에 문 담배를 빼앗는 그, 칼이었다. 제 담배에 신경 끄시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눈을 감고 한숨을 한 번 내 쉰 채 겨우 참았다. 그에 언제 온 건지 러스 옆에 자리한 몰리가, 약혼을 로빈과 쉘이 아닌 칼괴 로빈이 하겠어!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로빈은 작게 웃음을 삼켰다.
배 갑판 끄트머리에서 튀어 오르는 돌고래를 보며 소리를 지르던 줄리안이 이내 돌고래를 더 구경하겠다는 파비앙을 두고 갑판 난간에 기대 갈매기를 구경하는 부녀를 흑연으로 손이 까매져라 그리는데, 파비앙은 바다 구경을 마친 건지 갑판에서 어린아이와 뛰며 공을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공을 굴리던 파비앙이 지쳤는지 로빈 옆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배가 참 멋지죠? 네, 아일랜드 배예요. 아? 영국 배가 아닌가요? 아뇨, 아일랜드에서 1만 5천 명의 아일랜드 인이 만들었죠! 아일랜드처럼 단단한 배를 보세요!-아일랜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보아 그 사람은 아일랜드인이라는 게 확실 해졌다.- 배에 대한 소소한 담소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등실 갑판 위로 줄지에 커다랗고 기품 있는 개 몇 마리가 오고 있었다. 이런, 또 저러는군. 아일랜드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1등실 개들은 볼일을 꼭 여기서 보죠. 그의 말에 우린 일등실 개와 동급 인 건가요. 하며 줄리안이 말했다. 줄리안의 말에 그가 큭하며 손을 내밀었다.
"톰이라고 합니다."
"줄리안 퀸타르트. 반가워요!"
줄리안과 인사를 나눈 톰이 이내 파비앙과도 인사를 나누더니, 그림으로 돈을 버는 건가요? 하며 줄리안에게 말했다. 줄리안은 자신의 그림을 슬쩍 보여주며 대답을 했다. 아니, 하려 했는데.
바로 위층. 일등실 갑판이었다. 갑판 끄트머리에 기품있게 걸오는 누군가의 모습에 시선이 꽂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복에 단정히 착 내려앉은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에. 줄리안의 시선이 떠날 줄 모르자 질문을 했던 촘 마저 고개를 돌렸다. 난간에 기대 바다를 쓱 훑어보는 그의 모습에 톰은 고개를 다시 돌려 줄리안을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아아, 어림도 없어요.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요. 괜히 목만 아프죠."
하지만 그럼 톰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바람에 살짝 흐트러지는 검은 머리칼에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3등실 갑판엔 시선도 주지 않고 점점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바다를 훑는 그의 눈에 자신도 빠져버릴 것 같은 환상이 이르기까지 한다. 돌아가지 않는 자신의 시선에 옆자리에서 파비앙이 제 눈앞에 손을 휘휘 저어 보지만, 자세까지 바로잡고 더욱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자신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바다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두어 번 제게 짧은 시간 마주했다. 그런 그의 눈을 보며 줄리안은 웃었다.
그가 자신을 일부로 보지 않으며 다시 시선을 바다로 돌리려 하는 순간, 뒤에서 웬 젊고 신사적으로 생긴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그 남자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와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이, 줄리안과 로빈의 첫 만남이었다면,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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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땐 분명 길었는데 여기서보면 왜케 분량이 확 주는것같지..
미안 내가 필력이 딸려요.,
우와 근데 진짜오랜만!!!!!!!
내가 맘같아선 모니터머더머가꼬ㄹ올라했는데
하핳 쉬팝파 ㅇㄴㅅ 그분...ㅎ
대니로 바꿔놓긴했는데 데니가..욕을..반말을......
하..모니터머더머는 곳 옵니다!
내가 한편써놓고 올리고 써놓고 올리올리고라 언제올지는....아듀....
이번달안엔오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