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백현은 쓰러진지 사흘만에 정신을 차렸다. 백현은 내심 찬열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제가 몇일이나 누워있었어요?" "꼬박 사흘을 누워계셨죠. 언제 일어나실까 계속 노심초사했어요. 작은마님." "아...죄송해요.. 근데... 서방님은?" "그뒤론 큰댁으로 안오셨어요. 어찌나 매몰차신지..." 어멈은 혀를 쯧쯧 차고 상을 차려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쓰러지기 전 자신을 마구 희롱하던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저를 아프게한 사람이어도 마음에 담은 낭군인지라 보고싶은 백현이었다. "아마... 나한테는 욕정을 푸실 수가 없으셔서 안오신거겠지..." 혼자 중얼거린 백현은 아직 거동을 하기엔 불편한 몸을 침상에 뉘었다. 찬열이 자신을 오직 욕구해소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고 여긴 백현은 자신의 아픈몸이 원망스러웠다. 얼른 건강해져서 제 서방님이 못된짓을 하든 상처를 주든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었다. "작은마님께서 깨어나셨답니다." "그래...? 몸은 좀 어떻다더냐." "일어나셔서 식사도 하셨다고 합니다. 의원이 상처만 아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많이 편찮으시진 않답니다." "알겠다. 이만 가보거라." 백현이 쓰러진 뒤로 큰집으로 가지 않았다.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 이유모를 죄책감에 마음이 쓰렸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백현이 의식을 찾았다니 안도감이 드는 찬열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고 백현은 완전히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시어머니와 함께 장에 가서 일을 보기도 하고 집안일을 도와 이리저리 가쁘게 움직였다. 이제 어느정도 손에 익은 집안일은 실수가 줄었지만 백현의 고사리같이 고웁던 손은 이리저리 상처가 나서 엉망이었다. "아가. 내일 대감께서 고관들을 초대하셨다고 하니 새벽부터 일어나야 할것이야. 오늘은 일찍 자리에 들거라." "예..어머니." "혹시 찬열이가 너한테는 따로 기별을 넣고 있더냐." "아니어요..." "어찌 이렇게 소식이 뜸한지... 안사람이 올발라야 찬열이가 가정에 마음을 붙일 것인데...쯧" 백현은 자신이 부족해서 시댁어른들께 미움을 받는 것 같아 서러웠다. 하루종일 고된 일에 축 쳐져 제 방을 들어선 순간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조심히 발을 떼어 안으로 들어간 백현은 누군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놀랐다. "서...서방님." "......어딜갔다 이제 오는거지?" "어머니께서 내일 손님들께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라 이르셔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찬열은 아무 대답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아무 소리없이 시간이 흘렀다. 백현은 갑갑한 공기에 숨이 막혔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찬열은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그 적막을 먼저 깬건 찬열이었다. "잠자리에 들지 않을건가?" "네...? 서방님께선... 여기서 주무실거에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저... 오늘만 저랑 같이 잠자리에 들어주세요." "풋... 유혹하는건가? 그 정도는 부족하지. 좀더 요부같이 아양을 떨어야 내가 그대의 몸을 안아주지 않겠는가." "그것이..." 찬열의 희롱섞인 말에 백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찬열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백현의 부탁에도 찬열은 방을 나섰고 남아있는 백현은 그렇게 또 혼자 잠이 들었다. 찬열은 자신의 방을 건너가서 자리에 누웠다. 며칠동안 몰래 자고 있는 백현을 바라봐왔다. 처음엔 술김에 놀려주러 들어간 방엔 아기같은 얼굴로 색색거리며 잠든 백현이 있었다. 항상 관계할 때만 보았지 잠이든 얼굴을 처음 본 찬열은 깨울 수가 없었가. 그냥 그렇게 바라보고만 싶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잠든 모습만 보다 별채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어제, 백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찬열은 몸부림때문에 이불사이로 드러난 백현의 속살을 발견했다. 순간 욕정이 든 찬열은 평소 하던대로 백현을 덮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뭔가 머뭇거려졌다. 그 순간 뒤척이던 백현의 이불이 걷혀졌고 찬열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위험하다고 느껴 방을 나섰다. 별채로 돌아온 찬열은 이렇게 보고만 있으면 감정이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는 걸 깨닫고 다음날 백현을 찾아갔다. 그러나 또 아무말도 못하고 이렇게 나와버렸다. 와써욥. 다음화가기대되네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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