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하며 허리를 굽히고 있던 성규의 어께에 차가운 느낌이 닿아왔다.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에 놀라 부르르 떨며 뒤를 돌아보자 우현이 자신의 어께에 커피컵을 올린채 웃고 있는게 보였다.
저 새끼는 항상 뭐가 좋다고 실실 쪼갠데.
점점 우현에 대해 생각하는 게 거친 말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런 성규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게속 따뜻하게 웃던 우현이 커피를 걷냈다.
커피를 받아든 성규가 손에 퍼 지는 따뜻한 온기에 가만히 커피를 쳐다봤다.
손으로 퍼지는 따뜻한 온기가 오늘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하던 성규가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성규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까지 본 우현은 다행이라는 듯이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성규의 옆에 앉았다.
옆에 앉은 우현을 한번 쳐다본 성규가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와 타닥 거리는 자판소리가 번갈아서 울렸다.
계속 딸깍,딸깍...점차 소리가 줄어들더니 성규가 고개를 옆으로 휙하고 돌려버렸다.
"부서로 안돌아가시나요? 남팀장님?"
표정은 웃고 있지만 이를 악 물고 말하는 성규에 순간 살기를 느낀 우현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이제...돌아가야죠...하..하하...성규씨도 슬슬 퇴근해요.벌써 8시인데"
"아뇨.하던 디자인이 있어서요"
"성규씨,그만 들어가요,다른 팀원들도 눈치보느라 못 퇴근하는 거 같은데"
"이거만 하고 간...아니 잠시만 그걸 왜 남팀장님이 신경써요? 그리고 성규씨라고는 팀원들 있을 때 불러주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성규의 말에 순간 당황한 우현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다 부서를 둘러봤다.
팀장실 안인데도 밖이 훤히 보이고 크지않은 소리도 세어들어오는 걸 보니 자신들의 대화도 조금 흘러나갔을것이다.
항상 차갑고 능력있는 이미지의 성규한테 흠을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 우현이 급하게 사과했다.
사과를 받은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현이 다시 웃어보였다.
웃는 우현을 힐끔 쳐다본 성규가 커피를 다시 한모금 마시다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왜 테이크아웃커피에요? 보통은 회사에 있는 자판기 커피 아니에요?"
"저는 자판기커피보다 테이크아웃커피가 좋더라고요.사다가 성규씨 생각나서 하나 더 샀고요"
"아...감사해요.그리고 이 커피 제가 좋아하는 커피에요."
좋아하는 커피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다시 작업에 집중한 성규가 계속 옆에 남아있는 우현에 성규가 힐끔 쳐다보자 우현이 이쁘게 웃어보였다.
우현의 웃음에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린 성규가 우현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김팀장님.연애 해봤어요?"
에?네? 지금 무슨 질문을 하는 건 가 싶어 다시 질문을 곱씹어봐도 같은 질문이었다.
연애 해봤어요라...중얼거리던 성규가 밖에 있는 팀원들의 눈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성규의 행동에 순간 웃은 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많이 했을꺼같은데, 눈이 작긴해도 매력있는 얼굴인데 여자들도 좀 울려보고"
"아니에요.그보다 그게 왜 궁금해요?"
"그냥요. 아,우리 데크플레이트(바닥 구조에 사용하는 파형(波形)으로 성형된 판의 호칭) 설치 후에 레미콘 타설(시멘트와 골재들을 공장에서 미리 배합해와 거푸집 안에 들이 부어 굳이는 작업) 들어갔어요."
"알았어요.저희는 어느정도 구조가 세워지면 보러갈께요"
성규의 대답을 들은 우현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며 성규의 어께에 손을 올린 우현에 성규가 그 손을 쳐다보자 우현이 손을 움직여 성규의 어께를 토닥였다.
토닥이는 우현의 손길에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은 성규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떨어지는 우현의 손에 그냥 넘어갔다.
팀장실 문을 열고 나가며 여러분 성ㄱ..아니 김팀장님이 먼저들 퇴근하시래요라고 외치는 우현에 성규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풉하고 작게 웃었다.
그 소리를 들은 건지 뒤 돌아 유하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드는 우현을 본 성규가 또 다시 느껴지는 애매모호한 느낌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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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에요"
"그럼 이 디자인은 어떠세요?"
저번부터 의뢰가 들어온 디자인이었다.
벌써 별로라고 말한지 3주째. 한달이 다 되어간다.
레스토랑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부탁 맞춰 수정이 되어가고 있었고 이번 디자인은 꽤나 뒷 목을 잡는 일이었다.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취향이 독특한 클라이언트들을 많이 만나봤던 성규지만 이번 클라이언트는 정말 더 더욱 까다롭고 까칠하고 똑부러졌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디자인보다 1주나 먼저 시작한 디자인이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혼집이라는 말에 최대한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만들어 줘도 차갑단 말을 연신하는 클라이언트에 성규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것도 좀 차가운데..."
"휴...그럼 저 말고 다른 디자이어에게 부탁해 보시는 건?"
"아니요.저는 김성규씨가 잘하실거라 믿어요.그러니까 다시 부탁드릴께요"
"근데 신혼집인데 이렇게 오래 걸려도 되는 건가요?"
"아직은 괜찮아요. 결혼은 이제 할텐데 남편 될 사람이 갑자기 해외로 발령나서 내년으로 미뤘어요"
"아...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일어나자 따라 일어나 인사한 성규가 클라이언트가 밖으로 나가자 마자 털썩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정말 피곤하다.고개를 뒤로 젓히자 우드득하고 나는 뼛소리에 성규가 눈을 감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소리가 안났던거 같은데...나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던 성규가 나가야겠는 지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얼굴에 조용히 눈을 크게 뜨다가 다시 감았다 뜬 성규가 유하게 웃고있는 우현에 놀라 어버버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런 성규에 우현이 뒷짐지고있던 손을 움직였다.
순간 무서워 눈을 감은 성규가 갑자기 쓰쳐지나가는 유리조각같은 기억에 눈을 더 세게 감았다.
눈을 꽉 감은 성규가 볼에 닿는 따뜻한 느낌에 눈을 떴다.
또 테이크아웃 커피. 커피를 손으로 잡아들은 성규가 아무 말 없이 한입 들이켰다.
한입 마시자 마자 퍼지는 달콤함. 달콤함이 사라지자 씁쓸함이 입안을 사로잡았다.
성규가 조용히 우현에게 물었다.
"오늘은 카페모카가 아니네요? 저번에는 카페모카라 좋았는데..."
"오늘은 내가 카페모카에요.성규씨는 코코아카푸치노.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에요.오늘은 서로 바꿔먹어요"
받아먹는 입장에 싫다는 말을 못하겠는 성규가 아무말 없이 코코아카푸치노를 조금씩 들이켰다.
달달함이 입안을 가득 매우다 순식간에 씁쓸하게 바뀌었다.
표정을 살짝 구겼던 성규가 저도 모르게 다시 한입 마셨다.
생각보다 매력있는 맛이다.
코코아카푸치노를 마시던 성규가 우현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맛있네요.뭔가 남팀장이랑 어울려요"
"그런가? 카페모카도 성규씨랑 어울려요.아 근데 성규씨 뭐 하나만 말해도 되요?"
"뭐요?"
그게...살짝 뜸을 들이는 우현에 코코아카푸치노에 입을 가져가댄 성규가 홀짝하고 소리내서 마셨다.
다시 맛을 음미하며 입맛을 다시던 성규가 우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 뜸 들이는 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코코아카푸치노를 내려둔 성규가 고개를 돌려 우현을 살짝 보자 우현의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고개를 살짝 갸웃하던 성규가 우현의 입에서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게...처음 봤을때부터 느낀건데...여우 닮았어요"
"네? 뭐요?"
"여우요. 여우 닮았어요"
우현의 말에 당황한 성규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기분나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쪽은 이름 처음 들었을때 나무인줄 알았어요.나무현.근데 나무같지는 않네요"
"나무같지 않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냥 안 듬직하다고요. 처음 봤을때 느낌은 그냥 개같았어요"
"네? 잠시만요. 욕한거에요?"
우현이 눈을 크게 뜨고 물어오자 성규가 순간 큽하고 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웃는 성규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입을 삐쭉 내민 우현이 들고있던 카페모카를 내려두고 팔짱을 끼며 벽에 기대어 섰다.
그런 우현에 웃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성규가 말을 이었다.
"개상이라고요.개상.멍멍이같다고요.그니까 입 좀 집어넣죠?"
성규의 말에 내밀었던 입을 원래대로 집어넣은 우현이 살짝 웃었다.
우현의 웃는 모습에 살짝 전기가 통하는 느낌에 성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워요?성규가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에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우현에 성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요? 성규의 반응에 근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간 우현이 내려놨던 카페모카를 집어들었다.
"그만 나갈까요? 이제 일해야죠?"
"그렇죠.그만 나가요"
먼저 나가는 우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성규가 우현의 뒤를 따랐다.
아무생각없이 가만히 앞을 보니 자신보다 조금 큰 키의 우현의 등판이 보였다.
넓다...작게 중얼거린 성규가 다시 우현의 등판을 자세히 봤다.
이번에는 답답함이 느껴지자 성규가 가슴께를 살짝 쳐내었다.
왠지 찌릿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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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아직 살짝 부족한데...조금만 더 따뜻하게요. 아직 좀 모자라요"
클라이언트의 말에 성규가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혼집이니까 따뜻하고 아늑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던 성규가 좀 더 고쳐보겠다며 입을 열었다.
크라이언트가 급한 일 때문에 가야된다며 일어서자 성규도 따라서 일어났다.
인사를 하고 팀장실로 돌아온 성규가 의자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따라 속이 자주 답답해서 그런지 힘도 얼마 없다.
몸도 나른한게 또 다시 힘이 풀려 책상에 엎드린 성규가 한숨을 쉬었다.
남우현 요즘은 안오네
자신도 모르게 우현을 생각한 성규가 순간 나오는 웃음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왜 웃은거지..?
당황한 성규가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답답해지는 속에 가슴 언저리를 툭툭 치던 성규가 팀장실밖으로 나갔다.
팀장실 밖으로 나가자 작업 중인지 심각하게 얘기하고있는 동우와 호원이 보였다.
살짝 그 둘 가까이 다가갔다.
"형,오늘은 뭐 먹을까요?"
"나는 쭈꾸미 먹고 싶은데"
"그래요? 그럼 쭈꾸미 먹을까요?"
"심각하길래,뭔가했더니 밥얘기였냐?"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란 동우와 호원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리자 책상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있는 성규가 보였다.
그런 성규를 보고 어색하게 웃던 동우와 호원이 팬을 들고 설계도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회의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둘에게 피식 웃어보인 성규가 아직도 속이 답답한지 가슴 언저리를 다시 쳐내렸다.
가슴 언저리를 쿵쿵 쳐대는 성규를 보던 동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열었다.
"어디 아파요?"
"아니 그냥 좀 체했나봐"
"점심 전인데? 뭐 먹은거 있어요?"
"아니 없어"
"그래요? 우선 손한번 따볼래요?"
동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성규가 손을 내밀었다.
성규의 팔을 잡은 동우가 호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우의 손에 노란 고물줄을 하나 쥐어준 호원이 성규의 팔을 잡고 피를 모았다.
엄지 손가락을 노란 고물줄로 꽁꽁 감싸맨 동우가 서랍을 열어 반짇고리를 꺼냈다.
반짇고리 안에서 바늘을 하나 꺼낸 동우가 찌른다.찌른다하고 말했다.
동우가 찌르려 하자 식겁한 성규가 동우의 손에있는 바늘을 뺐어들더니 호원에게 건넸다.
"니가해,쟤는 왠지 불안하다"
"나도 잘 못해요"
"니가 제보단 낫겠지"
바늘을 잡아들고 멍하니 성규의 엄지손가락을 보던 호원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가지고 성규의 엄지손가락 가까이 바늘을 가져갔다.
찌른다.라고 말하는 호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에 눈을 꼭 감고있던 성규가 살짝 실눈을 떴다.
실눈을 뜨자 보이는 바늘을 들고있는 우현에 놀란 성규가 어버버거리자 우현이 살짝 웃었다.
"체했나봐요.손따는건 내가 전문이지.손줘봐요"
아무말 없이 우현에게 손을 내민 성규가 다시 눈을 꼭 감았다.
그런 성규를 보며 귀엽다는 듯이 살짝 웃던 우현이 이제 찌릅니다.하고는 바늘을 살짝 가져다대었다.
따가운지 몸을 살짝 비꼬며 아하고 외마디 비명을 남긴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피가 검지는 않네요.심하게 체한건 아닌가봐요"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성규가 속이 금방 시원해짐을 느끼고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자신의 솜가락을 지열하고있는 우현을 바라봤다.
한 일주일 만에 보는 건가.가만히 보고만 있던 성규가 갑자기 고개를 드는 우현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뭐라해야할지 모르는 기분과 설레임,두근거림이 동시에 찾아와 성규를 혼란스럽게했다.
따지않은 성규의 다른 손에 무언가가 쥐어졌다.
고개를 돌려 손을 쳐다본 성규가 손에 들려있는 테이크아웃커피에 우현을 쳐다봤다.
성규가 자신을 쳐다보자 씩 웃은 우현이 성규의 손을 가르키며 말했다.
"오늘도 코코아카푸치노에요"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모금 들이켰다.
달달한 맛 뒤에 씁쓸한 맛이 혀를 사로잡았다.
다시 우현을 바라보자 설레어오는 기분에 성규가 눈을 세게 감았다.
그때 이마에 느껴지는 감촉에 눈을 뜨자 우현의 손이 이마에 가있었다.
"열은 없는데 얼굴은 왜 빨갛게 물들었데"
"놔둬"
우현의 손을 살짝 쳐낸 성규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우현을 바라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남우현을. 우현을 보자 두근거리는 마음에 성규가 혼란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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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슬나무 입니다
제가 글을 두번째로 올리는 데 첫번째 글에 댓글 달아주신 두분 정말 감사드려요ㅠㅠ
진짜 두분 덕분에 힘이 납니다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