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한번은 친구 손에 이끌려서 억지로 본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귀여운 곰인형과 로봇들이 잔뜩 나오던 애기들 영화.
공장에서 나와 저들끼리 으쌰으쌰하며 돌아다니는 게 머릿속에 콕 박혔던 그런 애니메이션이었다.
거기서 나왔던 조그마한 요정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요정이 계속 생각이 나곤 했다.
그런 요정이 실제로도 있으면 얼마나 귀여우려나.
나는 지루하고 따분하면서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힘든 일상에 지쳐있었다.
그래서 한번은 소원을 빌고 잤다.
내가 그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요정을 나에게도 보내달라고.
지금 생각하면 되게 유치하고 멍청한 소원이었지만, 나는 그게 내 일상을 바꿔 줄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척척한 일상에 내리는 봄비같은 그런 느낌. 그런 걸 바랐기에 그 애같은 소원을 빌 수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아직 내가 잠에서 덜 깬 것인지, 아니면 아직 꿈인건지.
놀랍게도, 내 눈앞에 손바닥에 쏙 들어올만한 생물체가 서 있었다.
얼른 일어나라는 듯 이불 위에서 방방 뛰는 게 딱,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그 생기발랄한 요정과 빼닮았다.
"얼른 일어나라구!"
날개도 없는 주제에, 가볍게 날아선 일어난 내 어깨 위로 올라선다.
내 뺨을 쿡쿡 찌르기도 하고, 제법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스캔 과정을 거치 듯 아무 말 없이 서있다가, 고개를 두어번 끄덕.
"좋아, 너 합격이야."
뭐가 합격이라는 건지. 내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묻자 허리에 양 손을 얹고는 나에게 말한다.
"이해하기 힘들테니까 일단은 주인이라고 해두자."
으쌰, 작은 몸에 알맞게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침대 밑으로 내려가더니 펑하곤 연기와 함께 불쑥 커지는 요정.
왠만한 성인 몸크기보단 작지만 나보다는 크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또 가만 쳐다보자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고.
"만나서 반가워, 나는 행복 담당 요정 박지민이야."
앞으로 너의 일상이 밝고 행복해지게 도와주는 게 내 담당이지.
나와 자주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때에 따라서 작아지고 커지고는 내 자율이니 너무 걱정은 안 하는게 좋아.
내가 일반일처럼 하고 다니길 원하면 언제든지 말해, 이런 모습으로 바꿀 테니까.
하면서 다시 처음 봤던 손바닥 크기로 돌아온 지민이 내 손을 뒤집더니, 그 위로 올라간다.
"너 소원 빌었잖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구. 그래서 내가 온거야.
씩 웃는 지민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마는, 행복 담당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 작은 에너자이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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