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세훈아! 하는 놀란 민석이의 목소리가 세훈이를 불러세우려 했지만 고개만 뒤로 돌려 꾸벅 고개를 숙여보인 세훈이는 등을 구부정하게 만들어 몸을 웅크리더니
슥슥, 벗은 발이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세훈이, 왜 그러는거야?"
"가끔씩, 가끔씩 그래요. 신경쓰지 마세요, 형사님."
내 부름에 퍼뜩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인 민석이는 또다시 나를 달래기 위해 마음에도 없어 보이는 말을 내뱉는다.
손에 집어넣은 손톱을 똑, 똑 소리가 나도록 씹는 행동에 괜히 마음이 같이 조급해진다.
[EXO/민석백현찬열경수세훈] 형사님 06
-이 글의 본 바탕은 커플링이 존재하는 팬픽 글이 아니예요, 하지만 찬백은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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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아."
나와 민석이가 가만히 앉아 아무 말 없이 눈물만 죽죽 흘려대는 세훈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기척도 없이 문을 열고 나온 경수가 세훈이의 이름을 불렀다. 전혀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저 목소리의 주인이 경수가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던 세훈이는, 경수의 목소리에 그 눈물젖은 얼굴을 들어올렸다.
"형, 경수, 형."
바싹 메마른 입술을 벙긋거리며 축축히 젖은 목소리로 경수의 이름을 불러대며 더더욱 눈물을 쏟아대는 세훈이에 놀라버린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경수의 목소리에 곧바로 반응하는 세훈이도 세훈이었지만,
경수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나를 누님, 하고 부르는 목소리와는 도저히 같은 주인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게 갈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잔뜩 신나있던 그 어린아이 같던 소년스러운 목소리는 어디로 가버린건지 낮게 가라앉아 쩍쩍 갈라지는 그 목소리는,
마찬가지로 엉망이 되어버린 본디 말갛던 얼굴과는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왜 울어, 세훈아."
"몰라, 몰라요. 나도 모르는데,"
"계속 울면, 세훈이 아플텐데. 형은 세훈이 아픈 거 싫은데."
세훈이를 향해 손을 뻗더니 그 손으로 바닥에 널부러진 세훈이의 손을 감싸쥔 경수는 세훈이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덩달아 고개를 들어올려 경수와 시선을 마주한 세훈이는 경수의 웃음에 입술을 실룩이더니 결국 와앙-소리를 내며 서럽게 눈물을 터트렸다.
당황해 그대로 굳어버린 나와 달리, 내 옆에 가만히 서있던 민석이는 담담하게 제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서있었고
쪼그려 앉아있던 경수는, 어린아이마냥 울음을 터트린 세훈이를 끌어안았다.
"그만 울자. 그만 슬퍼야지 세훈아."
"엄마, 엄,마아, 아파, 아파요, 엄마,"
"응응, 엄마 여기 있어요 세훈아.
엄마랑 밥먹자, 응?"
저를 어르고 달래는 경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린 세훈이는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경수와 맞잡은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
결국 식탁에 마주앉은 경수와 세훈이는 얌전히 밥을 입으로 퍼 날랐다. 아무말 없이 묵묵히.
그 옆에 서있는 우리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듯이.
그리고 내 옆에서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던 민석이는 발을 움직여 내 방과 마찬가지로 문에 색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방에 들어서서는
한참동안 부시럭대며 뭔가를 찾더니 손에 약봉지를 들고 다시 부엌으로 걸어나왔다.
아무 말 없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르더니 약봉지와 함께 한참 밥을 집어먹던 세훈이에게로 다가섰다.
"세훈아, 밥 먹고 약먹자."
민석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물이 담겨있던 유리잔이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민석이를 돌아보지도 않고 식탁 위에 올려져있던 컵을 팔로 밀어버린 세훈이 탓이었다.
놀란 마음에 민석아,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입술을 두어번 소리없이 달싹이던 민석이는 괜찮아요, 하는 목소리와 함께 싱긋 웃어보이더니
허리를 숙여 묵묵히 깨진 유리창 파편들을 정리하더니 다시 일어서서 슬쩍 웃어보였다.
"경수야, 세훈이 밥 먹고 약 먹여."
"형, 그래도,"
"백현이나 찬열이랑 부딪히면, 더 안좋을거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 굳은 표정으로 결국 고개를 주억거린 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질근질근 입술을 씹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세훈이의 입 안에 숟가락 가득 밥을 퍼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내 팔을 톡톡 친 민석이는 슬쩍 턱을 움직여 고개짓을 하더니 따라오라는 의미인지 손을 살랑거린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보면 싱긋, 다시 웃어보이더니 내 손목을 잡고 질질, 집 밖으로 끌고 나선다.
"잠시만, 밖에 있다가 가요 우리."
"민석아, 세훈이,"
"물어보셔도, 대답 못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꼬리를 툭, 잘라먹더니 꽤 단호한 표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해 보인다.
민망함이 얼굴 가득 드러났는지 어색하게 웃더니 손을 설레설레 젓고 고개를 푸욱 수그린다.
축 처진 어깨가 괜히, 속을 쓰리게 하는 것 같아 덩달아 고개를 푸욱 숙이자 뭐가 웃긴지 푸흐흐 웃는 모양새가, 참, 열아홉이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세훈이, 왜그래?"
"세훈이가, 많이 아파요. 그래서 그래요."
"그럼 병원을,"
"병원가면 더 아파요, 그래서 안돼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눈을 데굴, 굴리면 씨익 이를 드러내어 보이며 웃더니 내 머리 위로 슬쩍 손을 올린다.
그러고는 형사님, 정말이지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 예의바른 호칭으로 나를 부른다.
응. 곧바로 대답하면, 또 다시 푸흐흐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보인다. 말간 웃음이, 괜히 우울해보인다. 울고 있던 세훈이의 얼굴과는 다른, 그런 우울함.
"나중에, 조금 더 나중에, 세훈이가 안아프면, 그때 세훈이한테 물어보세요."
"너는, 너한테는 왜그러는데?"
"세훈이는, 아플 땐 저 싫어해요. 경수말고는 아무도 못달래요."
"경수랑 세훈이는,"
"형사님 그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 질문에 또다시 씨익 웃으며 말꼬리를 툭 잘라낸다.
너는, 왜 그렇게 숨기고 있는게 많아. 그 예의바른 단정한 얼굴 뒤에는 뭐가 숨겨져 있는걸까 민석아.
따지고보면 저 아이들이 잡혀가지 않고 있는 이유도, 나 네가 있기 때문인데, 너에게 가장 감사해야할 아이들인데, 왜 너는, 그렇게 죄인같은 얼굴을 해.
"백현이가 아프면, 찬열이만 달래줄 수 있어요."
갑작스럽게 백현이와 찬열이의 이름을 끄집어내는 민석이는 여전히 싱긋 웃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 추운지 몸을 웅크리며 흐흐, 웃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왠지 모르게 씁스름한 묘한 웃음이었다.
반쯤 벌어져서 하얗게 드러나는 이가 무색할 정도로, 씁스름한 묘한 웃음.
"그리고, 세훈이가 아프면, 경수만 달래줄 수 있어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제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는 나를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더니 눈을 마주하고 다시 슬쩍 웃는다.
후우, 한숨을 내쉬면서 습관인지 두어번 소리없이 입술을 달싹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제가,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요.
제가 그 아이들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울지마, 민석아."
"괜찮아요, 안울어요."
누가봐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수 있는 뻔한 거짓말을 하며 또 푸흐 소리를 내며 웃는 민석이의 목소리가 축 젖어있었다.
고개를 들면, 동그란 코 끝이 벌겋게 물들어있었다.
그뿐이랴,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바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속눈썹은 이미 젖어있었다.
그렇게 눈물을 삼켜내는 민석이의 옆에 얌전히 앉아 나는 추위에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끅끅대는 소리를 내며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집어삼키는 민석이의 옆에 앉은채로,
민석이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예의 다정한, 싱긋, 하는 그 미소를 지어보일 수 있을 때 까지,
다시 얘들아, 하는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 까지,
그저 옆에 얌전히 앉아 아무것도 없는 빈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기만 했다.
물론, 민석이와 내가 없는 사이, 세훈이에게 밥을 먹이고 약까지 먹여 재운 경수가 세훈이 곁에서 같이 잠드는 사이,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가만히 밖에 앉아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들어가요, 이제."
"괜찮아?"
"에에, 괜찮아요. 아 창피하다."
정말 창피한건지 양 볼을 붉게 물들이고 헤헤, 웃어보이는 얼굴이 영락없는 소년의 그것이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일년전의 나도, 이런 얼굴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웃었을까. 하는 늙은이같은 생각에 허허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내 손을 잡아끌어 엘리베이터에 태우더니 익숙하게 층수를 누르더니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대고 선다.
띵동, 하는 무난한 종소리와 함께 층수를 알리는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린다.
그 벌어진 틈새로 빠져나와 집 문 앞에 선 민석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닫힌 문 틈새로 들려오는 것은, 희미했지만 틀림없는 고함소리였다.
다급하게 번호키를 입력하고 문을 여는 민석이의 얼굴은 사납게 굳어있었다.
"씨발, 이 씨발새끼."
"으, 으어, 열, 아, 아흐,"
"내가, 약 그만 처먹으라고 했지 이 씨발, 개새끼야!"
"으우, 웩, 웨엑-"
초점없이 흐릿하게 풀려있는 눈을 한 백현이의 멱살을 틀어쥔 찬열이는, 울고 있었다.
악을 쓰며 이미 벌겋게 부어오른 백현이의 얼굴을 내려치는 손길과는 축축히 젖은 두 눈은 이질적이었다.
그에 반해 백현이는,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하얀 얼굴이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오른 백현이는, 찬열이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죽죽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반쯤 벌어진 입술은, 의미없는 토악질을 하고 있던 물어뜯긴 입술은, 비실비실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초대받지 못한 침입자였던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보고 있던 나는,
뒤에 서있던 민석이의, 단단하게 나를 받쳐주는 팔이 없었더라면,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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