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엑스원/김요한/김우석]
[도시경찰:The Mad City]
*트릭*
[prologue: The Mad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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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수사팀]
"다들 수고했다.
긴 시간 야근에다 외근까지,
집이 많이 그리웠을 텐데.
먼저 들어가 봐."
이번 한 주는 수사팀 전원에게 고난의 행군이었다.
좁혀지지 않는 용의자 명단에
행인도 없는 새벽에 일어난 사건인지라
직접 사건이 일어난 현장과 멀리 떨어진 부근까지
일일이 발로 뛰어다녀야했고
혹시나 해서 만든 수사팀의 목격자를 찾는다는 전화번호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 허위 신고로 들이찼다.
잠은커녕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녔던 탓에
금세 팀원들의 얼굴이 반토막이 되어있는 것을 본 우석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나머지 서류작업은 본인이 날밤을 새서라도
윗선에 보고할 테니 먼저들 퇴근하라 지시했다.
"...........그 서류작업 오늘 안으로 다 못 끝내요.
이번 사건 보고할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휘파람을 불며
오늘 술이나 한잔하자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혼자 남아서 우석에게 한 소리 하는 사람은
"내가 퇴근 지시 안 내렸으면
이 서류작업,
네가 남아서 해야 했어.
내가 그 모습을 가만 놔뒀을 거 같아?"
단 한명 ㅇㅇ가 뿐이었다.
도도하게 팔짱을 낀 채로
우석이 자연스럽게 타자를 치는 모습을 보던
ㅇㅇ는 이대로는 안되겠는지 컴퓨터 모니터와 연결된
중앙 케이블을 잡아 당겨 강제 종료시켰고,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듯이 키보드를 두들기던 우석은
검정 화면만 반기는 모니터에 당황 한번,
컴퓨터 뒤편에서 뿅하고 튀어나오는 ㅇㅇ가에
한번 벙찐 표정만 내비쳤다.
"ㅁ,뭐요. 우리만 생각할 게 아니라
팀장님 본인은.
본인은 도대체 언제 챙길 건데요."
당돌하게 케이블 선을 뽑는 것까지는 했지만,
뒷감당까지는 생각을 하지않았던 건지
무표정의 우석에 ㅇㅇ는 말을 버무리다
후닥닥 팀장실을 빠져나갔다.
"..........."
뭐 서류 보고 쯤이야,
정리하는 데 좀 걸렸다고 치고
내일마저 작성하자던 우석은
케이블을 뽑고 도망가던 ㅇㅇ가 생각났다.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데려다줄까.
아님 배고프니깐
같이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고 말해볼까 하던 찰나에
11층에서 내려오던 엘레베이터는
우석이 있는 8층에서 멈췄고.
"어? 팀장님. 아직 안가셨어요???"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ㅇㅇ가와
"안녕하세요. 외사과 김요한입니다."
외사과 김요한이었다.
**
외사과 김요한.
태권도와 유도 특기자로 특채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검찰을 배후에 두고 있는 낙하산이라는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그런 놈이 이젠 외사과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우석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나 근래 들어 김요한이 외사과에서 우석 본인이 팀장으로 있는
수사팀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이 만연하던데,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넌 컴퓨터 전원 꺼놓고 도망가더니
왜 아직도 여기 있냐."
김요한과 은근 친밀도가 높아 보이는 ㅇㅇ의 모습에
불만 가득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하니,
우석과 요한 그 사이에 있던 ㅇㅇ는
괜히 민망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ㅇ,아니 그게.... 김요한이."
뭐라 쫑알거렸다.
"제가 밥 먹자고 11층으로 불렀습니다.
안 그래도 마른 애가 얼굴 반쪽이 되어서
다니는 게 안쓰러워서요."
엘리베이터의 숫자만 주시하던 요한은
ㅇㅇ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이어서
본인이 밥 먹자고 부른 거라며 우석의 말을 받아쳤고,
덕분에 할 말이 없어진 우석은
애꿎은 입술만 깨물며 전방을 주시했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2층에서 1층으로 바뀌려는 차에
요한이 입을 먼저 열었고.
"팀장님도 이미 아시겠지만,
저 다음 달부터 수사팀으로 출근합니다."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이기에
잠자코 있던 ㅇㅇ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디서 감히 팀장님께 일개 팀원이 선방을 때리냐는 듯
요한의 팔을 잡아끌었다.
담담하게 듣고만 있던 우석은
요한의 한마디에 전혀 타격감이 없다는 듯
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다
[1층입니다.]라는 엘리베이터의 소리와 함께 맞
받아치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지하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수사팀에 온다고 해서 수사 파트너를 김ㅇㅇ으로
붙여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
경찰청 앞,
둘은 자주 애용하던 국밥집에 들려
늘 먹던 순대 국밥 한 그릇 씩을 주문했고
빈속에 뜨끈한 게 들어가서 그런지 금세 혈색이
돌아온 ㅇㅇ의 모습에 요한은 흐뭇했다.
"아깐 왜 그랬냐.
첫 대면부터 팀장님한테 눈을 부라리더니,
이젠 머리까지 미쳤냐."
외사과 사람들에게 얘기만 듣던
수사팀 김우석 팀장을 처음 만난 요한의 머리에는
단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외사과 사람들 말대로 기생오래비처럼 생겨가지군,'
그런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던 요한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갈 일이 없었고.
우석이 ㅇㅇ를 쪼는 듯(?)한 말투를 보이자마자
요한은 반사적으로 ㅇㅇ를 본인 쪽으로 잡아끌었다.
"김ㅇㅇ 너네 팀ㅈ...아니 이젠 우리 팀장님이지.
쨌든, 팀장 근처에 가지마.
갈때 가더라도 나 옆에 데리고 가."
"? 뭔소리야 또."
"그런게 있어 임마. 눈치 빠른 파트너가
한 마디 하는거야."
"......너 우리 팀장님 면전에 대놓고
욕한 적 있지."
"그런 대가리 박을 짓은 안 하거든."
누구처럼 팀장님 컴퓨터 선 잡아 뽑을 만큼
막무가내가 아니라서 말이야.
킥킥대며 순댓국 뚝배기로 시선을 돌리던 요한에
ㅇㅇ는 "? 요한이 목숨 2개 아니면
입조심하자" 라며 받아쳤다.
뚝배기까지 씹어먹을 테세를 보이던 ㅇㅇ가
다 먹고 나서 "어- 시원하다- " 라는
아재 본성을 드러내니
ㅇㅇ의 맞은편에서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바라보던
요한은 눈이 반달이 되도록 접으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귀여워 진짜."
"야, 너 내 막냇동생 해라."
?? 얘가 진짜 미쳤나.
??뭔?? 지금 '너, 내 동료가 되어라.'라고
비장하게 말해도 모자를 판인데
얘가 진짜 미쳤는지 자꾸 동생 타령이나 하고 앉아있으니
ㅇㅇ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계산서를 갖고 먼저 일어났다.
"미친놈 진짜."
**
[국과수]
백색 형광등 아래서 포비돈 용액으로
포셉과 켈리를 닦던 두 남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오후에 해부해야 할 시신이 3구나 들어왔고
덕분에 점심을 해결할 시간마저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해부용 물품들을 빠르게 빠르게 소독하는 중이었다.
"선배님, 제가 해야 하는 건데....!"
국과수에 발을 들인지 겨우 8개월.
일반 회사로 따지면 이제 막 입사한 신입들에게는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해오라는 심부름이 주된 업무라면
이 곳 국과수에서는 시신 해부용 물품들을
정리하고 소독하고...를 반복하며 죽은 자들과 같이 있는 걸
익숙해하는 게 주된 업무이다.
"한 명이 하는 것보단 둘이 더 빠를 거 아냐,
괜찮아 준호 너도 밥 먹어야지."
코를 찌르는 독한 포비돈 용액의 독한 냄새에도
마스크 없이 소독하던 승우는 쩔쩔매는 준호를 보며
싱긋, 한 번 웃어주다
준호의 어깨너머 방화벽에 드리워진 누군가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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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이가 여긴 웬일이야?"
"아씨, 형. 그놈의 짤랑이."
수사팀 소속인지라 국과수를 팀장실 마냥
오고 가던 우석의 모습을 자주 보던
국과수 몇몇 여자 수사관들은
우석의 모습에 짤랑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심심찮게 짤랑이 앓이를 목격한 승우는
이젠 우석이라는 이름 대신
짤랑이라고 불렀다.
"왜 귀엽잖아 우리 짤랑이.
우석이는 너무 딱딱한데 짤랑이는 뭔가 말랑말랑한 게
너랑 딱 어울린다니깐."
"ㅇ,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냐.
형 그게 말야"
"ㅇㅇ가 때문에 그런 거지 뭐."
"...........맞아."
수사팀의 카리스마.
현장을 지휘하는 수사팀 김우석 팀장이
승우 앞에서는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형, ㅇㅇ가.
외사과 김요한이랑 원래 그렇게 친했어?"
"어?.........그게"
사실 승우는 이곳 국과수에 오기 전까지
중앙 경찰학교의 교육담당관이었다.
그래서 ㅇㅇ가와 요한이를 모를 리가 없었고,
특히 태권도/유도 유단자이자 특기자인 요한이를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얼떨결에 경찰 조직에 들어오긴 했으나,
아직 어안이 벙벙한 요한이에게
초심을 잡아준 것도 어찌 보면 승우 본인이었고
요한 역시 그런 승우를 믿고 잘 따랐기 때문에
둘은 서로 다른 기관에 배치되었어도
격없이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중앙 경찰학교에 있을 때부터
요한이 ㅇㅇ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까지
아는 승우는 이 사실을 우석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요한이가 ㅇㅇ가 동기잖아.
서로 치고받고 많이 했고.
절대 우정이지 뭐, 그런 사이까지는 아닐걸,"
"....그치? 내가 괜한 걱정 하는 거지?
김요한 외사과에서
우리 팀으로 발령났다는 데
왠지 ㅇㅇ가 때문에 발령나는 거 같아가지고...."
"수사팀을 원하는 사람이 어딨어,
게다가 동료 하나만 보고
수사팀에 지원하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라며
우석의 어깨를 힘 있게 그러쥐었다 놓은 승우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는 우석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두 동생 모두를 아끼는 승우는
누구 하나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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