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연쇄범죄자 카이
X 경계 쩌는 탐정 디오 01
W. 쟁순이
"디오, 프린스 찰스 시네마(Prince Charles Cinema)로 다녀오시게. 되도록이면 오늘."
"예. 알겠습니다."
며칠간 디오를 붙잡고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 수사경과를 설명하던 교수가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치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사실 사건이 발생한지는 이미 수개월이 지난 채였다. 시내의 한 극장에서 일어난 난동. 극히는 살인 미수라 불릴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재범 가능성이 크기때문에 경찰 측에서 세심히 수사를 진행하던 중, 해당 극장에 대하여 흉흉하게 퍼진 괴담으로 인해 극장주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수사를 조금 더 서두르게 되었으며 다시 한 번 현장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경찰측에서 업무로 인해 디오에게 현장출동을 직접 맡겼다.
"웨스트 엔드, 프린스 찰스 시네마(Prince Charles Cinema)."
덜컹거리는 택시 안에 앉아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디오의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그리 외진 곳이 아닌 시내 한복판인데, 어떻게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를 생각을 했을까. 범인이 보통 놈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가는 찰나, 택시가 극장 앞에 도착했다. 극장은 생각보다 더욱 작았으며 극장주가 경찰에게 전했던 말처럼 범인에 대한 흉흉한 소문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듯 보였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밀려와 디오가 잠시 몸을 떨었다. 바닥도 벽도 천장도 회색의 울퉁불퉁한 돌로 되어있었다. 공기부터가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이 뚫린 큰 창문덕에 어둡지는 않았으나, 곳곳에 두터운 먼지가 쌓여있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공연 팜플렛에도 발자국, 또는 밖에서 들어온 빗물에 젖었다 마른 자국들이 선명했다. 극장 내부는 많은 문이 있었다. 모두 열어봤지만 오페라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 방은 한 곳이었다.
이곳이다, 싶어 들어서자 문이 쾅 닫혔다. 적막함이 귀를 감싸왔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만큼 매우 어두워서 디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항상 챙겨다니던 라이터를 급히 꺼내어 켰다. 앞으로 더듬더듬 나아가던 찰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 때 관객석 뒷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하마터면 정말로 넘어질 뻔했지만 힘겹게 중심을 잡고 무대에 몸을 기대어 섰다.
"불이라도 지를 셈이야?"
그 한마디 해놓고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아이처럼 깔깔 웃어대는 목소리였다. 또 넘어질뻔한 만큼이나 당황스러움이 컸으나 차분하게 대답했다.
"누구지?"
"그러는 넌 누군데?"
"먼저 밝혀줬으면 해."
"탐정님이 뭐가 아쉬우셔서 일개 시민이 그렇게나 궁금하신지."
"………"
"나로 말하자면,"
나는.
오페라의 유령이야.
그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디오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디오가 방심한 채 깜짝 놀라 화끈거리는 귓가를 붙잡고 있자니 또 어느샌가 멀어져 신나게 웃는 목소리가 들려 약이 오르기 짝이 없었다.
물론 공간 안에는 둘뿐이었으나 가까이 다가와 말을 할 때에는 정말로 둘 뿐인것처럼. 더 좁은 곳에 가두어 진 것처럼 공기가 흐르는 그 적막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네가?"
다시 이성을 붙잡고 생각해보니 처음 박사가 전해준 말이 생각났다. 같은 범인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꽤 일어났기 때문에 범인이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것.
저 자가 범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살폈으나 보일리 없었다. 놓친 라이터를 다시금 들고 불을 밝히자 이번에는 바로 디오의 눈앞에 있었다.
놀랄만도 했으나, 그럴 새도 없이 얼굴을 찬찬히 보아야 했다. 사건의 목격자는 있었어도 범인에 대한 목격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얼굴을 반만 가리는 흰색의 깨끗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전형적 동양인의 피부색에 피부는 매우 좋았다. 머리만은 잿빛이 도는 은발이었는데 상당히 푸석해보였다. 나른한 듯 조금 감긴듯이 보이는 한쪽 눈이 디오를 놀리듯 쳐다보고 있었다. 콧볼이 둥글고 한쪽 입꼬리는 즐거운지 한껏 올라가 있었으며 꽤 섹시해 보였다.
하지만 디오로서는 잡아야 할 범인이기에 아무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는 사이 얼굴을 디오에게 점점 더 가까이 했다. 자각한 디오가 상체를 뒤로 빼니 그가 디오의 눈을 가린 후 마스크를 벗었다.
서로의 얼굴 사이에 자신의 손만 둔 채 정면으로 밀착했다. 디오는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줄 알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그만 둬. 더이상 못 하게 될거야. 널 잡으려고 여러곳에서 극성이니까… 물론 나도, 그 속에 포함되고…"
"글쎄,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는걸?"
또 한번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려다 꾹 참는 목소리에 디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꾸만 디오를 조롱하는 듯 이성을 잃도록 만들고 있었다. 당장 경찰을 불러 수갑을 채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녀석이 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밀착해 있었으니까.
"이것만큼 재미있는 일을 찾아준다면 생각좀 해볼게."
"네 놈이 자꾸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는 이유가 도대체,"
"쉿, 조용히. 탐정님. 그런걸 묻는건 실례예요. 이유가 어디있어? 재미있으니까 하는거지."
"………"
"그럼… 자. 나 싫어해도, 다음에 또 봐… 응?"
이번에는 귀에 대고 나긋하게 말을 했다. 이상한 느낌에 온몸을 떨었다. 디오의 눈을 가리던 손이 떨어지고 녀석도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디오는 잠시동안 자리에 혼자 멈춰서서 범인을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범인과 아주 가까이서 대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고는 디오의 몸에 힘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디오는 몸을 힘겹게 돌려 무대 위 채 지워지지 못한 배우들의 혈흔을 한 자리 한 자리 살펴보았다. 다들 급히 변을 당한것이 분명했는데 어느 한 배우는 뒤를 찔리고 무대 앞쪽으로 엎어져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또 한명은 옆에서 변을 당한 배우의 직후에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혈흔이 꽤 심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목이나 심장같은 곳을 찔렸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무대 뒤를 보니 굉장히 난잡했다. 사건 상황 이후로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 뻔한 모양새였다.
그렇게 공연장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더 이상은 볼 것이 없었다. 자기 스스로도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부르던 그 목소리도 더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디오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까의 만행이 떠올라 이 공간에 계속 있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오는 발걸음을 택시로 돌렸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잊혀지지는 않았다. 한 손을 사이에 두고 얼굴이 맞대어진 것이 가장 크게 디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애꿎은 지도를 접었다 폈다를 자꾸만 반복하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애써 진정시켰다. 잘 안 됐지만.
사실 애초에 왜 디오의 얼굴이 달아오르는지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오는 경찰수사에 큰 진전을 줄 수 있었다. 우선 가면 쓴 얼굴 채로 몽타주를 만들어 배포하도록 경찰측에 요청한 후 앞으로 열리는 큰 행사에 참석해 잠복수사를 해야한다.
이제는 줄줄이 있을 현장 및 잠복수사가 온전한 디오의 몫이 될테니 앞으로 범인을 마주칠 일이 잦아진다는 건 뻔한 일이었으니 비라도 잔뜩 맞은 듯 골치가 아팠다.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다 생각되어 마치 느끼지 않은 감정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저리 봐주십셔 굽신굽신 o(^^)o
안녕하세요 쟁순입니다! 글잡에 글은 처음 써봐요. 배경은 영국이고, 경슈는 조금은 과묵한데 마음 여린 탐정. 종인이는 노련하고 섹시미 넘치고 시종일관 장난끼 가득한 그런 연쇄 범죄자. 음 포인트 ㅠㅠ 댓글 달고 포인트 꼭꼭 회수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