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별나게 빛나던 그 사람. 처음부터 제 모든 시선을 가져가버린 너. 따지고보면 그리 특출난 사람은 아니였다. 평범한 대학의 평범한 남학생. 그러나 보고 있으면 웃음나는. 그런 좋은 사람. 주위사람들의 평판은 그정도였다. 적당한 유머감각과 선한 인상, 큰 키 그리고 예쁜 눈웃음. 다른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사람이 밝아서 좋다고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적어도 너를 보는 객관적인 시선은 그러했다. 넌 나와는 정반대였다.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워 마음에 없는 거짓된 칭찬과 억지웃음을 내뱉는 나와 달랐다. 솔직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고 상대방도 쉽게 네게 마음을 열었다. 괜시리 그런 너를 보고 있으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모든 걸 무너트리고 싶었다. 가식 없이 짓는 저 미소를 눈물로 얼룩지게 하고 싶었다. 가벼운 뒤풀이가 끝난 후 평소 익숙해진 거짓말로 너를 속여 제 집으로 들였고, 그 날 나는 강제로 술에 취한 너를 안았다. 붉어진 양볼을 바라보면서도 그 사이를 흐를 네 눈물만을 떠올렸다. 이후로 장난감처럼 널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론 추악한 생각을 하면서도 네 귓가에 달콤한 말들을 속삭였고, 그럴수록 넌 나에게 빠져들었다. 완전히 내게 마음을 준 너와 동거를 했고 그렇게 천천히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밑바닥으로. 보이지 않는 깊은 아래로 널 추락시켰다. 나의 더러운 마음이 너를, 그리고 나를 괴롭혔다. 넌 모든 걸 잃은 듯 더 이상 그 예쁜 눈웃음을 짓지도 않았고 텅빈 눈동자는 오로지 나만을 향해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 네 모습을 즐겼다. 그런 쓰레기같은 모습이 잘 어울린다하여 널 울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넌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도 곁에 남지 않는다는 현실이 무서웠던 걸까. 사람들 속에서도 한상혁이란 존재는 그렇게 잊혀져갔다. 내려갈 곳도 없을 것 같은 암흑 속으로 너는 점점 더 떨어졌다. 네 빛을 모두 내가 가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하나 둘 제 주위로 몰려왔고, 그 시간을 나는 만끽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그것은 곧 착각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너를 만나 모든 걸 뺏고 나는 빛이난다 믿었다. 허나 그건 너의 빛이 제 어둠에 반사되어 비친 빛줄기였고, 난 예전과 같이 어둠 뿐이였다. 사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난 영원히 반짝일 수 없다는 걸. 그걸 알면서도 네게 미안하단 말 조차 하지 않는 내 자신이 역겨웠다. 그 짧은 시간동안 회의감이 들었고 무책임하게 너를 떠나려했다. 그런 넌 떨리는 손으로 날 잡았다. 처음으로 내게 네 손이 먼저 닿았다.
" 가지말아요..나 혼자 두지마요.. "
" ..더러운 손으로 건드리지마. 놔. "
" 아무것도 안 할게요..죽은 사람처럼 지낼게요 형..귀찮게 안 할게요..가지마요 "
" 넌 나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뭐야? 알잖아.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놈인지. 도대체 왜그래? "
"..사랑받고 싶어서요..근데 이젠 필요없어요..저만 형 사랑해도 돼요..그럴 수 있게만 해주세요...제발 "
짧은 한마디. 사랑받고 싶다는 네 말.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외면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였다. 하나둘 제 마음속 감정들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빛을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니였다. 빛나는 네가 필요했던 것. 온전히 너를 마음에 품고 싶었던 것. 모든 걸 다 알면서도 제 마음만 모르고 살았다. 거짓이 버릇이 되어 내 마음도 속이고 살았다.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던 게 아니야. 너와 함께 위로 올라가고 싶었던 거지. 정작 더러운 시궁창속에 처박혀있던 건 내 자신이였다.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네 눈동자 속엔 나 뿐이였다. 예전에 빛나던 너는 없다. 너의 빛을 모두 내가 삼켜버렸다. 깊은 어둠속에 가둬두었다. 다시 돌려주기엔 내 마음을 알아버렸다. 나는 이기적이다. 그래서 널 보내줄 수 없다. 네 빛을 모두 삼켰다면, 이제 너를 삼킬 차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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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패기 넘치게 시작했다가 끝으로 갈수록 생각이 안 나서 대충 휘갈겼네요..그래서 급전개ㅋㅋㅋㅋ다음엔 더 열심히 써서 올릴게요!! 여기 혹시 랍혁 지지하시는 분 안 계시나요! 가끔 켄엔이나 콩택도 올릴 거예요~ 물론 불마크가 붙을 때도 있겠죠..흫ㅎ...그냥 재미삼아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