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 음..갑자기 숨 막히거나 그런 적은 없었고?" 백현이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찬열이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슬쩍 끄덕였어. 차트만 쳐다보고 있던 백현이는 고개를 들어 찬열이를 쳐다봤지. "어, 네. 없었어요." 그래. 짧게 대답한 백현이가 다시 차트로 시선을 돌렸고 찬열이는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나를 쳐다봤어. 입모양으로 말해.'또 싸웠어요?'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자 찬열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그도 그럴 것이 회진을 돌러 들어온 백현이가 눈에 띄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거든. 병실에 들어올 때 부터 예전 같았으면 푼수처럼 웃음을 흘렸을텐데 오늘은 많이 피곤해보이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기분이 엄청나게 깔려있었어. 찬열이를 다 체크한 백현이가 수액이 들어가는 걸 한 번 확인한 후 내 쪽으로 걸어왔어.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백현이 표정을 살폈지. 내가 뭐 잘못한게 있나? "오늘 실밥 풀건데, 괜찮아?" "으응.." 백현이의 괜찮아?라는 말이 나는 굉장히 찜찜했어. 내 담당의사가 백현이었기 때문에 모든 치료는 백현이가 도맡고 있긴 했지만 전공의 선생님이 내려와서 치료해주는 것도 대부분 백현이가 대신 하곤 했었어. 그런데 이번 말에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줄건데 괜찮아?라고 묻는 것 같아 살짝 눈치를 봤지만 백현이 기분이 심각하게 안좋아 보여서 백현이보고 해달라고 칭얼대지 못했어. "퇴근하고 내가 할거야." 아, 응..그제야 나는 안도감이 섞인 대답을 했어. 백현이가 내 마음을 읽었던 거지. 가끔씩은 얘가 너무 내 속을 꿰뚫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치가 빨라. 백현이 말투는 평소와 비슷하게 다정했는데, 그 톤은 굉장히 깔려있어서 나와 찬열이가 눈치를 볼 수 있게하기에 충분했어. "붕대도 오늘 조금 풀고.." 또 다시 차트에 글씨를 써내려가고, "아픈 곳은?" "음..없어." "속은, 밥 먹었고?" "응. 약도 먹었어." "그래, 잘했어." 내가 칭찬해달라는 말투로 살짝 웃어보이자 백현이도 차트에서 시선을 떼고 흐릿하게 웃었어. 옷은 또 이게 뭐야, 깃 부분 다 쭈글쭈글 해지고.. "우리 백현이, 응급실 다녀왔구나." 그제야 나는 백현이의 흰 가운에 묻은 핏자국을 발견했어. 병동에서 피튀길 일은 딱히 없고 응급실을 내려갔다 온 탓일거야. "으응, 어떻게 알았어?" "내 밥은 목숨처럼 챙기면서, 너는 밥도 안 먹고." 내 말에 또 백현이는 말없이 웃었어.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면 대충 눈치만 봐도 얘가 지금 무슨 상황이구나, 무슨 일이 있었구나. 이 정도는 알 수 있어. 나는 백현이의 피곤한 기색을 보며 밥먹을 새도 없이 일 했다는 것을 알았고 오늘도 응급실이 터졌다는 사실을 짐작했어. 그리고 응급실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던 것 까지 추측해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 백현이한테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잠시 고민을 했어. 그러다, 내가 백현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때를 생각해냈어. 그 때는 백현이가 이제 막 입사했을 때였지. ㅡ 과거로 슝슝~! ㅡ 응급실은 말 그대로 초 대박이었고, 백현이는 이제 막 병원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을 때였어. 그날 따라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좋지 않았는데 쉴새없이 밀려들어오는 환자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 뻐근한 목을 풀었어. 그런 내 앞으로 쫄쫄 다가온 백현이가 물었어. "왜, 머리 아파? 어디가서 좀 앉아서.." "약품창고에 이게 없는데, 어디있어? 병동 가야돼?" "뭐? 이거.. 따라와. 알려줄게." 병원 안에 있었던 경력으로는 내가 백현이보다 더 많았지만 나는 응급실에 얼마 있지 않고 바로 병동으로 올라갔었기 때문에 아직도 응급실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어. 그에 비해 백현이는 실습 때도 응급실을 다녀봤고 본과 결정하고 나서도 응급실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나보다 이 곳을 더 꿰뚫고 있었지. 환자는 밀려들어오는데 약은 다 떨어지고 결국 백현이를 쫓아서 뛰다시피 처음보는 곳으로 향했어. "없는 건 여기와서 찾으면 돼. 시간 날 때 미리 채워놓고." "아.." "진짜 어디 아파? 얼굴이 왜 이렇게 질려있어." 백현이가 이마를 짚어보려 손을 뻗어왔지만 아니라며 손을 저지했어. 그냥 조금 피곤하다고 둘러대곤 서둘러 약을 챙겨서 나가버렸지. 그 이후에 일을 하면서도 계속 나를 주시하는 백현이가 느껴졌지만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분주하게 일했어. 여름이라 그런지 식중독 환자가 넘쳐났고 이제는 주사 캡을 뜯다가 내 손가락을 찌르는 어이없는 실수도 했어. 그래도 손 끝 찔려버리니 정신은 확 들어서 다행이네, 하고 대충 마음을 추스린 후 피곤한 눈에 힘을 더 주었어. "삼번 처치실 씨피알이요!" 아, 씨피알..주위에는 다들 바빠보였기 때문에 어깨가 아릿하게 아파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삼번 처치실로 향했어. 왜 하필, 왜. 오늘 같은 날 씨피알이 터지고 난리. 땀을 비죽비죽 흘리고 있는 레지던트랑 터치를 하곤 내가 환자 위에 올라타서 씨피알을 하는데, "쌤, 제가 터치할게요." 그럼그렇지, 백현이가 안 올리가 없지. 아까부터 나를 계속 주시했던 백현이는 내가 방송을 듣고 처치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쫓아 들어온 듯 했어. 오자마자 다급하게 자기가 한다고 들고있던 차트까지 침대에 내려놓는데, 나 방금 시작해서 별로 힘들지도 않아. "괜찮아요, 방금 터치했어요." 그리곤 계속 심장압박을 하는 내 옆에서 백현이는 발을 동동 굴렀어. 결국 내 머리가 죄다 흘러내리고 이마에 땀이 맺힐 때 쯤에야 백현이는 다시 내 팔을 잡았고 나는 지쳐서 백현이에게 터치를 하고 숨을 고르고 있었지. 내가 숨을 대충 고르고 다시 백현이를 쳐다봤을 때는 이마에서 땀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어. 손에도 땀이 나는 건지 환자가 입고 있던 회색 티셔츠가 짙에 물들어가고 있었고 레지던트 쌤은 옆에서 보호자여부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결국 내가 다시 입을 열었어. "쌤, 제가 다시.." "아니요, 괜찮아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괜찮다고 숨을 토하듯 말하는 백현이 탓에 나는 다시 말을 꺼낼 수 없었어. 내가 터치해주겠다고 해도 그러지 않을 백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내가 말을 거는 게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 백현이 이마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을 내가 대충 닦아주곤 처치실 밖으로 나가보려했는데, "백현아, 그만해." 레지던트 쌤이 정신없는 백현이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어. 백현이는 듣지 못한 듯 했고 레지던트 쌤은 직접 백현이 팔을 잡아채면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어. "백현아, 그만. 사망선고 내리고 나와." 백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았어. 레지던트 쌤은 수고했다며 백현이 땀을 대충 훔쳐주었고 백현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백현이는 손목시계를 살짝 확인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사망선고를 했어. 흔하게 있는 일이었어. "7월 30일 오전 11시 34분 사망하셨습니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처치실을 빠져나갔어. 처치실 앞에서 컴퓨터로 환자정보를 확인하고 보호자 연락 여부를 체크하고 있는데 아까 백현이와 같이 처치실에 있었던 레지던트 쌤이 내 옆을 지나가며 말을 던졌어. "삼번 처치실 환자분 기계 제거 좀 부탁드릴게요." "아, 네." 짧게 대답을 하고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처치실에 들어섰어. 아까까지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며 살리려고 발버둥 쳤던 환자가 축 쳐진 채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어.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병동에서 사망환자를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보아왔고, 한 번도 사망한 환자의 뒷 정리를 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러니까 그 때의 나는 처음으로 사망환자의 마지막을 정리하러 들어섰던 거지.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대학교 때도 그랬듯이 나는 정말 유리심장이었고 벌써부터 손을 살짝 떨고 있었어. 백현이를 부를까, 그래도 내가 해야하는데. 언제까지고 백현이한테 의지할 수는 없는건데, 그래도 백현이보고 옆에서 봐주기만 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백현이 바쁜데..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속에 떠올랐고 나는 감히 이불을 들출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 때 등 뒤에서 처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나는 아까 레지던트 쌤이 왔나 싶어서 얼른 침대로 다가갔어. 막상 다가가서 손을 뻗으니 온몸이 떨려서 다리가 풀리기 직전이었지. 내 뒤로 발소리가 들리고 손을 뻗은 채로 굳어있던 나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버렸어. "..아이구," 내가 주저 앉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꽂히며 양 팔을 붙들렸고 그 덕에 나는 주저앉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었어. "처음이구나, 그치?" 백현이가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며 날 살짝 옆으로 밀어냈어. 침대 끝을 잡고 살짝 서있는 나를 확인한 백현이는 자기가 흰 이불을 걷어냈어. "할 수 있겠어?" 막상 백현이가 이불을 걷어놓은 걸 보니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혼자 유난을 떨었나 싶기도 하고, 백현이가 옆에 있어서 그랬던 건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어. 내가 천천히 손을 뻗어 기계장치를 하나하나 떼는 걸 백현이가 지켜봐 주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안도감이 생겼던 걸지도 몰라. "잘했어, 이렇게 잘 할 거면서."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흰 천까지 덮고 나서야 나는 뒤를 돌아 백현이를 쳐다봤고 백현이는 잘했다며 내 머리 위에 슬쩍 손을 올렸어. 그제야 나는 아까 그렇게 용을 썼던 환자가 결국은 떠났구나, 하고 인지를 했고 뭔지 모를 서글픔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아냈어. "마음이 이렇게 약해서 어떡할까.." 백현이는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다 품에 안고 토닥여주었고 나는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쏟아냈어. 백현이는 의외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강인한 편이었어. 대학교 때도 너는 정이 많아서 외과의사하기 힘들다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듣고 산 백현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실습생 시절에도 딱히 이렇다 할 힘든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어. 나는 병원 실습 때부터 심장을 떨며 살았고 백현이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모든 걸 버텨나갔지. 그렇게 나는 오래 전 부터 백현이의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왔고 다들 못해먹겠다며 뛰쳐나가는 병원에 이 때까지 눌러붙어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백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ㅡ 이제 조금 최근의 과거로!! 종인이가 왔다아 ㅡ "야, 너 연애 해 본 적 없지." "네?" 아침부터 피 튀기는 회진을 돌고 왔는데 선배님이 허리에 손을 얹고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셨어요. 저는 정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다시 차트를 집어들고 내가 뭘 잘 못 적은 게 있나 열심히 찾았어요. "연애 이야기를 하는데 왜 차트를 집어들어?" "어, 갑자기 연애는 왜.." "걔 좋아해, 안 좋아해?" "누구.." 돌직구를 날려버리는 선배님의 질문에 저는 잠시 당황을 했지만 최대한 모르겠다는 척 눈을 순수하게 떴어요. 제 반응에 선배님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예스, 노. 대답해봐. 라며 다시 돌직구를 달리셨어요. "그게.." "너는, 어? 좋아한다면서 그러면 돼, 안 돼?" "무슨 말이신지, 잘.." 정말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다시 한 번 의문의 눈길을 보냈어요. 선배님은 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짚으셨어요. "그래, 종인이는 돌려서 말하는 걸 잘 못알아듣는다는 걸 내가 착각했어." "죄송합," "자. 차근차근 짚어 보자. 종인이 처음에 사망선고 내릴 때 떨었어, 안 떨었어?" "사망선고요?" "너, 처음으로 사망선고 내리던 날! 사고 쳤어, 안 쳤어!?" "아, 쳤어요.." 답답해보이는 선배님이 제 어깨에 힘을 실어서 주먹으로 퍽 내려치셨어요. 처음으로 사망선고 내리던 날은.. "어, 김수진 환," "김수민 환자." "아, 김수민 환자.. 오전 아홉시," "오후 아홉시. 날짜는 어디갔어." "아..김수민환자 구월 십삼일 오후 아홉시 칠분 사망하셨습니다." 이렇게 세번이나 번복을 해서 선배님께 굉장히 혼났던 날이었어요. 사망선고를 내리는데 세번이나 번복을 하면 그걸 기록하는 간호사는 세번을 수정을 해야한다, 그럼 너는 그 수고를 어떻게 책임을 질것이냐, 하고 굉장한 꾸지람을 들었었죠. 그 날 당직실에서 잠이 들기 전에 사망선고를 내릴 때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다섯번이나 복습하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 기억나?" "..네.." "그래, 내가 그날 뭐라고 그랬어?" "..너 지금이 오전 아홉시로 보이냐고, 눈이 없냐고..눈이 있으면 밖을 보라고..저게 오전이냐고 하셨어요..그리고..그럴 거면 눈 뜨고 다니지 말라고도.." 조금 마음이 아파왔어요. 선배님은 저에게 화를 많이 내지 않으셨는데 그 날따라 불같이 화를 내셨거든요. 그 때 대사를 제가 소심하게 읊었더니 선배님은 다시 이마를 짚으셨어요. "..야, 내가 밤에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 "..네, 저는 괜찮아요." "아니 넌 무슨, 남자애가 그런 걸로 꽁하고 그래." "꽁하지 않아요, 선배님이 다 저 잘되라고 하신 말씀인," "됐고, 그 날 내가 미안하다고 하고 말했잖아. 처음에는 실수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내가 화낸 거 미안하다고 그랬어, 안 그랬어? 엉?" 아, 제가 그제야 탄식을 내 뱉으며 기억을 되살려냈어요. 그날 선배님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저에게 사과를 하러 오셨거든요. 대부분 쌤들은 화를 내고도 그걸로 끝인데, 화를 낸 걸로 저에게 사과를 하신 분은 선배님 뿐이었어요. 다시금 선배님에 대한 존경이 차오르려 할 때 쯤, 선배님은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처음일 때 긴장할 수 있는거야. 여기까지 알아듣겠어?" 네..하고 대답하는 절 보며 선배님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너같은 애가 어떻게 의대공부를 했냐, 하고 작게 중얼거리셨어요. "그러면 아까 그 간호사가 제대로 못 할 때 어떻게 해야해?" "네?" "너야 사망선고 내리고 가면 끝이지만 사망한 환자 뒷정리 해야되는 사람은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아, 아까..그건," "넌 거기다 대고? 뭐? 혼자 할 수 있어야된다고? 그리고 너 혼자 거기 빠져나오면 다야?" 아, 그제야 저는 선배님이 왜 이렇게 저를 불러서 말하고 계시는 지 대충 파악이 되었어요. 한시간 즈음 전에 응급실에서 콜이 왔었어요. 환자가 실려왔는데 외과 전공의 선생님이 필요하다며 얼른 지원을 해달라고 하셨고 저랑 선배님과 전공의 쌤, 그리고 그 간호사쌤까지 같이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그치만 환자는 곧 사망을 했고 전공의 선생님은 사망선고를 내리라 지시하시곤 처치실을 빠져나가셨죠. 그리고 선배님도 처치실 밖의 컴퓨터로 뭘 체크하고 계셨어요. 저는 조용히 사망선고를 내렸고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곤 간호사쌤한테 기계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한 후 잠시 선배님께 물어볼게 있어 처치실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간호사쌤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어요. "무슨 문제 있어요?" 저는 제가 또 사망선고에서 실수를 했나 싶어 조심스레 물어봤어요. "아니, 저.."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걸 보고 저는 많이 당황했어요. 순간적으로 그 앞으로 한 달음에 달려갈 뻔했지만 참았어요. 그리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죠. 제가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서 기계를 정리해달라 부탁했는데, 저 간호사쌤이 저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분명 레지던트쌤들이나 전공의 쌤들은 불같이 화를 내실거예요. 조금만 익숙하게 하지 못해도 화를 내는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그래서 저는 마음을 조금 굳게 먹고 말했어요. "혼자, 하실 수 있어야해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음같아서는 제가 다 기계를 치우고 간호사쌤 손에 물도 묻게 하기 싫었지만 다른 사람한테 비꼼을 당하거나 무시를 받게 하는 건 더더욱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처치실에서 나갔고 그 앞에 컴퓨터를 보고 있던 선배님은 저를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셨었어요. 그 때는 영문을 몰랐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그 때는, 진짜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네 말 다 맞지. 근데 그 때의 걔 감정에 조금 신경을 써 주면 안되냐, 이말이야." "그래도 다 하고 나왔을 때 손수건으로 눈물 닦아줬는데.." "..그래?" 제 말에 선배님은 살짝 동공이 흔들리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보이셨어요. "..그래도 앞으로는 네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와. 가리지 말고, 또 뭐 이건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딴지도 걸지마. 알겠어?" "그런데 정말로 혼자 해야하는.." "네가 옆에서 몇개 도와준다고 걔 신생아 되는 거 아니야, 답답한 내 후배야..가르치는 건 걔랑 결혼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응?" 아니, 선배님.. 결혼이라니, 너무 빠르신 것 같은..제가 당황해서 어버버거렸더니 선배님이 푸스스 웃으시면서 제 머리를 흐트려놓으셨어요. "방금 박찬열 환자 채혈한다고 들어갔어." "네?" "걔 채혈하는 거 최악이던데." "최악까지는 아니..!" "괜히 우리 애 움직이게 하지 말고, 빨리 안 가?" 최악까지는 아닌데, 선배님이 최악이라고 하셔서 살짝 발끈했어요. 매번 채혈 때 마다 낑낑거리는 모습에 제 팔이라도 걷어주고 싶었지만 또 부담스러워 할까봐 망설이곤 했었거든요. "가서 찬열이 얼굴 제대로 보고 와." "네? 얼굴은 왜.." "걔 잘생겼거든." "그게 왜.." "적을 알아야 승리할 거 아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선배님을 뒤로하고 저는 얼른 병실로 향했어요. 병실에 들어가서 박찬열환자 침대의 커튼을 젖혔더니 눈을 똘망똘망 빛내고 있는 환자와 작은 뒤통수가 보였어요. "어, 의사쌤왔어요." 그 환자는 자기 팔을 붙들고 끙끙거리는 간호사쌤한테 기쁜 소식인 것처럼 말했고 저는 옆에서 살짝 사태파악을 했어요. "아직 못 찾았어요?" "혈관이 자꾸 도망을.." "여기는 이미 숨었어요. 반대 쪽 해보세요." 제 말에 환자가 얼른 반대 쪽 팔을 걷어서 건넸어요. 나이 많으신 환자분이었으면 벌써 화를 냈을텐데 역시 젊은 환자라 그런지 바늘이 들어갈 때 살짝 찡그릴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요. "어, 또.." "바늘을 바로 가져다 대니까 자꾸 숨는 거예요. 아까 그렇게 해서 숨었잖아요." "아.." 제 말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어요. 저는 깜짝 놀라서 얼른 얼굴을 확인했는데, 입술을 꼬옥 깨물고 있었어요. "왜 타박 줘요, 다시 하면 되지." 침대에 얌전히 앉아있는 환자가 저를 원망스럽게 쳐다봤어요. 뭐지..싶었어요. 그 말에 설움이 터진 건지 간호사쌤은 눈물을 두둑 떨어뜨렸고 환자는 제게 더 원망어린 말을 던졌어요. "왜 아침부터 울리고 그런대. 세번정도 찌르면 잘 하던데." 저건 욕인지, 칭찬인지. 감싸주는 건지 저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타박을 준 것도 울리려고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말투가 원체 딱딱해서 오해를 많이 받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나봐요. 그냥 알려주고 싶었던 건데.. 그제야 아까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조금 이해가 갔어요. 이래서 무조건 도와주라고 했던 거구나. "옆에서 그렇게 쳐다보면 하던 것도 못하겠다." 저는 많이 당황했고 정말 제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이 긴장한 것 같아서 보고 알려주려고 그런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또 괜한 말실수로 마음을 다치게 할까 걱정도 되어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혈관 안 보이는 내 잘못이지, 안 보이는데 어떻게 찾아요? 되게 뭐라그러네." 아까 선배님이 박찬열 환자를 적군이라고 칭했던 것도 조금 이해가 가는 것 같았어요. ㅡ 암호닉.......정리...못했드아....... 이유 1.비회원 댓글 풀리는거 기다림 2.게으름 3.게으름 죄송해요..ㅠ0ㅠ 그나저나 제가 네 답글을..달기싫어서안단게아니라..그..아시죠..?쓰기..그...그거..ㅊㅏ..ㄷ..ㅏㄴ..... 암호닉 정리하다가...그..ㅊㅏ...ㄷㅏㄴ.......머거...서... 암호닉...다음엔 꼭 전부 정리해오는걸로... 그리구...제가..실수한...몇몇 분들..정말...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죄인) ㅏ그리구 요번편 헷갈리실수도있는데 저 여주랑 배켠 씨피알얘기는 완~전 과거구여 그 종이니랑 배켠 초롱 찬요르 얘기는 조금 최근의 과거에요 예전에 기억나세요? 초롱이가 여주 피뽑으러왔을때 찬열이가 아침에 그랬던 거 진짜 괜찮았다고 그랬자나요 그 아침 사건이 바로 저사건! 찬열이가 여주한테 인턴(종인)이 초릉이한테 머라했다면서 인턴 싫다고 툴툴댔잖아요 그것도 저사건!!!! 헉헉..이해되셨길바라면서.....다들 누가 맘에 드시나여 찬요르? 종시니? 찬요리는 다정 발랄 대놓고좋아해주는 맛이있꼬... 종이니는...숨어서 챙겨주는...ㅎ........왜 현실엔 둘다 없는건지... 저는.. 누가좋냐면....ㅎ..둘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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