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로 의도치 않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을 테다.
자살에 의해서든, 타살에 의해서든.
헝거게임 ; 몰살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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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장전 해놨어요?"
"어. 떨어지면 채울 것들도 여기에 다 넣어놨어."
입고 있던 조끼에 주머니를 탕탕치며 얘기했다.
"이제 출발하자."
"그래요."
비장하게 출발한 우리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나온 곳엔 허허벌판인듯 아무런 사람들도 나와 있지 않았다. 어째 집 안에서보다 더 불안해지는 마음 탓에 발걸음이 약간 조급해졌다.
"어딜 들어 가야 눈치를 못 챌까?"
"일단 이 근처는 안 돼요."
"그럼 멀리 가다 죽으면 어떡해?"
"그러니까. 근처는 아니되 죽지 않을 만큼의 멀리로 가자는 말이예요."
뭔 개소리야.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그냥 따라오세요. 어차피 이 길 초행인 건 저나 형이나 여기있는 새끼들이나 다 같잖아요.' 라고 혼잣말 뱉듯 얘기하고선 앞장을 서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되든 의지할 건 얘밖에 없었기 때문에 따라 걷기로 했다.
"기세로는 여기 잘 아는 사람 같아 보이는구만."
"제가 쫌."
"칭찬 아냐-"
금세 시무룩해진 지훈은 축 처진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뭐. 어쩌라고. 시비를 걸자 더 축 처지는 얼굴. 웃음을 참으려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귀여운 놈."
"이것도 칭찬 아녜요?"
"이건 맞아."
지훈은 또 다시 싱글벙글해져 길을 걸었다. 진짜 단순무식하네. 뭘 먹고 살면 저렇게 되지?
"뭔 생각 하길래 그렇게 한심한 얼굴로 쳐다 봐요."
"사냥터를 싱글벙글하게 돌아다니는 게 한심할 일 아니면 뭐냐."
"그런 생각 하면 할 수록 더 우울해져요. 헝거 게임 우승자들이 그래서 정신과 상담을 숨쉬듯 다닌다는데, 형은 우승하고서도 병원 다니고 싶어요?"
우승하고야 말거란듯이 말하는 지훈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죽을 생각으로 이 곳에 오진 않았으니까. 뭐 다른 아이들도 나와 같이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어느 제정신인 사람이 죽음 앞에 다가서고 싶어 하겠는가.
"또. 또 그런 심각한 표정 짓는다."
말 없이 쳐다보니 혼자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요. 우린 다 괜찮을 거야."
씨익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왔다. 뭐하자는 건가 싶어 손을 빼내려 하니까 놓아주질 않아 항복하기로 했다. 저런 놈에게 힘 써봤자 체력 낭비지 뭐.
무사히 꽤 걷다보니 집 한채가 보였다. 저 곳에 들어가잔 내 말에 지훈은 동의했다.
12명 중에 죽은 사람은 셋. 집은 우리가 있던 곳을 제외하고 아홉채. 확률적으론 이 집에 누군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않기로 하고 들어가보니 어질러져 있는 집안이 꽤 께름칙했다. 갑자기 손목을 붙잡고 조용히 해보라는 지훈의 제스처에 가만히 무슨 소리가 나나 들어봤더니 누군가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 가요."
"울고있잖아. 달래 주면 우리 편이 돼줄지도 몰라."
지훈의 성화에 불구하고도 난 그 소리의 근원지로 걸으면서도 마음 한 쪽으로는 불신이 생겨 총을 들고서 갔다. 심박은 점점 빨라지고, 닫혀 있는 방 문을 조심스레 열었더니 으앙. 하고 더 커지는 울음소리. 작은 소년이 거기서 울고 있었다.
"아가. 왜 울어. 응?"
깜짝 놀라 해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총을 내려 놓고 소년을 안아 쓰다듬어 주었다. 천천히 떠올려보니 자기보다 훨씬 큰데다가 무섭게 생겼고 총까지 들고있으니 어린아이 입장으로는 눈물이 나올만도 할 법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소년은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만 내며 눈물을 그쳤다.
"왜 울고 있었던 거야?"
무기 짝이 맞았던 형이 다른 누나와 연합을 했는데 그 누나가 죽는 모습을 직접 본데다가 얼마 있다 그 형도 죽었단 소식이 시계에 떴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울고 있었다고 했다. 사정이 너무 딱해 보였던 나는 지훈에게 가서
"얘 우리 연합하자."
라고 했더니 바로 허락해줄 것 같았던 지훈이 단칼에 거절을 했다.
"안 돼요. 쟤가 어떤 앤지 알고 연합에 함부로 끌어들이려고 해요. 다른 구역 애들이 덫으로 심어 놓은 아이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저 작은 아이에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고 큰 소리를 쳤더니 아이가 다가와 괜찮으니 다른 곳으로 도망쳐도 된다고 얘기를 했다. 그 모습에 지훈에게 더 화를 냈다.
"애 말하는 거 안 보여? 이래도 나쁜 애로 보이냐고!"
"사람은 외관으로 파악하면 안 돼요."
단칼에 잘라버리는 나의 요구에 무안함보단 아이에게 미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더 화를 냈다간 이 자리에서 누구 하나가 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화를 삭히기로 했다.
"아가 몇구역이야?"
"4구역이요."
4구역이면... 정찬우. 이번 헝거 게임 최연소 참가자였다.
"몇 살이지?"
"열 두살이예요."
말 없이 끄덕이고 목이 탐에 물을 한 잔 담아 마셨다.
"형들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됐어요?"
라고 묻는 찬우의 물음에,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 그 총, 총소리. 그거랑 형 비명소리도 들었어요. 그럼 여기까지 도망 온 거네요?"
자기랑 연합을 했을 수도 있는 형을 죽인 장본인이 나라는 이야기에도 덤덤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찬우의 모습이 나이가 훨씬 많은 나보다도 어른스러워보였다.
"도망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끄덕이며 말을 이어가니 집 안에는 잔인한 침묵만이 돌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지는 몰랐지만 이 순간이 초조한 것만은 모두가 같을 것이였다.
"그러면요."
이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찬우였다. 찬우의 말에 우리 둘은 모두 찬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면. 제가 다시 형들 있었던 곳으로 가면 되죠?"
무슨 말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찬우는 다시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형들 찾는 사람들은 도망갔을거란 걸 다 알고 있을테니까. 전 이제 나가도 상관 없잖아요."
어린 아이가 혼자 밖에 나가기엔 너무나 살벌한 곳이다. 난 아이를 보낼 수가 없음에 다시 지훈에게 요구했다.
"저렇게까지 어른스럽게 생각하는 아이야. 넌 열두살짜리 꼬마애를 밖으로 내모는 건 너무 심하단 생각 안 들어?"
"내몰다니요."
한 마딜 하고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지훈에 다시 화가 나려고 했다.
"그럼 네 슈루탄중에 자물쇠 풀어놓은 것들 몇 개는 찬우 줘."
무슨 소리냐며 묻는 지훈에게 싫음 연합하라고 떼를 썼다.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가방에서 자물쇠로 따놓았던 슈루탄들 네개를 쥐어주었다.
"안전핀 빼고 던지면 터지는 거야. 화력은 네가 상상하는 것 보다 클테니 던져놓고 멀리멀리 도망 가. 알겠지?"
불안한 마음에 슈루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숙지시키고 찬우는 자신의 짐가방을 메고 현관 앞을 나섰다.
"형. 만약에 형이 우승하면요. 형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 형이 죽인 사람들 전부 잊지 마세요. "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한 찬우의 말에 어떠한 답을 더이상 해줄 수 없어 미소로만 화답하였다.
스스로 문을 열어 나와 지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그 순간이였다.
아까 들렸던 활소리가 다시금 들리더니, 손목에서 빛이 났다.
불안한 마음에 아니겠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손목을 바라보았다.
「구역 : 4
나이 : 12
이름 : 정찬우
사인 : 화살에 쏘임」
아니길 바랐던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 이 집안에서 나올 것을 예상하고 활을 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지훈의 멱살을 잡았다.
"저건 네가 죽인 거야 새끼야."
"내가 활 쐈어요?"
"네가 쏜거만 죽인 거냐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안 죽어도 될 애가 죽었다고."
"언제가 됐든 죽었을 애였잖아요. 그리고 저 애 조용히 데리고 있었으면 모두가 무사할 것 같았어요? 쟤가 안 죽었으면 우리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따박따박 따져오는 게 더 화가 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쳤다. 지훈도 가만히 맞기만 하고 더 이상 내게 따지지도 맞받아 때리지도 않았다.
전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언젠가 죽을 애라는 것도, 찬우가 죽지 않았으면 우리가 죽었을 거란 것도. 그래도 그렇지 저 작은 애를 어떻게 죽일 수가 있냐... 울먹거리며 한 내 한마디에 지훈도 반성한다는 듯 아무말이 없었다. 그도 나와 같이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저물어오는 해에, 가만히 몸을 뉘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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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적고 마지막 부분을 날려먹을뻔 해서 심쿵했어요. ㅠㅗㅠ 아 맞다. 제가 글을 쓰는 데에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글을 쓰게 되면 항상 먼저 누군가가 죽고 시작하거나 중간에 죽거나 죽고 끝나는 그런 스토리 상의 구성이 반복 되어요. ;~; 그런 점에서는 지금 저는 모든 한을 풀고 있습니다! 죽고 시작해서 전개중 죽고 결말에 또 죽어요! 워후!!!!!!!!!!!111 네 뭐... 하여튼 전 몹시 기쁩니다. 다음 업로드는 글에서 쓰이는 표현 및 모티브들의 정리를 해 온 글을 가져올거예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까봐보단 단지 제가 올리고 싶어서입니다. 헷 하여튼 마지막으로 *찰리 9월 14일 낙서 0415 새우젓 은박지* 암호닉 신청해주신 독자분들 너무 감사해요. 신청 얼마 안 해주실 줄 알았는데 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기뻐요. 암호닉 신청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으니 신청하고 싶은 분들은 해줘요. 암호닉 분들 뿐만 아니라 독자분들 얼마 안 남은 하루 잘 마무리 하고 내일도 잘 보내도록 해요. 항상 사랑해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