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떨려."
"떨려? 뭐가 떨려."
"야, 너 손 좀 그만 떨어."
"…떠는거 아니야."
산전수전을 다 겪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가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축제, 그 당일이었다.
앞 순서의 무대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긴장을 한 상태였다. 무대뒤에서 연거푸 떨린다는 말을 되풀이하니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경수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런 경수의 손에선 진동이 울리고 있는 듯 했다.
'다음 순서는! 와, 이름만 들어도 여학생분들이 크게 환호하실 것 같은데요! 도경수군과 ㅇㅇㅇ양의 듀엣입니다! 잔!소!리!'
"이런."
"가자."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축제를 나간다고해서, 아니 솔직히 난 나간다고 한 적도 없고. 내가 왜 도경수랑 연습을 시작해서 지금 이렇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거지?
별 잡생각들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무대 계단을 오르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전주가 흘러나오고 도경수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와중에도 나의 멘탈은 완전히 나가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는걸?
'ㅇㅇㅇ 존나 예쁘다!!!!'
'도경수!!!!!!! 경수야!!!!!!!!!'
나는 에라 모르겠단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다. 어느 새 정신이 돌아왔고, 그제서야 나와 눈을 맞추는 경수가 보였다. 간간히 내려다본 무대 아래엔 내가 아는 그 친구들이 있었다. 내 학교 생활, 이 정도면 나름 성공한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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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하....나 실수 많이 했어?"
"아니, 하나도."
"아...다행이다."
막상 하기 싫어하고 긴장할땐 언제고 무대에서 내려오니 아쉬움이 앞섰다. 괜히 실수한건 없는지, 다시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정신 좀 잘 차릴걸, 하는 쓸데없는 고민들과 함께.
"아, 진짜. 역시 내 이쁜이야. 이뻐 죽겠네. 아이유보다 니가 더 예뻐."
"...구라치지마."
"얘가 왜 니 이쁜이야, 병신아."
친구들이 서있던 곳으로 걸어가기 무섭게 오세훈새끼가 나를 존나 세게 끌어안았다. 숨막혀 죽을뻔했다. 다행히 변백현이 떼어내줬다. 근데 생각해보니 쟤도 날 끌어안ㅇ...아무래도 나는 전생에 죽부인이었나보다. 아니면 다음 생에 죽부인으로 태어나던가. 옘병.
"잘한다. 최고야."
"하,핫. 고마워."
그냥 오세훈한테 안겨있는게, 그런 상태에서 질식사 하는게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몇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김민석을 마주했다. 저 망할 놈의 손은 내 머리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어색한 미소로 답하며 슬쩍 자리를 피했다. 오세훈한테 안겨있는게 아닌데도 숨막혀 죽을 것 같다. 어찌됐든 나는 질식사로구나.
겨우 민석에게서 벗어나 모두가 나에게 온 덕에 저만치 혼자 서있던 (((((경수))))에게로 다가가 섰다. 한창 준비에 바쁜 무대 위를 바라보며 다음 순서를 물었다.
"이제 누구 순서야?"
"조금 있으면 박찬열, 밴드부."
"아...밴드부..."
내가 밴드부 연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금 나는 매우 기대에 부풀어 있었겠지만.
그래도 난 찬열이를 보기 위함이니까. 하하하하하. 하하..하..ㅎ..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무대를 기대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때 무대 아래로 누군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 누군가는 내 앞에 다다르자 걸음을 멈췄다. 헐떡이는 숨을 겨우 고르고 나를 향해 입을 연 사람은, 찬열이었다.
"야, ㅇㅇ, 아. 너, 우리 좀 도와, 주라."
"뭐?"
"빨리, 겨우 무대 뒷순서로 미뤄놨어. 도와줘. 응?"
"아니, 뭘?"
찬열은 내게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했다. 물론 무대 순서를 뒤로 미룰 정도라면 큰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음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 나를 향해 찬열은 한 번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보컬 그 개새끼, 튀었어."
"...뭐?"
"우리가 연습 좀 하라고했더니, 삐졌는지 갑자기 사라졌어."
"...아, 헐."
"이럴 시간이 없어. 도와줄거지. 응?"
이건 분명 데자뷰가 틀림없다. 저번에 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경수와 듀엣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지금도 알겠다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정신차려보니 이미 무대 아래에 와있었다. 듀엣 무대만 끝나면 다 끝인줄 알았더니,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명언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었어야 했나보다.
그나저나 보컬 그 학생은 무슨 패기로 박찬열밴드에서 도망을 간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알아서 황천길로 들어설 정도로 마이웨이 쩌시는 인간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아무튼 그 학생의 쾌유를 비는 마음이었다.
"이 노래 알지? 이것도."
"어, 어...알긴 알지."
"그럼 됐다. 불러주기만 하면 돼. 고마워, 진짜."
"어...나는 한다고 한 적이 없,"
"내가 꼭 갚을게. 진짜 고마워."
이 얼굴로 내 손 꼭 붙잡고 이런 말하면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는 강심장 닝겐 찾아요.
여기서 내가 싫어, 안할래. 아니, 못해. 라고 도망치면? 아마 내일 그 보컬학생과 같이 황천길데이트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순간 두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냥 눈 꼭 감고 부르는게 낫지, 아직 나는 살 길이 창창하단 말이다. 찬열이 내게 건넨 가사가 적혀 있는 종이를 훑었다. 겨우 두 곡인데 그 두 곡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는건 나뿐? 찬열에 의해 한 순서씩 앞당겨진 무대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으로 밴드부와 댄스부가 남았다고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내려온 무대를 다시 오르는 나를 발견했을때, 나는 아까보다 큰 용기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일일 밴드부 보컬을 맡게 된 2학년 ㅇㅇㅇ입니다."
"예쁘죠?"
'네!!!!!!!!!'
"어...제가 갑작스럽게 노래를 하게됐어요. 바로 밴드부 원래 보컬님 덕분에요."
"그러게요."
"그래서 말인데요. 밴드부 보컬을 보시면 붙잡아주세요. 그리고 전해주세요^^"
"가만 안두겠다고^^"
됐어. 이 정도면 충분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그 아이를 잡아오거나, 내가 그 아이를 마주칠때까지가 그 아이의 생존기간이 될 것이다. 씨익 웃으며 찬열을 향해 뒤돌아보니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든다. 뭔가 고2에 중2병 코스프레를 한 것 같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봐야할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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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멋있던데?"
"웃으면서 그런말 하는거 아니야."
"귀여우니까 그렇지."
"으엑, 느끼. 근데 우리 도대체 어디 가는거야."
그야말로 축제의 열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나는 댄스부인 종인의 무대를 보고 다시 한 번 반해버렸다는 후문이다. 학생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축제는 막을 내렸다. 저녁 7시가 다 되서야 모두가 뿔뿔히 흩어졌다, 지만 나는 예외였다. 집으로 가려던 나를 붙잡은 지랄견 일행은 나를 어디론가 끌고가는 중이었다. 이젠 끌려가는 것도 익숙해질 때가 된듯했다. 이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익숙해진듯 하고.
찬열은 내 얘기를 들은 학교 아이들에게 잡혀온 보컬학생을 조지러 가야하니 뒤늦게 합석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거냐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저만치 모두를 떼어놓고 혼자 우다다 달려와 나에게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백현의 손가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 중이냐고.
"쫑파티."
"어디서?"
"준면이네."
"거기서 뭐하게?"
"쫑파티."
"..."
이젠 흰자위가 다 드러날 정도로 노려보는 내 눈빛을 읽을 수 있게된 백현은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는 우리끼리 모여서 잘 놀거든. 왜냐하면 친구가 없어서. 응. 각자 집 돌아가면서 노는건데 오늘은 준면이네 집인거고, 아, 그렇다고 우리가 막 노는건 아니야. 우리 엄청 건전하게 놀거든. 여자 애들처럼 밤새 수다도 떨고. 사실 거의 먹기만 하는데. 여자는 니가 처음이네. 그러고보니. 아무튼 놀자. 우리랑.
"엄마가 허락을 해주려나 모르겠네."
"허락은 이미 맡았어."
"누가?!"
"내가. 나 잘했어?"
"우리 백현이가 맞을 시기가 지났구나."
어쨌든 결론은 좋게말해 노는거지 나쁜 말로 ㅈ됐다는거다. 밤새 쟤들이랑 같이 놀아야 해, 내가? 왜? 오늘따라 달이 참 어두컴컴해보였다. 마치 내 앞 날처럼.
그때 뒤 무리에서 우리를 향해 가까이 다가온 민석이 백현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러더니 백현을 뒤로 보내버리고 자신이 내 옆을 꿰찬다. 이새끼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질투나서 못봐주겠네. 진짜."
"응. 그렇구나. 질투가 났구나."
"나 어색해?"
"아, 어색하구ㄴ...어?"
나에게 손 끝 하나도 대지 않고 그저 옆을 같이 걸어가고 있을뿐인데 숨쉬는 것마저 어색하면 어색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야할까. 무슨 대답을해야 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돌려 말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어색하다기보단 아직 별로 안친하니까. 라는 가장 나은 대답을 초이스하고 입 밖에 내려는 순간, 민석의 말이 먼저 치고 나왔다.
"어색하겠지? 그래, 나 같아도 그럴거야."
"..."
"그럼 내가 더 적극적으로 하면 되나? 막 말도 많이 하고?"
시발, 니 배알꼴리는대로 하세여. 니마.
"하하, 그래, 그럼."
"변백현이 부러운건 살다살다 처음이네."
"...왜?"
"너랑 친해서."
나랑 친해지면 욕도 많이 먹고 맞기도 더럽게 많이 쳐맞을텐데 그게 좋은가. 여기 애들은 그런거 좋아하나.
그런 취미 가지고 있나. 도대체 변백현의 어느 구석이 부러운건가.
...난 여기서 졸업을 잘 할 수 있을까.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나 얘한테 삐진 척함. 알고보면 되게 순수남. 경수이새끼야. 너새끼. 야이새끼야. 너갑자기 왜gray새끼야. 이사장님 조카. 입봉합수술 2호환자. 여자한테 관심없는거 맞음..?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너 오세훈집 왜 옴? 잘 옴. 축구 잘하는건 인정ㅎ. 너 이새키.....ㅂㄷㅂㄷ. 화해(?) 끝.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의외로 깔끔 올ㅋ 다정 올ㅋ. 바빠져서 나 버린 애.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춤잘춘다니 대단한 애.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밴드부? 됐고 넌 나 좀 보자.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솔직히 도서부 권력남용이라고 해라. 너 덕분에 도서관 갈일 네버 없음. 친해질일도 없을것같음... 입봉합수술 1호환자. 종대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오늘도 이상한 애. 앞으로도 이상할 것 같은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얜 또 어디갔을까. 드디어 화해함(감격). 너 이 새끼.
축제 내용은 크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아서 공연 이외의 내용은 쓰지않았어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능(귀찮아서 그런거 아니라능)
다음화 기대마세요 술마시는거 절대 안나오니까여ㅎㅎ
미성년자한테 술 안팔아여
♥ 암호닉은 사랑입니다 ♥
모카님, 권지용님, 희수씽님, 토익님, 알님, 기린뿡뿡이님, 루루님, 삼지창님, 예찬님, 유민님
크림치즈님, 세젤빛님, 이리오세훈님, 엑소영님, 둥이탬님, 순살님, 뿅뿅망치님, 헤헿님, 계란찜님, 김민석님
짝짝님, 하트님, 롯데월드님, 렛잇꼬우님, 됴큥님, 뚱바님, 마름달님, 망부석님, 라임님, 삼지창님
규야님, 블루베리님, 미어캣님, 꺄꺄님, 초코님, 스젤졸님, 유니콘님, 예봄비님, 모히또님, 매력넘치는님
하리보님, 우리니니님, 바람개비님, 구금님, 핫초코님, 솔이님, 첸스님, 줌묘니님, 모멘트님, 39님
빵님, 코끼리님, 으왕몬스터님, 2평님, 6002님, 복슝이님, 도날드님, 흰둥이님, 백호님, 시계님
바닐라라떼님, 땡글이님, 설레임님, lobo12님, 연블리님, 민속만두님, 됴랑님, 똥띄님, 별자리님, 유레베님
퓨어님, 오궁이님, 유병재님, 됴아들님, 체블님, 검은콩두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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