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삐- 삐-
7시 30분. 아침을 알리는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리자 뒤에서 너징을 끌어 안고 자던 레이가 급하게 상체를 일으켜 침대맡 서랍위에 올려져 있는 알람을 꺼. 순간 요란하게 울리던 알람이 꺼지자 방안이 다시 조용해져. 혹시나 너징이 깬 건 아닌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몸을 돌려 너징쪽으로 고개를 숙인 레이의 눈에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에 두 눈을 꼬옥 감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게 잠이든 너징이 보여. 다행이다. 아직 잠에서 안깼구나. 임신하고 한 동안 예민해져서 작은 소리에도 깨던 너징이 오늘은 깨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한 레이가 이내 이불에 덮혀 살짝 보이는 너징의 둥글게 부른 배를 보고 씨익 웃어. 아가야, 너도 깬 건 아니지? 엄마랑 더 자렴. 조심스럽게 너징의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인 레이가 너징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해서 침대밖으로 나와. 이불 밖을 나왔지만 추위를 잘 타는 너징을 위해서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집 안은 춥지 않아.
읏-차. 잠시 어깨며 목에 잠자는 동안 굳어있던 근육을 풀기위해 스트레칭한 레이가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
오늘은 무얼 하지?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손까지 깨끗히 씻은 레이가 냉장고를 열고 잠시 고민하다가, 요즘 들어 소화하기가 힘든지 자꾸 속이 불편하다는 너징을 위해 위에 부담가지 않을 야채죽과 과일을 준비하기로 해. 메뉴를 정한 레이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레시피를 생각하며 손이 당근이나 애호박 등등 재료들을 거침없이 꺼내. 임신하고서 잠자는 시간이 많아진 너징이 일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꼼꼼히 챙기려면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통통통 경쾌하게 당근을 써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보글보글 죽이 끓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조용한 집안은 부엌에서 레이가 요리하는 소리만 들려. 과일을 깎아 과일 주스를 만들기 위해 조심스레 믹서기를 꺼낸 레이가 깎아놓았던 과일들을 믹서기 안으로 넣어. 위잉-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요란스럽게 돌아가는 믹서기에 놀란 레이가 급히 손을 떼. 작게 숨까지 멈추고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눈치를 봐. 너무 시끄러웠나? 생각보다 큰 믹서기 소리에 고민하던 레이는 믹서기를 부엌 안쪽으로 들고가 그리고 믹서기를 한번에 돌리는게 아니라 살짝살짝 돌리며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해. 아까 푹 잠이 든 너징을 보고 나왔는데도 불안했는지 이따금씩 너징이 잠든 방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확인하던 레이는 곱게 갈아진 과일주스를 너징이 좋아하는 분홍색 머그잔에 담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죽을 확인해. 적당히 퍼진 죽을 보고 이정도면 됬다 싶었는지 슬그머니 불을 끈 레이가 그제서야 허리를 곧게 피고 다시 방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제 일어날 때가 된것 같은데.. 눈을 돌려 시간까지 확인한 레이가 너징을 깨우기 위해 조심조심 방안으로 들어가.
- 자기야 .. 자기야?
방안에는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은 너징이 이불속에 폭 안긴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어. 정신 없이 잠에 빠져든 너징을 본 레이가 얕게 미소짓고는 너징의 눈가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줘. 그리곤 잠이든 너징을 다정한 누길로 바라보다가 너징의 어깨를 살짝 잡아. 그리고 조심스럽게 너징의 몸을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말해. 자기야 일어나야죠. 아침이에요. 너징을 부르는 목소리는 조용조용하고 나긋해서 너징을 깨우는 건지 아니면 다시 재우려는 건지 분간이 안가. 아직도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려고 애쓰던 너징이 레이에게 팔을 뻗어. 안아달라는 너징의 생각을 알았는지 너징의 어깨를 끌어안은 레이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
- 레이....레이이-...
- 응. 나 여기있어요 자기야. 괜찮아요?
레이의 너른 품에 안긴 너징이 눈도 못뜨고 칭얼거리듯 레이를 부르자 레이는 이 사람이 곧 엄마 될 사람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 레이 생각엔 너징은 아직도 어리고 어린 꼬마 아가씨일 뿐인데. 어쩌면 아가는 뱃속에 있는 아가 말고 또 있는지도 몰라. 제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 너징의 뺨을 살짝 쓸어준 레이가 너징의 콧잔등에 쪽 하고 가볍게 뽀뽀해. 잘 잤어요? 나쁜 꿈 꾸진 않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레이에 너징이 웃으며 부스스하게 눈을 떠. 퉁퉁 부은 얼굴이 제게는 그 누구보다 예뻐보이는 레이인지라 말간 눈을 뜬 너징을 보더니 결국 그 위에도 쪽 하고 소리가 나게 키스 해줘.
- 꿈 속에 우리 아기가 나왔는데요 레이...
- 우리 아가가요?
- 네에.. 우리 아가가....
엄마아빠 얼른 만나고 싶댔어요... 말을 마친 너징이 베시시 웃어보여. 그랬어요? 너징의 말에 맞장구 쳐준 레이가 또 한번 너징의 머리에 뽀뽀해줘. 아침부터 뽀뽀세례를 받은 너징은 행복한 듯 레이의 품안에서 꼼지락 거려. 레이는 배가 불른 너징을 꼭 껴안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둥그런 배를 한번 쓰다듬는 걸로 만족하기로 해. 그러고는 시간이 꽤 지난걸 생각하곤 조심스럽게 너징을 일으켜. 자기야. 우리 밥먹어야죠. 응? 우리 아가도 배고플 거에요. 읏차-
자기가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게 죽 했어요. 괜찮아요? 너징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조심조심 거실로 나간 레이가 너징을 식탁에 앉히며 물어. 그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과일 주스와 따뜻한 죽을 적당히 그릇에 퍼 와. 레이가 했어요? 내가 해도 괜찮은데.. 임신하고 나서 집안일까지 다 도맡아 하는 레이에 미안해진 너징이 말 끝을 흐리자 레이가 단호하게 고게를 저어.
- 미안해 하지 말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자기야. 자기야는 그냥 맛있게 먹어줘요. 알았죠?
너징의 앞에 조심스럽게 수저와 죽을 놓아준 레이가 너징의 맞은 편에 앉아. 으응,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인 너징이 뽀얀 야채죽을 보고 박수를 치며 좋아해. 우와, 레이 되게 맛있어 보여요! 너징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레이가 눈꼬리를 휘며 웃어. 정말요? 자기야 꼭꼭 씹어 먹어야 해요. 네- 잘먹겠습니다 레이-. 활짝 웃으며 소리친 너징이 숟가락을 들자 레이는 살짝 긴장된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 음..
조심해요 자기야. 아직 뜨거워요. 하얀 야채죽을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떠 올리자 레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해.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너징이 후우후우 바람을 불어 죽을 식힌 뒤 천천히 입안으로 넣어. 우물우물 너징이 입을 꼭 다물고 죽을 먹자 레이가 그런 너징을 빤히 바라봐. 어때요 자기야? 싱거워요?
- 맛있어요 레이. 정말.
역시 레이가 만들어주는 야채죽이 최고에요. 짱! 너징이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며 레이를 칭찬하자 그제서야 레이가 웃어보여. 입에 맞아요? 다행이다. 레이가 눈웃음을 지어보이자 덩달아 입꼬리를 올린 너징이 다시 한번 죽을 떠 후후 불어. 정말 맛있어요 레이. 고마워요. 내가 이거 다- 먹어줄게요.
- 응 자기야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돼요
장난스런 너징의 말에도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 어제 밤 늦게 잠들어 무거웠던 몸에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야. 역시 너징은 레이의 피로회복제였나봐. 레이, 우리 밥 먹고 뭐 할까요? 입안에 든 죽을 꼭꼭 씹어먹으며 너징이 묻자 레이는 음.. 하고 잠시 생각해봐. 날씨가 제법 풀린것 같던데, 우리 산책해요 레이. 자기 몸 안무거워요?
- 괜찮아요. 오늘은 레이가 해준 죽 먹어서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아요!
너징이 헤헤 웃으며 말해. 그 웃음이 너무 예뻐서 레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껴. 그래요 그럼. 우리 산책가요 자기야. 대신 두껍게 입어야 되요. 알았죠? 힘들면 말하구. 네에- 알았어요 레이. 아직은 움직이기에 추운 날씨이지만, 너징과 레이의 맘은 포근해지는 겨울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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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몇년 만이죠?? 1년만인가요?? 굉장히 오랜만이에요...
새로운 글 들고 온다고 했으면서.. 사라져서 죄송해요...
그 동안 사정이 생겨서 정신없이 바빴네요 ㅠㅠ
물론 지금도 시간적 여유가 많은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왔어요.. ㅠㅠ
암호닉분들은 모두 사라지셨겠지요.. ㅠㅠ 제 탓이옵니다 ㅠㅠ 여러분 모두 죄송해요 ㅠㅠ
앞으로도 연재텀이 불규칙하고 언제 글을 쓸지 모르니 암호닉은 받지 않을게요ㅠㅠ
그저 간단하게 생각나는 글만 적을 생각이니
여러분도 가볍게 읽고 지나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