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정말 살인자일까.
[원식/택운] 중독.
w. 세쿠시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듯 힘없이 서있는 남자.
원식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그의 앞으로 다가가다.
이내 그와 몇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 엄마가 섬 그늘에. "
진짜일까.
정말로 저 사람이.
그가 정말 살인자일까.
"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
눈을 내리감은 채 노래를 부르는 택운은 정말 아름다웠다.
긴 속눈썹과 하얗게 질려버린 낯빛과, 비를 맞아 젖은 머릿결
그리고 도톰한 입술이.
흥얼거리는 그 입술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 나 잡으러 왔어요? "
택운이 눈을 뜨고는 원식을 바라보자, 원식은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는 범죄자일 뿐이야.
그는 살인자야.
속지 마.
그래 난 널 잡으러 왔어.
원식의 머릿속과 달리.
입술이 마음대로 다른 대답을 하였다.
" ... 아니, 안 잡아가. "
그래도 형사인데 바보같이 아니라고 대답해버리다니.
원식은 자신의 입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나는 그를 잡아야만 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에게 손을 뻗기를 망설이고 있어.
원식은 복잡한 머릿속을 애써 털어내려 했지만 택운을 잡아야 할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 치지익. 칙
- 어이고 수고하십니다 김형사님~ 그 저기 뭐야, 그 폐륜 살인범 정택운 용의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굵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묻혀있던 형사 직업의 무게가 주머니 틈새로 들려온 무전 소리에 묵직하게 어깨를 눌렀다.
원식은 큼 하고 목을 한번 풀었다.
택운은 아무 말도 않고 원식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 널 잡으러 왔어. "
차가운 수갑을 바라보면서 택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멀뚱히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마치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된것처럼.
손끝에 닿은 수갑의 서늘함보다 택운의 피부가 더 차갑다고.
원식은 그렇게 생각했다.
" 수고했다. 서 안 들리고 퇴근할 테니까 그리 알아라. "
- 네 알겠습니다 형님.
" 형님은 무슨 임마. 형사님이라 불러 "
- 우리 사이에 왜 그러십니까.
" 됐다임마 무전 끊어 "
- 예 들어가세요.
수갑을 찬 택운이 순순히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보통때였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을 향해있었겠지만 세찬 비가 내리는 이상황에 밖에 나와 한가하게 그들을 바라볼사람들은 없었다.
" 경찰서로 가는 거에요? "
힐긋 원식이 뒤를 돌아보았다.
옅은 목소리마저 예쁘다고 생각했다.
괜히 뒤돌아봤나...
뒤돌아본 택운의 모습은 마냥 여리고 예쁘게만 보여서.
원식은 다시 한번 숨을 훅 들이마셨다.
마음 독하게 먹어 김원식.
원식은 다짐하듯 마른 침을 삼키곤 택운을 바라봤다.
그리곤 내뱉었다.
그래 너 경찰서로 갈 거야, 가서 법의 심판을 받을 거야.
네가 죽인 그 사람들의 고통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겪게 될 거다.
" .. 아니, 우선 개인적으로 면담을 할 생각이다, 우리 집에서 말이야. "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