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로 의도치 않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을 테다.
자살에 의해서든, 타살에 의해서든.
헝거게임 ; 몰살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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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어요?"
졸도하기 전 몹시 급박하고 정신 없던 상황은 내가 깨어나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더 온 집안을 감싸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함에 어리둥절해했다.
"아니 왜..."
"알아요. 상황 천천히 알려줄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지훈과 작은 여자아이 하나. 아마 아직도 죽지 않은 저격수와 우리를 제외한 생존자인듯 했다. 그 아이는 아마 지훈이 대접해준듯 보이는 따뜻한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깨어난 나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마 내가 무섭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란 짐작이 되었다.
"무서워서 며칠을 집에 꽁꽁 숨어만 있다가 맘 먹고 나왔는데 화살 들고있는 남자앨 마주쳐서 도망쳐 여기까지 왔대요."
"아, 그럼 4구역?"
"응. Alicia kim. 17살이래요. 혼혈인데 자기 구역 토박이라구 하던데."
자기가 직접 해야할 자기소개를 지훈은 신나게 떠들어댔다. 정말 말 하는 것을 좋아하는 놈이란 생각도 들기도 잠시, 깨기 전보다는 꽤 가벼워진듯한 몸에 기지개를 켰다.
"택배와서 온 약 먹인 거야?"
"응. 그 전에 엘리샤가 자기도 약 있다며 그것도 먹이고 택배 온 약도 먹였어요. 근데 택배 안에 이런 게 적혀있던데."
택배물 보호용 스펀지들 안에 삐뚤빼뚤하게 적혀있는 쪽지.
'네가 한번에 얘기 안 해줘서 택배비만 1억 들었잖아ㅡㅡ'
딱 봐도 조력자 아저씨였다. 글씨체에서 그의 모습이 드러나는듯한 느낌이 들어 실실 웃었다. 그나저나 배송비만 1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나 비싸단 생각이 들어서 만약 살아서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주최측으로 가 따져야겠단 마음마저도 절로 생겨났다.
"그나저나 택배 너무 늦게 와서 엘리샤가 자기 약 먼저 먹인건데, 고맙단 말 안 해요? 그 약 안 먹었으면 형 어떻게 됐었을지도 몰라요."
"아, 고마워."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샤가 낯을 정말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도 정말 착한 아이구나. 자동으로 낯선 아이에게 가지고 있던 경계심이 약간은 풀어졌다.
"총 어딨어?"
"아. 내가 구경하고 있었어요. 주최에서 되게 좋은 총 보내준 것 같아서."
"매뉴얼은? 사용설명서 같은 거 있잖아."
"사용설명서요? 그런 거 없던데. 그냥 총이랑 총알탄만 담겨있었어요."
"그게 뭐야..."
완전 엉터리라며 투덜거리고선 총을 만지작만지작 구경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굉장히 좋은 총, 내가 여태껏 봐왔던 총들 중 가장 멋져보였다.
"됐어 뭐. 이 정도면 저격수놈 정돈 죽일 수 있겠지."
"아 근데 형."
"왜 또."
"엘리샤도 저희 연합 끼면 안 돼요?"
"뭔 소릴 하는 거야."
"약하고 어린 여자애고, 무기도 없고 그래서 사정도 딱한 데다가, 음. 그리고 또... 어..."
넷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소릴 하며 말 끝을 흐리는 지훈에게 엘리샤의 눈치를 보며 귓속말로 혼을 냈다.
"그게 이유야? 사람도 몇 안남았다고."
"아, 아니. 무엇보다 형 살려줬잖아요. 난 그런 사람 찬우처럼 가엾은 죽음 맞이하게 하는 게 싫어요."
지훈이 짜증날 정도로 진지하고 소신있게 맞는 말을 해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하면 좋지에 대한 내적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답답함에 마른세수만을 연거푸 했다. 저 아이를 내치자니 양심이 허락치를 않고, 그렇다고 포용하자니 나중에 더 난감해지는데...
"제가 오빠들이랑 끼는 거 많이 싫다면, 싫다고 말 해도 돼요."
한 마딜 하는 엘리샤의 소심한 말투가 찬우가 죽기 전 그 때와 정말로 닮았단 생각이 들어 갈등하는 날 거듭해 무너트렸다.
"그래 좋아.
엘리샤. 나. 표지훈. 우리 셋은 연합 하는 거야."
화색이 돌아 나를 쳐다보는 지훈과 기쁜듯 수줍게 웃어보이는 엘리샤와 나는 그렇게 우리가 연합을 함으로써 생길 일들에 대해 예상하질 못했다.
"자. 우리의 앞으로의 계획이야. 이건 제일의 계획이고 이것 말곤 더 답이 안 나오니까 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다음일은 그 때 생각하도록 해."
"일단, 11구역 저격수를 죽일 거죠?"
"맞아. 일단 박경을 죽이는 것. 그것이 우리 계획의 전부야."
"만약에요... 우리 셋 중에 하나가 그 오빠보다 먼저 죽게되면 어떡해요? 활 들고 있는데 보이면 보이는대로 쏴댈지도 모르잖아요."
"단거리면 총을 쏴서 그 놈을 죽이고, 장거리면 슈루탄을 던져서 죽일 거야. 몸 중에서도 꺼내기 쉬운 곳에다가 보관해둘게. 그렇게 하면 우리중에 누군가가 죽는대도 다른 사람이 죽이기 쉬울 거 아냐."
강적에게 대적하여서 생존을 위한 열띈 회의를 한 우리 셋은 모두 끝이 다가옴을 슬슬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이 빨리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배신당할 수 있을거란 무서움과 함께 공존했다. 그 끝이 게임의 끝일지 인생의 끝일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나서기로 했다. 그 끝을 향하기 위하여. 무엇이든 시작을 하면 마무리를 지어야 도리가 아닌 것인가. 그 생각으로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몸과 마음의 완전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밖을 나섰다. 며칠만에 나온 밖은 실로 끔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체는 부패되어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난 뒤라 시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흘러서 굳은 핏자국만이 이곳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서 이 짓을 끝내고만 싶었다.
"형. GPS 어때요?"
"한 곳에 머물러서 움직이질 않아. 이 놈 자고 있나."
"우리랑 멀어요?"
"가까운 거리는 아니야. 제 발로 오지 않는다는데 친히 거기까지 승차해주셔야지."
"근데 그 오빠도 조력자 있을 거 아니에요? 왜 막 그렇게 두드러지는 모습을 들어본 적이 없지. 기계보다 실력이 더 눈에 띄어요."
"그거야 그 놈만 알겠지. 뭐 우리에게 알려주도 전에 죽겠지만."
엘리샤가 나에게 한 질문을 가소롭다는 듯 농담으로 답을 대신해 실실 웃었다. 우리는 그렇도록 긴장감만이 감도는 이 답답한 곳을 그런 작은 농담 하나로 해소시키고 있었다.
"응. 이정도면 근접해있어."
"근데 왜 이렇게 낯익지 이 거리?"
"저 집. 우리 처음 봤었던 곳이잖아."
"와. 나 그때 형때문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그냥 막 들어갔는데 다 큰 사람이 끅끅거리고 울면서..."
"조용히 해. 그러는 난 안 당황스러웠는 줄 아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나잇값도 덩칫값도 못하게 우리 둘이서 티격태격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엘리샤가 키득키득 웃었다.
"왜 웃어."
"아니. 티나서요."
"뭐가 티나는데."
"오빠들 서로. 좋아하죠?"
뭔 소릴 하는 거야! 동시에 외치며 엘리샤에게 절대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오히려 엘리샤는 온화하게 그것을 그럴 수도 있다며 받아들였다. 근데 그게 더 놀리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됐어요. 됐어. 그만 떠들고, 찾아서 얼른 그 오빠 죽여요."
"그래. 그러자고."
열심히 GPS를 추적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다가가고 있었다. 순간 싸한 느낌과 께름칙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 뭔가 아니다 싶어 철수를 상의하려고 뒤를 돌은 순간,
엘리샤가 활에 쏘여 죽였다.
엘리샤! 크게 외치며 다가가 괜찮은지 확인해보니 전혀 그렇질 않아보였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미안했다. 뭔지도 모르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자꾸만 나왔다.
그 뒤에서 비웃는 소리, 박경이였다. 그에게 끓는듯한 분노가 치밀었다. 기필코 죽여버리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어 총을 드는 순간 눈에 보인 건 내가 아닌 지훈을 과녁하고 있는 박경의 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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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ㅜ 오늘 업로드할 생각으로 써놓고선 힣ㅎㅎ올려야짛ㅎㅎㅎㅎㅎ 했는데 사라져서 어디갔나 없어져 있었어요...ㅠㅠ 그래서 데이가 다시 써와쪙ㅠㅠ 죄송해요. (급정색) 아 뭐 하여튼 열한시부터 졸려가지고 고비오기 시작했는데ㅋㅋㅋㅋㅋ 그래도 어떻게 다시 쓰긴 했네요. 날려먹기 전 글이 이것보다 훨씬 나았는데ㅜㅜ 그래도 줄거리 자체는 같아요. 표현이 달라졌을뿐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내용에서 경이가 최애인거 마지막으로 가고있는거 다 티내네용 다음편 마지막회에요ㅠㅠ 잉 벌써 아쉽다 *찰리 9월 14일 낙서 0415 새우젓 은박지 깨소금 치기 꿀벌쓰 꿀 파미아* 못나니 작가 항상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과 암호닉 분들 전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두모두 사랑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