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마트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백원을 쥐고 쪼르르 달려간 주디가 제 키보다도 높은 카트를 빼려 끙끙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줄리안이 안 되겠는지 낮게 웃다가 주디의 손에 들린 백원을 빼앗아 카트를 빼내었다.
그리곤 아이들이 탈 수 있도록 마련한 곳에 주디를 앉히려다 그새 커버린 주디가 들어가지 않자 그냥 카트에 태웠다.
"오빠!"
"응?"
"달려!"
주디의 밝은 목소리에 줄리안이 그러면 조금만이다? 그 다음엔 위험해서 안 돼!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옆에 있던 로빈에게는 잘 따라와요라는 말만을 남기고 어느새 입구에서 생활용품 코너까지 직진한 줄리안과 주디였다.
그 뒤를 쫓느라 로빈은 낮에 아이들과 했던 술래잡기를 다시 한 번 해야했다.
"줄리안..무슨 체력이 그렇게 좋아요? 회사원은 눈속임이고 사실 국가대표, 뭐 이런거 아니죠?"
"하하, 그러는 로빈이야말로 유치원 선생님이면서 그렇게 체력이 약하면 어떡해요!"
"애들 놀아줄 때는 제가 크니까 조금만 뛰어도 잡히거든요. 지금은 어른이랑 술래잡기를 하는 격이라구요."
"알았어요. 숨 차는 것 좀 봐! 괜찮아요?"
로빈은 등을 두드려주는 줄리안의 손을 순간 쳐낼 뻔 했다.
지금 심장이 뛰는 게 숨이 차서인지, 아니라면. 오묘한 감정의 시작일지.
겨우 숨을 돌려 장을 보기 시작했다. 7시 반, 집에 가서 요리를 끝낸다면 아주 늦은 저녁이 될 것이었다.
줄리안과 로빈, 그리고 주디는 돈까스에 곁들일 채소를 고르려 채소코너로 향했다.
"로빈, 혹시 채소 잘 골라요? 제가 요리는 잘 하는데 신선한 채소 알아보는 걸 잘 못해서.." "이래보여도 자취만 4년을 했으니까 걱정 말아요. 뭐 사야한다고 했죠?" "양배추랑 오이. 아, 옥수수는 통조림!" "콘샐러드? 많이 할 건 아니니까 양배추는 반통만 사는 게 좋겠고, 오이도 하나면 되죠?" "오...뭔가 전문가.." "푸핫, 무슨 전문가예요! 겨우 이런걸로 전문가라니, 쥴리안이 너무 모르는 거 아녜요?" "그건 그래요. 요리만 할 줄 알지 재료는 못 보거든요. 주까지 데리고 이렇게 다니니까 우리 신혼부부같다. 그쵸? 남자끼리 신혼부부는 너무했나?" 생각지도 않게 신혼부부라는 말이 튀어나온 줄리안이 본인의 말에 조금 놀라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반면 로빈은 조금 놀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하긴요. 줄리안 같은 아내라..생각해볼만 한데요? 싹싹하고, 잘 웃어주고.." "오, 다행이에요. 기분 나빠하지 않아서" "기분 나쁠 이유가 있나요? 장난인데요 뭘." 로빈은 본인의 입으로 장난이라고 내뱉으면서도 자꾸만 신혼부부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신혼부부, 신혼부부, 그리고는 웃는 줄리안의 얼굴까지. "오빠, 나 배고파 얼른 가자 응?" "조금만 기다려 주, 이제 계산만 하러가면 돼." 둘의 오묘한 기류를 눈치 챈 주디가 말을 꺼냈다. 아까부터 어쩐지 둘 사이에서 말이 없어진 주디였다. 어린아이의 눈치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주디의 눈치는 맹수보다 빨랐다. "로빈 선생님,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어..결혼..? 음, 선생님은 자기 일에 성실하고 잘 웃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아." "우와! 그럼 주디가 그런 사람 될테니까 저랑 결혼해야해요?" "응, 그럼~" "주, 넌 아직 어리다니까? 로빈 선생님은 주랑 결혼하기 힘들어." 주디를 나무라듯 놀린 줄리안이 주디와 투닥거리자 로빈이 낮게 중얼거렸다. "줄리안 지금 주디 뺏길까 질투하는거예요? 하하하, 걱정 말아요. 주디가 어른 되는 것 보다 내가 결혼하는게 빠를걸요?" "혹시 몰라요. 우리 주, 한다면 하는 애라서.." "내 이상형이 되려면 주디는 멀었는걸요." 로빈은 본인이 말했던 이상형을 곱씹어봤다. 성실하고, 잘 웃는 사람.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줄 사람. 마지막 조건을 뺀다면, 로빈은 어쩐지 이상형이 제 옆에 앉은 남자인것만 같아 괜스레 더워졌다. ------------- 길게 쓴다고 썼는데ㅠㅠ 중간에 컴퓨터를 못 쓰게 되어서 모바일로 옮겼더니 불편하네요ㅠㅠ 내일은 꼭 컴퓨터로 완성하겠슴당!! 읽어주셔서 감사해용ㅎㅎ 암호닉 마늘 연줄 네시반 일곱시 구루구루 남순욱 로벨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