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집에 가고 있던 길이었다. 동네 마실을 간 엄마의 심부름으로 논두렁 앞 슈퍼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승리는 그 슈퍼에서 우유, 라면, 참기름, 엄마가 맨날 승리에게 삶아서 건네는 브로콜리ㅡ안 사려다 엄마한테 등짝 맞을까봐 샀다.ㅡ 그리고 그 슈퍼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인 영배와 한창 수다 떨고 오는 길이기도 했다.
"승리야, 시방 니 그거 아냐?"
"뭔디?"
"이 짝 동네에 즈번에 미친 놈이 이사 왔다는 부렁."
"잉? 내는 그런 소문 못 들어 봤는디. 웬 미친 놈?"
"몰러? 모름 말구. 쨌든 요상하게 눈가가 거무죽죽하고 눈꼬리가 요렇게 비얌같이 올라간 사내새끼보면 상대를 말어라. 무조건 튀껴. 뒷집 대성이도 그 놈 만났다 저승사자인 줄 알고 뒤 짝으로 넘어갔댄다."
"아이고, 대성 성님도 참 겁장이라니께. 걱정 하덜덜 말어."
"허튼 소리가 아녀. 내도 몰래 봤는데 시방, 쪼까 다리 떨리게 생겼어야."
"거짓 부렁 마시게. 빨랑 봉다리나 줘어."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서도 승리는 영배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저승사자? 눈꼬리가 거무죽죽? 나처럼 눈가가 거무죽죽한 사내있음 나와 보라고 혀. 승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 편으론 이러한 자신에 자괴감을 느꼈다. 승리는 들고았던 비닐봉지를 달그락 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곧 여름이라 일찍 모기들이 승리의 주변에서 욍욍 거렸다. 거의 온 사방이 깜깜해 앞뒤분별도 안되는데 모기가 뭐람.
"아, 시방 뭔 모기새끼들이 요로코롬 많타냐."
승리는 일교차가 심한 밤의 한기에 한껏 몸을 떨었다. 그새 모기에 물렸는지 드러난 팔다리가 몹시도 간질거렸다. 이내 어둠에 익숙해지고 승리는 다시 터덜터덜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내 목소린 예뻐."
"…뭔 소리여 시방?"
승리는 바로 옆에서 울리어지는 묘한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승리의 주위엔 여기저기 온폭 패인 논두렁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논두렁 속 밭고랑 사이에서 빛나는 하얀 손이 슬그머니 내밀어졌다.
"여기야, 여기."
"으아? 으어어엉??"
순간의 호기심에 고개를 그 쪽으로 내민 승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논 길위에 나동그라졌다.그 곳엔 처음 보는 미남자가 질퍽한 밭고랑이 지 침대라도 되는 양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승리를 향해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고운 손을 뻗었다. 승리는 논 길위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주울 새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다리를 후들거리며 그 손을 맞붙잡았다. 승리의 좁은 어깨가 사시나무 떨 듯 경련했다.
"자, 이리와."
"워메, 여기 거름 뿌린 지 얼마 안됐, 으앙아아악!!"
맞붙잡은 손을 떼내려던 승리가 한 순간 그 남의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 논두렁에 힘차게 패대기쳐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남자의 가슴팍 위로.
"킁, 킁. 냄새 좋다."
"…누구신디여…."
승리는 정면으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갑작스레 영배의 말이 생각났다. 요상하게 눈가가 거무죽죽하고 눈꼬리가 요렇게 비얌같이 올라간 사내새끼보면 상대를 말어라. 무조건 튀껴. 뒷집 대성이도 그 놈 만났다 저승사자인 줄 알고 뒤 짝으로 넘어갔댄다. 영배의 말처럼 자신을 품에 안은 남자도 그러했다. 아아, 이 새끼가 그 저승사자구나. 하하핳, 승리는 표정을 굳히며 벌컹벌컹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 탑."
저승사자의 낮은 목소리가 승리를 한껏 더 긴장하게 했다. 워메, 목소리만 들어도 지릴 것 같구만. 근데 난 저승사자가 갓쓰고 온통 깜장 옷만 입고 계실지 알았드면 사실은 그게 아니얐어!!
"저, 저승사자님 전 아직 시방 죽을 때가 아니구만요."
"뭐? 시방? 지금 너 나한테 욕했냐?"
저승사자의 미간이 내 천자로 구겨졌다. 승리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른 침을 삼켰다. 요즘 저승사자도 관리받는 가벼. 겁나 잘생겼다잉. 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으아, 전 그것이 아니라. 으악!!"
승리의 몸뚱아리가 저승사자의 몸 위에서 크게 굴려졌다. 승리는 아, 난 이제 뒤지는 거여. 어무이 아부지 건강허시고 이한나 이 가시나야. 넌 살 좀 빼고. 영배 성은 여자 좀 만나고, 대성이 성이랑 지용이 성은 사람들한테 기죽지 말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말들을 한 번 더 마음 속으로 되새겼다.
"와, 별 많다."
"아따, 지금 내 죽는 데 별이 무슨 상관!!…잉교…아?"
승리가 눈을 뜨자 잘생긴 저승사자의 면상은 온데간데 없고 새까만 밤하늘만 눈 앞에 가득했다. 요기가 천국인가? 요것은 본래 우리 마을 하늘 같은디.
"봐봐, 저건 내 별자리야. 존나 멋있지."
"멋있…구만."
승리는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닦고 싶었지만 단단히 붙잡혀 있는 팔 때문에 그러할 수 없었다. 한번 더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벗어날리 만무했다.
"조까 이것 좀 풀어줬으면 좋겄는디…."
"그럼 나랑 사귀자."
으엉? 이건 무슨 개 잡소리여? 승리는 제 귀를 의심했다.
"…뭐시여?"
"그렇지 아니한다면 평생 이러고 있을테야."
"……알았당가여, 이기 좀 놔여!!"
그 후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gjf 막장ㅋㅋㅋㅋㅋㅋ전 탑토리는 무조건 코믹으로 쓰기 때문엨ㅋㅋㅋㅋㅋ
오늘만 두번째네옄ㅋㅋㅋㅋ
다음 아련달달 뇽토리 다음 탑뇽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