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회사 동료 C.
"내가 잤어요, 백현씨랑."
B와 꽤 오래 된 회사 동료 C는 입버릇처럼 떠들어댔다.
살이 아주 없지 않아 섹스 할 때 부딪혀도 아플 일 없는 B의 허벅지를 두어번 쓸어내리며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너랑 잔 거 나잖아요, 백현아. 좋아 죽겠다면서, 오빠가 최고라면서."
B는 제 위에 올려진 기분 나쁜 손을 치우며 한 마디 한다.
"할 수 있는 건 세우는 게 전부지?"
B와 클럽에서 만난 Y대 재학생 S.
"형, 너 나랑 잤잖아. 얼른 나랑 잤다고 저 새... 아니, 저 자식들 앞에서 얘기해요."
S의 말에 B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건드리면 무슨 반응이라도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그러질 않자 S는 조금은 거칠어진 억양으로 B의 귀에 속삭인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죽일 거야, 형."
화가 난 듯한 S의 말투에 B는 가볍게 웃으며 S에게 반응했다.
"나랑 못 잔 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재미없다, 너."
B와 오피스텔 주민 D.
"오피스텔 방음 처리가 끝내줘서 그런가. 백현씨 소리 꽤 잘 내던데요?"
입에 힘을 주어 말하는 D의 모습에 B가 웃는다.
"그렇게 나랑 잤다고 거짓말 하고 싶어요? 그런다고 우리가 몸 섞은 사이가 되는 건 아닌데, 도경수씨."
B는 마치 D를 조롱하는 듯이 그의 억양을 따라하며 얘기했다.
B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할 때 쯤, D가 그를 돌려 세웠다.
"실천하면 되잖아요, 소문대로."
B와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K.
"운동 끝나고 같이 씻을래요?"
K의 말에 B가 땀을 닦던 손짓을 멈추고 B를 바라본다.
"내가 왜요?"
K는 B에게 가까이 다가가 B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이미 너랑 잤다고 소문 냈거든요."
자신을 째리는 B를 보고 마치 확인 사살이라고 한다는 듯이 한 번 더 속삭인다.
"좋은 말로 할 때 예쁘게 동조해요."
"미안한데, 이 애 너희 애 아니야."
"......"
"준면이 형 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