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을 나설때 챙기는 필수 물품.
핸드폰, 이어폰, 집열쇠, 지갑, 메모지, 펜, 가방.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폰을 귀에 꼽고 집을 나섰다. 매일 아침 7:30분,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지하철. 사람들 사이로 몸을 구겨넣고 밀어넣어진다. 밖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 짖눌린다. 양 옆에서 얼굴을 구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리를 넓히려 몸을 옴싹거린다. 기묘하게 움직이는 손들이 기분 나쁘다. 옆 자리에 서 있는 대머리 아저씨의 정수리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긴다. 몇일간이나 야근을 한건지- 아니면 머리카락이 없어서 잘 감지 않은건지. 얼굴을 옆으로 살짝 돌리자 인상을 구긴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잔뜩 구긴채 흘겨본다. 나는 어정쩡한 웃음을 짓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매일 느끼는 아침-, 매일 일어나는 똑같은 하루의 시작.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이렇게 구겨져서 아침 출근을 할때마다 여행가방의 짐짝이 된 듯한 기분이다.
사당을 지나고, 조금 더 있으려니까 어느새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잔뜩 구겨져있던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한다. 여름의 더위가 깊어질수록 매일이 고역이다. 징징- 손안에서 울리는 폰을 확인하자, 친구들에게서 메세지가 여러개 와있다. 이 녀석들은 꼭 아침 출근 시간마다 지랄이야. 몇몇 녀석은 오늘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조르고 있다. 일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알고...나는 대충 대답을 하며 안내판을 바라봤다. 아...씨발.
지나쳤네.
친구녀석들한테 욕 몇개 날려놓고 재빨리 다음 역에서 내려서 다시 돌아간다. 직장에 문자를 보내고는 시계를 살핀다. 아-오늘 지각하면 완전 깨지겠는데...잠깐 그렇게 생각하려니 다시 핸드폰이 징징-울린다.
[너 이새끼 ㅋㅋㅋ 빨리 와]
문자로 몇마디고 더 주고받고는 직장을 향해서 뛰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선배가 왜이리 얄미운건지. 도착하자마자 선배가 머리를 내리친다. 쿵-하는 느낌에 순간 별이 보인다. 잠깐 동안 화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씩-웃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선배를 뒤따라가며 메모지를 꺼내 글을 썻다.
[죄송해요, 늦어서]
선배의 등을 툭툭 치고 보여주자 선배가 메모지를 뺏어 글을 쓴다.
[이어폰이나 빼 임마 ㅋㅋㅋ]
나는 그제서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빼내 주머니에 구겨넣는다. 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그래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다.
앞에가던 선배가 빨리 오라는지 손을 까딱거린다.
-----------------------------
자격증따랴 시험보랴 운동하랴
정신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