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지?"
내뱉은 말은 곧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수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알 수 없는 동물들이 바닥을 끄는 소리, 벌레가 스치는 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머리를 흔든다. 어깨에서 둔탁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살짝 정신이 든다. 떨어져내릴때 다친 것인지 어깨에선 피가 흐르고 있다. 옷을 대충 묶어 지혈을 했지만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방이 짙푸른 녹색 밖에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내린 곳이 하필이면 정글의 한복판일 줄이야. '멜슨'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쓰러져 버린다면 아마 일어나지 못할것만 같다. 허벅지에 걸려있는 정글 나이프를 꺼내 수풀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당장은 잠을 잘 곳이 필요하다. 분명 교육받을때 들었던것 같은데- 아 어디서 자면 되더라. 멜슨은 자신의 기억이 더욱 흐릿해지고 있는걸 느꼇다. 가만히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거칠은 숨결이 뿜어져 나온다. 뜨거운 바람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던 멜슨은 옆으로 손을 뻗어 나뭇잎 하나를 끌어당긴다. 입술에 대자 살짝 맺혀있던 이슬 방울이 입술로 스며든다. 물기가 입에 스며든다-. 하지만 오히려 끓어오르는 갈증에 목이 타들어갈 것만 같다. 이리저리 손을 뻗어 이슬을 입에 흘려넣었다, 하지만 갈증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목을 옥죄어 왔다. 아 씨발-. 죽겠네.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가, 이내 다시금 씨발-이란 말을 내뱉으며 억척스럽게 이슬을 흘려넣는다.
살아야해. 살아야한다. 고향에 있는 가족의 얼굴들이 머리를 스친다. 나의 아내- 소중한 나의 연인. 제니- 탐스러운 입술, 하이얀 피부. 부드럽게 흘러내린 실크 같은 머릿결. 다시한번 너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면-. 괜히 이 곳에 오기 전 작은 말다툼들이 마음을 짖누른다. 그리곤 연속해서 떠오르는 작은 얼굴-. 나의 아기, 나의 전부. 조그마한 손으로 다시한번 나를 만져줄 수 있겠니? 다시한번 그 여린 목소리로 아빠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나를 끌어안고 가지말라고 다시한번 울어 줄 수 있겠니?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구나, 리안. 아빠에게 힘을 줄 수 있겠니? 내가 덜 다시한번 안을 수 있게. 보고싶구나 리안. 멜슨은 이를 꽉 물었다. 살아야한다. 다시한번 가족들을, 나의 전부인 여인들을 위해서.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여기저기서 관절들이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 소리가 땅을 울릴 듯이 크게 들린다. 입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형체화 되어 앞에서 흔들거리는 것만 같다.
언제든지 자신을 잡아 먹을 수 있는 귀신마냥-, 혹은 옛날 동화에서나 나오던 그러한 괴물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며 투명한 손을 흔든다. 손을 뻗어 나를 어루만지고, 입을 벌려 나를 삼킨다. 멜슨은 거칠게 나이프를 휘둘러 환상을 자른다. 녀석이 비통하다는 듯이 비명을-,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다. 삐걱거린다. 온몸이 아프다. 쿠웅-하는 느낌이 들며 몸이 옆으로 쓰러진다. 손을 앞으로 뻗어 땅을 움켜쥔다. 몸을 당기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눈 앞으로 온갖 벌레들이 기어다닌다. 자신의 얼굴 위로 몇마리의 벌레들이 기어오르는 것 같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불구덩이에 있던 것만 같은 몸이, 이제는 너무나도 서늘해졌다. 추웠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멜슨은 낙엽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 위로 덮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뭉치들이 몸 위로 흩어진다. 천천히 손을 뻗어 계속 움직인다-
"제니...리안..."
거기 있니? 리안 내 손을 잡아주렴. 제니, 나에게 입 맞춰줘요. 사랑한다고 속삭여줘요. 리안 아빠와 춤을 추겠니? 많이 컸구나. 어느새 숙녀가 되어버린 너를, 아빠를 안아주겠니?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어줄거지?제니날잊지말아요리안아직도넌나를기억하고있니?사랑한단다리안,제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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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데 30분도 안걸렸네 와아아아
근데 정글의법칙보면서 왜 이딴글을 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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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고 잇는데 그러고보니 여기 쓰는 글 중에서 처음으로 사람 이름 나왔습니다!!!
우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