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 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타어
화요일은 주치의 선생님들이 오시는 날이다.
이 날이면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잠에서 강제로 깨어나
2층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자든 놀든 마음대로 하게 두고 나는 주치의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청소한다.
"주인주인! 뭐 도와줄까?!!!!"
"애들 조용히 좀 시켜줄래? 할 수 있지?"
"응!!"
숨 가쁘게 내려왔던 백현이가 다시 우다다 계단을 올라가니
때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괜한 불안감에 위층을 올려다보다가 문을 열어드렸다.
주치의 선생님들 중 보조 주치의 선생님이 먼저 들어오셨다.
"레이 선생님께서는요?"
"지금 장비 챙기느라 조금 늦어."
"아, 그래요?"
"뭐하고 있었어?"
"청소 좀 하고 있었어요."
"많이 나아졌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아졌다는 것은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따뜻한 차를 내 놓았다.
타오선생님께서는 한동안 그 차를 내려다보시더니 문득 물었다.
"또 음식 흘린 거 안 치웠어?"
"냄새.. 나요..?"
"응. 칠칠아, 내가 흘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지."
위생장갑을 손에 낀 타오선생님은 근원을 찾는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셨다.
계단 언저리를 돌아다니셔서 조금 조마조마 했지만 설마 올라가겠어..
라는 마음이 앞섰다.
예상대로 타오 선생님은 계단을 올라가지 않았다.
다만 그 계단 아래에 있던 썩은 음식의 근원을 찾으신 듯 움찔하셨다.
흠.. 꽤 오래된 것이었나..
병이 악화될수록 내 감각들은 퇴화해갔다.
그 중 먼저인 것은 후각이었다.
곧 타오 선생님은 손으로 그것을 들어 올려 버리러 밖으로 나가셨다.
경수 이놈새끼.. 언제 한번 날 잡아서 혼내야겠어..
썩은 음식을 버리고 온 타오선생님은 몇 가지 장비를 들고 오셨다.
혈압계나 신장계였다.
그것을 현관에 내려놓은 타오선생님은 곧 허리를 피더니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그그.. 여긴 너무 외진 곳이야. 큰길에서 빠져서 차로 30분에 걸어서 20분가량을
더 들어와야 한다니.. 이사할 생각은 없는 거야?"
그 말에 아이들 생각이 났다.
도시로 나가면 남들의 눈에는 동물로 보이는 것들에게 대화를 거는 내가
정상으로 보일까? 아무래도 이사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생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하니까. 재밌는 게 우선이잖아?ㅎㅎ
"글쎄요.. 타오 선생님이 나이 더 들면 생각해 볼게요.ㅎㅎ"
"내년이면 서른이구만. 네가 보기에 내가 젊어 보이디?"
완전한 한국사람 억양에 웃음이 나왔다.
처음 나 주치의 맡으셨을 때는 중국에서 온지 얼마 안돼서
어리바리하셨는데.. 역시 공부 잘하는 직업이라서 인지 금방금방 배우네..
아니지 벌써 6년 전인가.. 그러면 이정도 억양 일만 하네.
레이씽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으로 두드렸다기보단 발로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영문을 몰라 문을 열어주니 링거대와 링거액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오는 레이선생님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주 이던가요?"
그렇게 물은 이유는 한달에 한번씩 링거를 맞아야하는 몸때문에
저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오시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주마다 맞았으니까.
"네. 24일. 2월은 짧아요. 그죠?"
오늘도 역시 해맑은 선생님은 링거대와 링거액을 타오선생님께 건네주시더니
현관문 앞에 두었던 가방을 마저 들고 들어오셨다.
"오늘도 애완동물들은 위층에 있나요?"
"네. 아무래도 검사하시는데 걸리적거리니까..ㅎ"
"우리 온다고 청소도 다 해놨대요."
"오, 많이 나아졌나 봐요. 다행이네요."
나를 향해 웃어준 레이선생님은 가방에서 링거바늘을 꺼냈다.
나는 으레 그렇듯 소파에 길게 누웠고 그런 내 옆에 간이 의자를 가져와 앉은 레이선생님은
일주일간 나에게 있었던 일을 물었다.
"어제 아주 잠깐 심장부근이 아팠어요. 그것 말고는 평탄했던 거 같아요."
"우와. 원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팠는데 많이 나았네요. 제가 다 기분이 좋은데요?"
자신의 일 마냥 좋아하는 선생님에 의해 다시 한 번 기분이 좋아졌다.
화요일은 애들도 사고를 안치고 레이선생님의 행복한 기운도 받을 수 있는
일주일 중 가장 평화로운 날인 것 같다.
다만 다른 날들이 지옥같을 뿐..
들킴
아마 그 날은 내 애완동물들이 처음으로 사람이 된 날이었을 것이다.
당황스럽고 믿기지도 않는 이 상황 속에서 달력은 화요일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으레 그렇듯 부랴부랴 위층으로 올라갔다.
느린 종인이는 준면이가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해서 다행이었다.
근데 문제는 느린 종인이가 아니었다.
"일주일 만이네요. 뭐하고 있었어요?"
"주인!!! 나 사람이야!!! 사람이 됐다고!!"
헛소리를 하며 뛰쳐나온 이제 막 잠에서 깬 종대가 문제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종대를 다시 방 안으로 밀어 넣었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얘는 제가 키우는 물고기인데, 이름은 종대라고.."
"아, 그 금붕어요?"
"네? 네.. 맞아요.."
분명히 봐야 정상인데 왜.. 왜 못 본거지?
이상함을 느껴 방문을 열어 눈치를 보고 있던 종대를 데리고 나왔다.
"얘가.. 그.. 금붕어인데요.."
"금붕어 지금 숨 헐떡이고 있는데? 빨리 물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니야?"
타오 선생님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사람이 된 이 아이들이 본래 동물이었을 때처럼 보이는 구나.
그래서 못 본 거구나.
"어.. 어항이 위층에 있어서.. 자.. 잠시.."
종대의 팔을 잡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아오.. 놀래라 진짜.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람과의 접촉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라던 선생님이었으니.
핸드폰에 있는 세균이 변기보다 심하다면서 요즘같이 스마트한 이때
사람들은 변기만진 손으로 너를 만진다고 매번 말하던 선생님이셨다.
"주인.. 어떻게 됐어? 응?"
"아니.. 일단 기다려봐. 괜찮은 거 같아."
"우리 버리는 거 아니지? 나 날지도 못해서 너 없으면 안 돼."
"안 버려. 걱정 말고 있어 좀."
아이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수첩에 뭔가를 적던 선생님이 막 내려온 나를 발견하고 웃으며 말씀했다.
"물고기는 물에서만 사니까 밖에 꺼내면 안돼요. 알죠?"
"그럼요. 그래서 넣어놓고 왔어요. 금붕어로 보이던가요?"
"그럼 다른 종이었어?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금붕어였어."
"아니에요. 금붕어 맞아요."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애들이랑 같이 못 살 뻔했네.
뭐.. 과장 조금 섞자면 이때 애들을 다른 곳에 보냈어도 괜찮았.. 크흠..
그래.. 지금 즐거우면 됐지 뭐.. 하하 즐겁다 즐거워..ㅎㅎ
다음 편엔 나의 일생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아이들의 일화를 들고 와야지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2월 24일 화요일
날씨 : 비가 조금 옴
나아졌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불치병이긴 해도 죽을병은 아니니 더 오래도록 아이들과 살 수 있겠다.
기분이 너무너무 좋다.
종대가 |
말할 때 주치의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뻐끔뻐끔 으로 보이려나...? 아마도 잉어킹이 뭍에 올라왔을 적처럼 보일거랍니닿ㅎ 잉엌잉엌! 아 맞다 우리 주치의 선생님들 타오랑 레이ㅎㅎㅎ 레이 이미지랑 너무 잘 맞아서 놀랐다고 합니다.. 내가 원하던 이미지야.. 역시 힐링천사..♥ 타오는.. 원래 판다 역할이었는데 그러면 동물이 너무 많아지고 애완이 우선 아니기에..ㅎㅎ 주치의 됬씁니당.. 근데 멋지다.. 타어...더럽...the love....♥
혹시 헷갈리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사람 모습입니다. 적어도 우리 주인공눈에는요! 동물의 특성과 습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모습이라고 합니다.ㅎ
암호닉임당! (언제나 받고 있어요!)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