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 나
하늘색: 박경
매직
매직으로 책상 한가운데 선을 죽 그었다
"여기 넘어오면 뒤져"
"에베베- 넘어 가면 어쩔껀데-"
"죽는다 진짜?"
"엣! 손이 넘어갔네~ 어디 한번 뒤져 보시지~"
"이씨... 쌤! 박경이 괴롭혀요"
"야! 쌤한테 이르는게 어딨냐 쌤 아니에요!!! ㅇㅇ가 먼저 저보고 뒤진다고 협박했어요!!!"
박경이랑은 초등학교 저학년때? 부터 친하고 싶진않지만 강제로 친한 사이였다
엄마끼리 워낙 친하신 데다가 옆집에 줄곧살았고
중요한건 우리 엄마가 나름 과학영재였던 박경을 매우 그것도 아주많이 좋아해서였다.
우리는 그렇게 컸고 크다보니 어느새 서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는 여중에서 불운하게 여고로 또 가게 되었고 박경은 유학을 갔다.
박경은 오랜 유학을 그만두고 일찍 취업을 했다고 했다. 나는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해서 고등 학교 졸업후에는 서울에 남아있을 수 없어 그집을 떠나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소식이 끊겼고 그사이 나는 간신히 취직을 해서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간신히 들어간 회사에서 주는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집앞 마트에 저녁거리를 사러갔을때였다.
나는 보풀이 잔뜩난 무지후드와 고등학교때부터 죽어라 입은 고등학교체육복에 여배우 패딩을 입고 떡진머리를 군모에 우겨넣고 햄을 사고 우유코너로 가고있었는데
혹시 아는 사람이라고 만날까 땅보며 걷고 있었는데 그럼 그렇지 누구랑 딱 부딛혔다.
"아...죄송합니다"
"아휴 괜찮아요"
별생각 없었다 그때까지는
우유사고 아이스크림코너에서 퍼먹는 아이스크림 한통을 집었을때였다.
"혹시.."
"네?"
"어머 맞네 오랫만이다 여주야"
"누구..."
"어머 하긴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나 기억안나? 경이네 아줌만데"
" 아헐, 안녕하세요!!! 세상에 진짜 오랫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세요?"
"나야 뭐 그냥 지내지 정말 오랫만이다- 더예뻐졌네! 어때 시집은 갔나?"
"아, 아뇨 아직 안갔어요"
안간거다. 못간거 아니고 안간거.
"아유 고등학교때 이후로 처음 보는건가?"
"네네 혹시 경이는 어떻게 지내요?"
"경이 이자식은 아주, 아 혹시 경이랑 연락 안하니?"
"아,네 유학가고 나서는 한번도 안됐어요"
"이자식이, 여주 집가는거지? 경이 보고 갈래?"
잠시 고민하다, 내상태가 말이 아니라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 지금말고 나중에 한번 만날께요! 혹시 경이 전화번호좀 알 수 있을까요?"
"응, 그래그래 010-xxx..."
인연이, 있긴 한가보다.
집에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한입 퍼먹으며 카톡에 새친구로 뜬 박경을 눌렀을때였다
근데, 박경이
박경이 아니였다
성형이라도 한건가
충격과 공포에 자판을 서둘러 두드렸다
박경 오랫만이다! 1
나 여준데 오늘 너희 어머니 만나서 네 번호알았어 1
1이 안없어진다 바쁜가..
한창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카톡-
왔다.
누구세요?
누구세요라니, 섭섭한 새끼
나 ㅇㅇ초등학교 너랑 같이나온 니옆집사는 김여주
서운하게 기억 못하냐ㅡㅡ
1이 빨리 없어졌다
이자식 할일도 없는것 같구만
헐
이새끼 이제 기억났나보다
세상에 진짜 김여주?
ㅇㅇ 야근데 너 성형했냐...?
ㄴㄴ 나원래 잘생겼거든
뭐람
너 니얼굴 기억 못하냐?
아니거든 ㅡㅡ 나원래 잘생겼다고
됐고 너 그럼 우리집 옆에있음?
ㅇㅇ
오 서울 왔네?
너야말로 한국 언제왔냐?
한참됐지 언젯적얘긴데
근데왜 연락도 안했어 ㅡㅡ
참나 너야 말로 왜 연락 안했어 ㅡㅡ
근데 너 서울 왜왔냐?
왜오긴 취직해서 왔다
오 김여주 지잡대 다니더니 취직도 했냐?
뒤질래 고졸아 지잡대 아니거든
ㅋㅋㅋㅋ저녁먹었냐? 안먹었으면 만나자
먹었어도 나와
저녁안먹었는데 왜~? 너가 사주게?
아니 너가 사주게 옆집이니까 1분 만에 튀어나오셈 술먹자
뭔소리람 나 안씻음 씻고 나감 너가 치킨 사는걸로~
그렇게 우리는 근 13년만에 마법처럼 다시 만났다
"두러가"
"너도오! 내일 아침에에 카톡해"
"아 알겠어 알게써 야 나 혀 꼬이눙것 가타 드러 가야겠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그간 시간이 하나도 어색함이없었고 옆집이라는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다
옛날처럼 내방 옆방이 박경방이였다.
몇달간 맨날 밤마다 노래하는 옆집또라이가 누군가했더니 박경.
초등학교때도 가끔씩 벽을 두드려서 말하곤했는데,
카톡-
카톡-
카톡카톡카톡
쾅쾅쾅
"김여주-"
"야 여기서 말하면 너 다들리는거 알아-"
"카톡봐아아아-"
"시끄러!! 아우 일도 못하게해 저새끼는"
"야 다들리거든?"
"아오 알겠다고오오오!!!!"
김여주 시끄러!! 전화좀 조용히 하라고!!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집이 방음이 잘 안됀다는걸 모르시는것 같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벽하나를 두고 자주 말했고, 자주 만났고, 여전히 애같았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보고싶어 김여주우
그냥, 좀 나이가 많아졌다는거
나는 운명이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법처럼 다시 만났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마법이 엄청 드라마틱 하진않아도 우리 사이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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