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던 사람.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말도 못 하고 절절 매던 사람.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밤하늘 같은 사람이었고 내 서툴던 사랑을 잡아주던 사람. 아직도 기다리고 있냐고 아직도 사랑 하냐고 물어보면 미련하게도 그렇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사라질 것 같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
"우리 그럼 이제 못 보는거야?"
"응. 아마도."
준수는 유천의 목에 손을 두르고 안고는 유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락 계속 하면 되잖아... 준수의 목소리에 결국 유천은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고백도 못 해봤는데... 유천의 속이 쓰리게 아팠다. 준수는 유천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유천의 볼을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웃어줘. 유천아! 너 웃는거 좋아."
유천은 울지도 웃지도 못 하고 준수를 쳐다 봤다. 준수의 눈에 자기 모습이 담기자 결국 유천은 울고 말았다. 야아 나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울어어 연락 계속 한다니까? 준수의 목소리에 유천은 결국 더 울고 말았다. 첫 사랑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삐비빅 -
알람 소리에 유천이 눈을 떴다. 또 그 꿈을 꿨다. 준수와 헤어지던 날 그 꿈을. 연락을 한다던 준수는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 내가 고백이라도 했다면 무엇이라도 달라졌을까. 유천은 고개를 휘휘 젓고 핸드폰을 들여다 봤다.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찍혀 있었다.
'여보세요.'
"전화 하셔서 전화 했는데요."
'아. 형이 잠깐 아! 나왔네요. 잠시만요.'
유천은 눈을 꾹꾹 누르며 거실로 나갔다. 일이 생기려나. 유천은 쇼파에 앉아서 책자를 펼쳤다. 한국에 오고 두 번째 일이었다. 평판이 좋으려면 친절해야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었던 터라 친절하자 라는 생각이 유천의 머리 속에 가득했다.
'여보세요.'
유천은 전화기를 떨어 트릴 뻔 했다.
그 였다. 분명 준수였다. 12년이 지나도 제 귓가에 생생한 그 목소리. 아직도 심장을 터질 것 같이 만드는 그 목소리.
'유천아... 너무 오랜만이지...'
"주,준..."
'안 잊어버렸네? 나 잊었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어. 전화번호 찾느라 고생 좀 했다.'
"아...한국에 들어 온 지 얼마 안되서... 아... 그... 자..."
'뭐야. 으하항. 만나자. 얼굴 보고 싶어.'
"그,그래! 어어! 만나야지... 어..."
준수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유천은 전화기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화기를 꼭 쥐었다.
이제 놓지 않을게. 허무하게 보내지도 않을게. 우릴 놓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