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탄소 시점)
며칠전부터 계속 기침하는데 너무 아프고
언제더라, 피도 나오고
그래서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을 잡는댔나,
암이 온 몸에 퍼졌단다. 근데 왜 그걸 모르고 이 지경이 되도록
병원을 안왔냐고 한다.
내가 알았으면 이미 왔겠지
단순 감긴줄 알았지.
그나저나 윤기한테는 뭐라고 하지?
윤기 시점)
며칠전부터 탄소가 나한테 평소보다 더 애교도 자주 부리기 시작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좋으니까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근데 점점 기침하는게 횟수가 늘어나는것같은데
그냥 기분 탓인가, 했다
자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니 정확히는 병원 전화로 탄소네 어머님께서
탄소가 많이 위독하니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전화를 받고 얼른 달려갔다,
잠이고 뭐고, 아프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렇게 달려온 탄소 병실.
" 탄소야.. "
" 윤기야, 왔어? 우리 윤기 걱정했구나 "
" 걱정안하게 생겼어? 괜찮아? "
" 아니 많이 아픈데, 우리 윤기 보고싶어서 불러달라고했어 "
아파서 기침하면서,
내 앞에서 피도 토해내면서 나한테 저렇게 말한다.
마음 찢어지게,
그 병실에서 탄소는 내게 주고싶은게 있었다며
목걸이 , 나와 같이 찍은 사진,
그리고 아프다는걸 알게 된 후
한 달 동안 써온 일기장
" 윤기야, 고마워 사는동안 너랑 만나면서
제일 행복했어
나 가면 더 예쁜 여자 만나 알았지? "
하면서 볼에 뽀뽀 해주고, 손등에 뽀뽀를 해준 탄소
그렇게 약 한 시간 후
가족들과 내 품에서
조용하게 잠에 들었다
깨지도 못할 깊은 잠에 들었다
탄소가 그렇게 죽고 나서부터 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살아있는지도 의문이였다
" 너 탄소가 뭐라고 그렇게 힘들어해 "
하고 물어오는 친구들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그 질문이
탄소가 나에게 준 사진들을 계속 보고
일기들을 읽고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장례식장에서 한참을 울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집에는 탄소의 흔적들이 많았다
그릇을 사며
" 우리 결혼할때 이거 계속 쓰자 "
하며 사왔던 그릇과 컵 , 수저들
" 이거 보면 내 생각 해 "
하면서 자신이 아끼던 곰 인형
우리 집에는 탄소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서
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탈수증세가 올 정도로 울었던것같다.
탄소가 없어서 외롭다거나, 힘들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생각대신
그냥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미친사람처럼 지내다가
제 정신으로 돌아온건 며칠전이였다
탄소가 행복하게, 예쁜여자를 만나는게
위에서 보기도 좋을거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내 생각엔 말이야
너보다 예쁜 여자는 없을거야
그러니까 여자는 못만나
너랑 맞춘 커플 반지를 결혼 반지 삼아 계속 끼고 다녀야겠어
널 닮은 사람도 필요 없어, 진짜 네가 아니니까.
커플 반지, 아니 결혼 반지가
내게는 너야, 그러니 넌 내 곁에 계속 있는거야
이제 힘내서 잘 살아볼게
조금만 기다려
여기서 조금 오랫동안 살아야겠지만
널 위해서 살다가 죽을테니.
사랑해, 사랑한다 탄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