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프로젝트
윽-
지호가 태일을 밀쳐 자신의 의자에 앉히자 태일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시발."
항상 장난스러울것 같았던 지호가 욕을 내뱉었다.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하데스?"
"좀 시발시발 하지 말고 나한테도 좀 무슨일인지 알려주실래요?"
마냥 겁만 먹고있던 태일이 생각해보니 화가나 지호와 지훈을 번갈아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지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려던참 지훈이 지호의 팔을 붙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호는 단호한 눈빛으로 지훈이 똑같이 했던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훈의 손이 지호의 팔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Thanatos Project, 실험체들을 찾는 국가 비밀 프로젝트."
지호가 입을 열었다.
"거의 20년쯤 실행된 장기간 프로젝트예요. 나라에서 지원하는 고아원들은 사실 이 '타나토스' 라는 존재를 찾기위해 만들어진거였어요."
"그래서 그 타나토스가 뭔데요?"
"당신."
"..."
"그리고 김유권, 그리고 박경.
나라에서는 새 약품을 발명했어요, 그 약품은 너무 위험한 존재이기에 사람들은 그 당시 약품을 악마라고 불렀어요.
그 약품을 주기적으로 투여받는다면 먼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약에 길들어져 악마에게 몸을 지배당한다고는 했죠.
그리고 악마와 손을 잡아 과거와 미래까지 볼수있다고.
그리고 그렇게 약품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길들여진 아이들은 그리스어로 죽음을 뜻하는 타나토스 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어요."
지호가 잠시 멈추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금 프로젝트는 전국으로 퍼져버린 타나토스를 찾는 일이예요.
왜인지... 나라가 운영하던 고아원들이 전부, 같은날, 불타버렸거든요."
태일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최종 목적은, 죽음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 하데스를 찾는일.
그 어떤 실험체, 타나토스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하데스를 찾는일이요."
지호가 말을 끝내자 방안에는 정적만 가득했다.
태일은 이 어려운 말들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사실 지금 우리도 정부가 꾸미는 일은 자세하게 몰라요.
경이랑 유권이가 당하는 실험들도 별로 달갑지 않고요.
우리도 사람이거든요."
지호가 한손으로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그래서.. 전 어떻게 되는거예요..?"
태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당분간은 숨겨. 결과는 내 책임이니까 일단 조작해놓을게.
조금이라도 더 살수 있겠지."
지훈이 감정없이 말했다.
태일은 목숨을 무슨 대형마트에서 살수있을것같이 말하는 지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원래부터 마음에 안들었지만 말이다.
"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김유권한테도, 박경한테.. 아니다 박경은 됐다."
경의 이름이 나오자 지훈이 말을 끊었다.
"어쨌든, 우리도 지금 배신당할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래. 우리가 정부사람이라도 정부에서 내칠것같거든."
"..."
"넌 그냥 우리가 시키는대로만 하고 적당히 김유권 따라해."
"그냥 내보내 주면 안돼요? 애초에 내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나라가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데 뭐 나는 국민이 아닌가요?"
"너를 희생 함으로써 다른 국민들이 보다 더 편하게 살수있겠지."
"야 표지훈..."
딱딱하고 감정없는 지훈의 말에 지호가 당황한듯 옆에서 조용히 지훈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태일은 그저 어이가 없는듯 피식 한번 웃어주었다.
"일단 가요, 태일씨. 미안해요, 자세한건 나중에 더 얘기해요."
지호가 지훈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태일의 팔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대신 사과할게요 태일씨. 쟤가 원래 좀 저래."
지호가 태일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
"쟤가 한일에 대해 사과하지 말고 날 여기에 끌고온것에 대해 사과해주실래요?"
태일이 힘에 부쳐 비틀대면서 지호를 향해 날카롭게 말을 쏘아대었다.
지호는 그말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걷기 시작했고 태일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럼 더 자세히나 얘기해주세요. 이곳에 대해."
"뭐, 이미 알겠지만 윗사람들이 좀 더러운짓을 많이해요. 세금 냠냠 하는것도, 어린애들 실험대상으로 삼는것도."
"네 몸소 겪어봐서 알겠네요."
"크흠, 어쨌든, 태일씨는 그나마 좀 덜 위험한 실험대상이지, 사실 더욱 위험한 실험들도 하는중이예요, 물론 인간을 상대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뭐 현재는 인터넷 시대라 이런 실험자체가 안알려져도 국민들이 똑똑해져서 신경쓸게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가망성 없는 실험들은 다 중단하고 진행하고 있는 큰 실험들만 하고 있죠."
"이거말고 또 있나요? 그럼 저희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건가요?"
"예.."
"그럼.. 또 뭐가 있나요...?"
"아.. 제 분야가 아니라... 잘.."
지호가 말끝을 흐렸다.
이건 분명 대답을 피하는 어투였다.
지호는 태일의 시선을 피했고 태일은 그런 지호를 추궁하지 않았다.
"경이 형이다!"
태일과 유권이 할일없이 누워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있을때 방문이 열리고 경이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태일이 지냈던 며칠간 경은 보이질 않았다.
"형, 다친데는 없고? 밥은 잘 먹었고?"
유권의 쏟아지는 질문에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유권은 계속 경의 옷을 들추고 머리를 만지며 상태를 확인했고 경과 대화한번 제대로 못해본 태일은 어색하게 둘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경이 고개를 살짝 돌렸고 태일과 눈을 마주치자 둘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태일은 오랜만이네요- 라고 한마디 했고 경은 대답없이 목에 걸려있는 작은 테블릿 PC 를 키고선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이형은 귀가 안들려, 말도 못하고."
유권이 입을 열었고 때마침 경이 오랜만이예요- 라고 쓰여있는 테블릿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태일은 작게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입모양을 보고 알아채는 정도라 길게 말을 하면 못알아들어. 내가 말 안해줬나?"
"안.. 해줬을걸...?"
태일이 이곳에 도착하고나서 머리가 복잡했기때문에 까먹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매하게 대답했다.
"근데 경이씨는 듣는다고..?"
"유일하게 귀가 열리는건 미래나 과거를 들을때. 현실속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미래나 과거를 들을때는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해야하나, 쨌든 경이형이 그렇게 설명해줬어."
유권이 경에게 설명중이라며 짧은 수화를 해보였다.
"내가 아는건, 후천적인 장애라는거?"
"후천적? 무슨일때문에 이렇게 된거야?"
"아 그건... 나중에, 직접 물어봐."
유권이 살짝 말하기를 망설이더니 재빨리 말을 돌렸다.
"형도 짧은 수화정도는 배워두는게 좋을거야. 밥먹는다거나 나간다던가 이런건 그냥 손짓발짓하면 알아듣지만 '도움' 이라든지 '위험' 이라던지 필요할것같은 수화는 배워야 할것 같으니까 내가 도와줄게."
"응, 그래 고마워."
태일은 찝찝하지만 자신도 들추고 싶지는 않은듯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가 끝난걸 알아챈 경이 태일에게 다시한번 웃어주었고 태일은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했다.
유권이 그모습에 큭큭 소리죽여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나갔다올게."
"나가? 어딜? 어떻게?"
태일이 깜짝놀라 물었다.
"어디긴, 밖이지."
"밖에 나갈수있어?"
"그냥 건물은 돌아다녀도돼."
"뭐야 너 왜 말안했어!"
"아는줄 알았지.."
유권이 왜 자기탓이냐며 억울하단듯이 태일을 쳐다보았다.
"아 물론 다른실험실은 접근금지고."
유권은 태일의 표정이 좋지 않자 헤헤- 웃으며 재빨리 문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손을 문쪽으로 뻗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태일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이민혁..."
"안녕, 이태일?"
문 앞에는 하얀 가운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씨익 웃고있는 민혁이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