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뜬 늦은 일요일 아침이야. 식탁이 앉은 너 앞에는 어젯밤 술에 만취해서 너의 집에 찾아왔던 세훈이가 앉아있어. 꾀죄죄한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로 니가 끓여준 콩나물국을 고개도 들지않고 입에 쑤셔넣다시피 해. 그랗게 10분동안 아무 말 없이 한참 해장국만 먹고있던 세훈이 숟가락질을 멈추고 너를 쳐다봐. 마주보고 밥을 먹고있던 너도 느껴지는 눈길에 눈을 맞추며 대응해. 누나, 하고 입을 여는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너는 몸에 힘이들어가고. 잠시 숨을 고르던 세훈이가 대뜸 너에게 대뜸 하는 말이, "저 봤어요." 야. 도대체 뭘 봤다는건지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아서 대답을 재촉하지만 그런 널 세훈이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쳐다볼 뿐, 밥 한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너한테 다시 얘기를 하지. "변백현이랑 키스한거요." 생각보다 곧게 튀어나온 말에 너는 정신이 띵해지는걸 느껴. 백현이와 세훈이는 니가 중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동네 동생들이야. 둘은 10년지기 친구고. 세훈이는 고등학생때부터 널 좋아했었고 너 또한 그 사실을 알고있었어.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오히려 대학생이 되고나서 세훈이에게 조금씩 마음이 생겼지. 그런데 몇일 전 백현이와 둘이 가졌던 술자리에서 단순히 분위기에 꾀여 집 근처 골목에서 키스했던 것을 지나가던 세훈이가 본거야. 사귀지는 않았어도 조금씩 썸을 타고있던 세훈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 너는 일단 백현이와의 관계를 부인해. 변명같지만 마음은 아닌건 아닌거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런거 아니야." 한참을 가만히 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의자를 밀던 세훈이 너의 말을 듣고 다시 자리에 앉아. 아무렇지 않던 표정이 이제 진짜 화가 난 얼굴이야. 물컵에 있던 물을 한입에 털어넣고는 너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말해. "나도 눈은 있어요. 호구는 아니예요." "사귀는거 아니라고." "키스는 했잖아요. 아 좆;같네. 자기가 말하면서도 짜증이 났는지 평소에 잘 하지도않던 욕을 해. 너는 세훈이 고등학생때부터 너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잘 알고있는 터라 여전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다 니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거든. "씨;발. 누나는 내가 계속 누나만 좋아하니까 우습죠?" "세훈아.." "변백현 그새끼가 누나한테 어떻게 해준다고 했길래 내가 5년을 쳐다봐도 안되던 사람이 홀랑 넘어가?" "그런거 아니래도.." "그런거 아니면 키스만 하려고 했어요? 나 사이에두고 둘이서 재밌었겠네?" "...." "국 잘먹었어요. 안녕히계세요." 결국 세훈이는 제 분에 못이겨 하던 말도 멈추고 꾸벅, 허리숙여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어. 더이상 있으면 너한테 더 심한 말이 나올것 같아서야. 너는 잡지도 못하고 그냥 그자리에 앉아만 있지. 갑자기 화를 낸데다가 막말까지 할 뻔 했으면 화가나야 정상인데 가슴이 답답한걸 보면 니가 세훈이를 좋아하긴 했었던거같아. 마지막의 거리감 있는 인사도 신경쓰여. 아, 모르겠다. 너는 식탁에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넣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위에 누워. 갑자기 열이 나는것 같은건 왜일까? / 그렇게 너는 원인 모를 열에 이틀을 끙끙 앓았어. 지방에 여행을 가셨던 부모님도 돌아와서 깜짝 놀라 옆에서 너를 밤새 간호했고 같은 과인 경아한테 부탁해서 교수님께 양해도 구했어. 그래도 전공시험은 빠질 수 없기에 너는 다 낫지않은 몸을 이끌고 등교를 해. 오후 수업이라 늦게까지 잤는데도 골골대는 몸으로 시험을 치고나니 조금 내렸던 열이 다시 오르는것 같아. 몸은 좀 괜찮냐는 경아의 물음에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고 오늘 오후에 있을 술자리에는 못가겠다고 해. 몸조리 잘하라는 경아의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정문 앞에서 백현이가 서있어. 너를 발견했는지 누나아아아아! 하고 발랄하게 달려오다 좋지 않은 니 표정에 걱정스런 표정이야. "누나 어디 아파?" "이틀동안 몸이 좀 안좋았어." "그래서 학교 안왔던야? 난 또 오세훈이랑 나란히 연락 안돼서 난 둘이 도망이라도 간 줄 알았네." 백현이는 세훈이와 너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눈치야. 니가 아팠던 이틀동안 세훈이도 학교에 오지않았다는 말을 듣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너는 걱정부터 돼. "세훈이 안왔어?" "응.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전화도 안받아. 카톡도 씹고." "현아, 내가 몸이 안좋아서 그런데 나중에 집 가서 다시 연락할게." "아니야. 그냥 들어가서 쉬어. 몸 조리 잘하고!" 백현이는 자신과 너의 키스때문에 일이 벌어진 줄은 생각도 하지못해. 지금도 너를 아무렇지않게 대할 수 있는게 아무런 감정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일을 벌인건 백현이도 마찬가지기 때문이지. 그냥 나중에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정도로 생각하는거야. 그 장면을 본 세훈이만 빼고. 너는 집을 걸어가면서도 세훈이 걱정만 해. 혹시 어디가 아팠었거나, 아님 그렇게 큰 남자애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하고. 이른 오후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대학로를 지나서 주택가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고요해진 주변에 너는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풀리는것을 느껴. 아직까지는 남 걱정을 할 상태는 아닌거야. 방금보다 살짝 어두컴컴해진 골목을 도는데 주차용 볼록거울로 설핏 남자가 거리를 두고 따라 걸어오는게 보여. 괜히 무서워진 너는 뒤를 돌아보면 혹시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봐 괜히 발걸음을 빨리하고 뒤따라 빨라지는 발걸음소리가 들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너는 뛸 수가 없어서 어떡하지.. 하고 휴대폰만 꼭 붙잡고 집까지 걸어 갈 뿐이지. 이제 조금만 걸으면 집 앞인데 발걸음 소리는 더 가까워져. 괜히 무서운 너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마지막 골목을 돌아서 집 앞에 거의 다다랐을때,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니 어깨에 손을 올렸어. 너는 깜짝 놀라 주저앉아버려. 아까 뒤따라오던 남자는 앉아있는 너에게 가까이 오려고 무릎을 접는데 순간적으로 너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귀에 있던 이어폰이 빠져. "누나 괜찮아요?" 세훈이였어. 뒤따라오던 남자는. 이름을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기에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니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버려서 더 놀랐어. 몸에 힘이빠진 너를 일으키고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준 세훈이는 어색함을 못참겠는지 먼저 말없이 걷기 시작했고 너도 곧 뒤따라 걸었어. 그렇게 어정쩡하게 헤어지고 처음 보니까 그럴 수 밖에. "혼자 다닐때 이어폰 끼지 말아요. 더 위험하니까." "..응." "....." "그거 있잖아." "아." "미안해." "제가 더 미안해요. 그땐 화가나서 말이 너무 심했어요." 너는 신경도 안썼는데 그게 그렇게 걱정이 됐는지 바로 사과를 해. 그리고는 너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세훈이가 다시 입을 열어. 이틀동안 아팠다면서요. 별거 아니라고 안심시키는 너에게 자기가 없을땐 챙겨줄 수 없으니 아프지 말라는 말 까지 해줘. 예전 같았으면 오글거린다, 어쩐다 했겠지만 너는 지금 세훈이 말 하나하나에 가슴 설레고 있어. 너의 집앞에 도착한 둘은 아무 말 없는걸 보니 어떻게 헤어져야하나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세훈이와 더 있고싶지만 몸도 몸이고 상황도 그렇고 하니, 결국 니가 먼저 들어가면서 인사를 하지. "연락할게. 받아줘." "네." "조심해서 들어가고." "누나도요." 니가 집에 들어가는것 까지 보고 자기도 집으로 걸어가는 세훈이에게 너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무슨일인가 싶어 급하게 전화를 받자 후, 하고 숨을 몰아쉰 니가 말해. [세훈아.] "네." [백현이 만날거였으면 널 만났을거야.] "네?" [나는 처음부터 니가 더 좋았다고.] "누나," [나랑 사귀자.] 그러니까 이게 무슨글인지 저한테 설명좀 해주시겠어요? ㅁ7ㅁ8.. 술취한 세훈이 해장국 끓여주는 망상에서 시작된 글인데 이게 무슨 기승전똥인지;; 그냥 세훈이랑 저랑 행쇼하고 끝내겠습니다!^^ 구독료가 높은 이유는 쓰레기 매립하는데 드는 비용때문입니다~~~~!! 재미없게 긴(것ㅈ같지도 않은) 글 봐주셔서 감사해욥 뮤뱅 나올 엑소 보면서 힘 되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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