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우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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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이 울렸다. 그러더니 폭주하는 것도 아니고 연속으로 눌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하건대 첫 번째로 누른 건 강태현이 분명하고 그 뒤로 누른 건 태인 언니가 확실했다. 아니라면 내가 진짜 손에 장을 지진다. '여주야 문 좀 열어줄래?' 안방에 있는 엄마가 큰 소리로 불렀다. 방에서 놀고 있는 거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나를 부른 거야.. '알겠어 지금 나가.' 파자마 바지에 후드 집업을 대충 걸쳐 입고 느릿느릿 걸어갔다. 현관에 대충 널브러져 있는 신발을 징검다리 삼아 밟고 문을 열었다. 성격 급한 태인이 언니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코앞에 보였다. '주! 뭐 하느라 이렇게 느려어.' 언니는 타박 아닌 말로 내 볼을 쭈욱 잡아당기고 금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야 김우주 내가 니 기록 깼어! 너 이제 내 노예다!' 얼마 전 언니와의 게임 내기에서 이겼단 승전보를 외치자 저 안쪽에서 우리 언니가 포효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태인 언니가 금방 들어가 버리고 내 앞에는 얼마 전 근처에 생겼다던 케이크 가게에서 산 것처럼 보이는 상자를 든 강태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찬 바람이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길래 강태현 손목을 당겼다. 추운 데 왜 그렇게 서 있는 거야. 강태현은 신발도 벗기 전에 나에게 상자를 들게 했다. 주길래 얼떨결에 받긴 했는데 이게 뭔지는 설명을...
"크리스마스 케이크."
아. 오늘 크리스마스라고 모인 거였지. 맞다. 박스 위로 어떤 케이크를 샀나 보려고 한쪽 눈을 감고 케이크 박스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뭔지 이제 좀 보이려고 하는데 강태현이 케이크 박스 한 쪽을 꾹 눌렀다. 아 뭐야 왜 눌러. 하는 눈빛을 쏘며 고개를 들어 올리니까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강태현이 기가 막히게 대답을 한다. '케이크 밀려.' 쩝. 저렇게 말하니까 또 할 말이 없긴 하다. 오히려 케이크가 밀려서 한쪽이 작살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상황인 듯싶었다. 머쓱해져서 강태현한테 박스를 다시 내밀었다. 강태현은 순순히 박스를 들었다. 강태현에게 안전하게 들린 박스에 다시 머리를 들이밀었다. 고개도 움직이고 위치도 바꿔가면서 안을 들여다봤는데 초콜릿 장식 말고는 보이지가 않았다. 현관 등이 그새 꺼졌다. 이놈의 센서는 이제 제 기능을 잃어버린 건지 내가 그렇게 발광을 하면서 움직였는데도 불을 키지 않았다.
"어두워."
강태현이 케이크 박스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을 위로 뻗어 대충 흔든다. 다시 불이 켜지고 나는 불빛을 잘 받으면서 케이크를 들여다봤다. 노란색 조명 덕분에 케이크는 어떤 맛인지 가늠이 안 갔다. 포기 포기. 진짜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들고 강태현 손에 들린 박스를 다시 가져왔다. 강태현은 이미 다 신발을 벗었던 건지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강태현 양말을 빤히 보다 다시 신발을 천천히 밟고 옆에 섰다.
"무슨 맛이야?"
"초콜릿. 너가 이거 사 오라면서."
열. 쫌 감동. 며칠 전, 학교에서 케이크 담당이 된 강태현에게 스치듯 말했었다. 강태현을 겨냥하고 한 말이라기 보다 이번에 새로운 짝지가 된 친구와 '어떤 케이크가 제일 맛있는가'에 대해 열성적으로 토론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기도 하고 또 그날 짝지와 같이 케이크를 먹으러 갈 계획이어서 메뉴를 미리 정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교실에 강태현이 있었을 뿐이다. 아니 난 정말 강태현이 우리 반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강태현과 나는 학교에서 거의 만날 일이 없었다. 복도의 끝과 끝 정도의 거리가 아니라 아예 층이 달랐다. 나는 2층, 강태현은 3층이었고, 우린 층은 우리 층대로 개네 층은 걔네 층대로 사건도 이슈도 토픽도 달랐다. 그리고 가르치는 선생님까지 달랐다. 한마디로 강태현이 우리 반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플러스 강태현은 3층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강태현이 우리 반에 있다고 알아챈 건 짝지가 화장실을 가자고 내 패딩 모자를 끌어 위태롭게 뒷걸음질 치던 내가 강태현과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난 강태현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담당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카톡을 안 봐서... 강태현은 화장실로 끌려가는 나에게 문자로 [초코?]라고 문자를 보냈길래 [케이크 말하는 거면 무조건 초코]라고 답했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말해주자면 난 강태현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담당이라는 걸 몰랐다. 문자를 보냈을 때 왜 갑자기 이런 걸 물어보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말긴 했지만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었다.
"강태현... 연말이라고 이제 감동 컨셉으로 가는 거야...?"
내 딴에서는 나름 장화 신은 고양이 눈망울을 장착했는데 강태현은 내 회심의 눈망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갑자기 내 후드 집업을 여미더니 케이크 박스를 가져갔다. 왜 줬다 뺐어 진짜 치사하게. 그러더니 그냥 앞질러서 걷는다. 뭐야 진짜 왜 저래. 앞을 대충 여미길래 나도 예의상 지퍼를 조금 올렸다. 잘만 가던 강태현은 갑자기 멈춰 서서 다시 내 후드 집업 지퍼를 한 손으로 쭉 올렸다. 아니 나 지금은 딱히 안 추운데...
"넌 내가 온다는 데 경각심 좀 가져라."
저렇게 한마디 하더니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닫혀있는 안방에 '저랑 누나 왔어요.'라고 말하더니 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웃겨. 뭐야 갑자기. 뒤따라가던 나는 안방에서 나온 엄마에게 갑자기 냉장고 안에 나타난 케이크의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고 언니들 과일 애피타이저를 손에 들었다. 예쁘게 잘린 과일은 그릇에 얹어져 있었고 나는 그 그릇을 쟁반에 올려놓고 언니 방으로 들어갔다. 서로 게임 신기록을 깨겠다고 정신이 없는 언니들 옆에 쟁반을 놓아두고 나오려는 데 발에 뭐가 걸리적 거린다. 아 진짜 언니 브래지어.
"언니. 우주 언니."
언니는 게임에 푹 빠져 있느라 고개 한 번 안 돌리고 대답한다. '왜. 빨리 말해.' 진짜 인간이 정 없게. 나는 브래지어를 언니 옆에 던졌다. '아 뭘 던진 거야.' 맞지도 않았으면서 언니는 불평했다. 웃겨. 스테이지가 끝난 건지 태인 언니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쭉 폈다. 내가 가져온 쟁반에서 포크를 잡고 사과를 푹 찔렀다. '니 브라쟈. 어우 숭해 진짜 김우주.' 그러면서 태인 언니는 그 브래지어를 주어서 침대 위 빨래 더미에 올렸다. 지금 보니까 저 언니도 은근히 츤데레야. '아니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아까 빨래 다 개고 방으로 배달해가지고, 아 미친! 죽어!이야! 야!' 우리 언니.. 태인 언니 기록 깨겠다고 참 애쓴다. 아, 잠깐만. 빨래 도대체 언제 방으로 배달한 건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언니는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다. 아 미친 이건 좀 오반데?!! 언니는 빨래를 방금 전에 방에 가져다 놨고, 강태현은 내 방에 들어갔다.
"아 그걸 왜 이제 말해!!!"
진짜 수치스럽다. 아 진짜.. 그냥... 그냥 좆됐다.. 나는 언니들이 '문 닫고 가!'라는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내 방으로 뛰어갔다. 강태현은 책상에 올려져 있는 과일을 먹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빨래를 찾아 동공을 움직였다. 언니는, 아니 우리 가족은 늘 빨래를 예쁘게 각 맞춰 갠 다음 각자 침대 위로 배달한다. 그게 아빠든, 엄마든, 언니든 말이다. 침대로 향한 내 눈은 한쪽이 솟아오른 이불에 멈췄다. 우리 언니는 곧 놀러 올 동생의 남사친을 위해 빨래를 배달하고 이불을 덮어줄 위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 이불을 덮은 건 강태현이어야만 모든 얘기의 아다리가 들어맞는다. 그러니까 결론은, 강태현은 내 맨투맨과 청바지 말고도 팬티, 브래지어, 속바지를 봤다는 것이다. 수치심에 그 자리에서 드러누울 뻔했다. 솔직히 수치라기 보다 쪽팔렸다. 아씨 내 프라이버시.
그래도 매너 있게 이불이라도 덮어놔줘서 다행이었다. 침대에 빨래는 올려져 있고 강태현이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거라면 그게 더 혈압이 뻗칠 뻔했다. 최악의 상황은 면해서 다행이었다. 급 안심이 되고 긴장이 풀리는 바람에 진이 다 빠졌다. 내가 침대 위로 몸을 날리자 강태현이 그제서야 돌아봤다. 한 손은 사과를 찍은 포크를 들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강태현의 얼굴을 보기엔 좀 쪽팔린 상황이라 그냥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 5분 만이라도 내가 투명 인간이 되면 좋겠다. 진심 강태현 얼굴을 어떻게 봐.
"김여주. 사과 먹어."
니가 나라면 지금 사과가 목구멍으로 들어가겠냐...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태현은 과한 친절을 베풀었다. 포크로 사과를 찍어서 내 앞에 가져다주는 매너를 또 보이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차마 거절할 깡 따윈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 포크를 받아들었다. 몸은 매너가 배어있다고 해도 표정은 세상 무표정일게 분명했다. 저딴에서는 이게 매너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끼... 재수탱이야 완전. 그리고 더 짜증 나는 건 강태현은 지가 재수 없는 걸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이었다. 지가 잘난 걸 정말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자식이라는 소리다. 얼굴은 아직 베개에 파묻은 채로 포크를 받아들기만 하는 보고 강태현이 '사과 색깔 변해.'라면서 포크를 쥔 내 손을 흔들었다. '잘 먹고 골골대지나 마. 나 링거 다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데 취미 없어.' 알겠어, 알겠다고. 기말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지금 난 시험 기간에 링거를 맞으러 간 적이 있었다. 두 번. 감기도 걸렸는데 편히 쉬기는 개뿔 밤을 꼴딱꼴딱 새웠으니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이야 시험도 끝나고 감기도 다 나아서 완전 쌩쌩하지만 거의 다 죽어가던 나를 끌고 병원에 가서 강제로 링거를 맞힌 건 강태현이었다. 심지어 돈도 자기가 냈더라고.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침대 옆에서 기다려준 공을 생각해서 다음날 요즘 마시기 시작했다는 포도 주스 1.5리터짜리를 두 병 사줬다. 같은 반 애가 그걸 학교에 들고 와서 한두 번 먹던 게 입에 붙었다나 뭐라나.
쪽팔림이 슬슬 가시기 시작해서 슬쩍 일어났다. 벽에 등을 기대고 사과를 먹었다. 아삭아삭한 게 맛이 괜찮았다. 꽤 열심히 먹을 마음이 들어서 꼭꼭 씹다 보니까 하나를 벌써 다 먹었다. 침대에 앉아있으니까 몸이 늘어지는 게 갑자기 나른해져서 남은 사과를 먹기 위해서 침대를 벗어날 용기 따윈 이미 없어졌다. 이름 부르기도 귀찮아서 포크를 든 손을 강태현 쪽으로 뻗었다. 강태현은 이미 사과를 다 먹고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쟨 뭘 저렇게 열심히 보냐. 나는 포크를 잡은 손을 흔들었다. 뭔가를 느낀 강태현이 나를 돌아봤다. 내가 아무 말 없이 포크를 내밀자 자리에서 일어나 내 포크를 가져가서 책상 위에 있는 사과를 찍은 다음 포크를 다시 내 손에 배달했다. 그리고 본인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봤다. 아주 그냥 지 자리다. 팔짱을 낀 자세로 사과를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강태현은 내가 사과를 다 먹을 때까지 아까 했던 그 행동을 서너 번 더 반복해야 했다. 불평이나 짜증은, 없었다.
"우주랑 여주 준비해! 우리 이제 20분 뒤에 나갈 거야!"
아빠의 말에 나는 느릿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강태현네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었다. 어디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했다는데 거기가 어딘지는 진작 까먹었다. 어디 미슐랭 가이드였나, 거기에 나온 데라고 했던 것 같긴 한 거 같은데. 호텔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다. 아 몰라, 가보면 알겠지. 기지개를 쭉쭉 펴면서 옷장을 열었다. 사실 전부터 너무 입고 싶었던 원피스를 오늘 게시하는 날이라 초큼 설레기 시작했다.이야 이 벨벳 원피스. 진짜 너무 이쁘다ㅠㅠ 잘 샀어 진짜 잘 샀어ㅠㅠ
강태현은 완전 이사님인 줄. 셔츠에 마이까지 입고 왔다. 게다가 아까 보니까 구두도 신고 온 것 같던데. 뭐야 뭐야 오늘 이렇게 멋 내는 날이야? 그럼 나도 구두 신어야지! 옷장에서 원피스를 꺼냈다. 내가 옷을 꺼내드는 걸 보더니 강태현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쪽 팔에 겉옷을 걸치고 쟁반을 들었다. '다 입고 나와.' 강태현이 문을 다 닫기 전부터 나는 이미 윗옷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후드 집업을 내리고 티를 벗어던졌다. 이불을 들춰서 브래지어를 찾았다. 브래지어를 입고~ 원피스를 입어야지~ 아? 그럼 나 지금까지 브래지어 안 입고 있었어? 설마 아까 강태현이 경각심 어쩌고 그랬던 게... 오 쒯. 진짜 오늘 왜 이러냐ㅠㅠㅠㅠㅠㅠ 머리를 붙잡고 소리 없는 통곡을 했다. 그래. 강태현이 괜한 말이나 할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거의 반쯤 우는 얼굴을 하면서 원피스를 입었다. 립스틱을 챙기고 방문을 열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강태현은 내 머리 꼴을 보더니 조용히 빗을 가져왔다.
세상 다 무너질 얼굴로 현관을 향해 걸어나는 내 앞에 빗을 건넸건만 나는 머리를 빗을 의지가 없었다. 아니 뭐 나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티도 나지 않았을 태지만 문제는 강태현이 알아차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그 티가 유독 얇기도 했고 게다가 흰색이어서.. 하... 죽고 싶다 리얼로... 그냥 강태현 앞에서 발가벗은 기분이다. 침울한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나는 신경도 안 쓰고 강태현은 빗으로 내 머리를 빗었다. 씻을 때 린스를 바른 덕을 좀 보는 건지 빗은 한 번에 쭉쭉 매끈하게 잘 내려갔다. 정수리부터 머리끝까지 꼼꼼히 잘도 빗겨준 강태현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신발을 신었다. 발목에 스트랩이 있는 구두를 신느라 바닥에 주저앉은 내 옆에서 강태현이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언니들은...?"
"아저씨랑 아줌마랑 먼저 주차장에 내려갔어."
"아 뭐야 말도 안 하고. 강태현, 나 좀."
나는 강태현한테 두 손을 쭉 뻗었다. 강태현은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서 전신 거울에 얼굴을 한 번 비춰주고 립스틱까지 꼼꼼히 발라준 다음에 치맛자락을 탁탁 쳤다. 거울 속에 있는 강태현의 코디와 내 코디가 은근 비슷했다. 어쨌든 블랙으로 맞춘 거니까. 강태현은 거울을 보고 머리를 한 번 만졌다. 우리 무슨 연말 파티 가는 거 같기도 하고. 약간 상류 사회 자제들 같은 느낌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뭐 나도 어디서 꿀릴만한 사람은 아니지! 강태현은 거울을 보면서 한 번 웃어 보인 내 얼굴을 붙잡고 입술 근처를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어 야.. 너무 가까운데...?
"다 번졌어."
갑자기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황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얼굴에 닿으니 이제 괜찮아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강태현은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했다. 엘리베이터는 빨리 층에 도착했고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 나란히 서 있으니 아까 뿌린 향수향이 은은하게 엘리베이터 안을 채운다. 인공적인 향을 싫어하는 편이라 잘 뿌리지 않는데 오늘은 기분 좀 낸다고 큰맘 먹고 뿌려봤다. '너 향수 뿌렸어?' 강태현이 물었다. 자랑하듯 손목을 강태현한테 내미니까 강태현이 코를 가져다 댔다. 아, 코 끝이 살짝 닿았다. '좋지? 너도 뿌릴래?' 되게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강태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한번 뿌려줘 봐봐.' 엘리베이터는 아직 5층 정도였고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향수를 뿌린다면 냄새가 진동할게 뻔했다. 나는 향수를 뿌린지 얼마 안 된 손목끼리 한번 비빈 다음 강태현 목에 가져다 댔다. 구두 버프 덕분에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목 옆에 내 손목을 살짝 문질렀다. 이렇게 하면 딱 알맞은 정도로 은은하게 향이 날 것이다. 향이 잘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를 강태현 귀 가까이 가져갔다.
"아, 난다."
언뜻 본 강태현의 귀는 빨개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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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서 시작하는 강태현군의 고교생활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역시 덕질은 자급자족이죠
저는 강미놈 중에 오빠단을 적극 미는 강태현 오빠단입니다.
제일 최근 브이앱을 통해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아... 강태현은 오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