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12 민윤기가 아프다고 문자를 할 정도면 문을 열어줄 힘이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그냥 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실의 처참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끔 들려서 집을 치우는 걸 도와주던 때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민윤기네 집에 찾아올 일이 없었기에 이 집안에 내 손길이 닿아있지 않았다. 민윤기는 치우기도 귀찮았던 것인지 각종 잡동사니들이 거실에 어질러 놓았다. 이건 조금 이따 치워야겠다. 일단, 일단은 민윤기부터 먼저 보고. 집안일은 좀 미루고 먼저 아픈 환자를 간호를 하기 위해 민윤기의 방으로 향했다. 아무리 오랜 친구지만 그래도 문을 벌컥 열기에는 조심스러워 가볍게 노크를 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결국 스스로 문고리를 돌려 간 방에서 민윤기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누가 들어온지도 모르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에 아픈 사람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슬쩍 그 옆으로 다가가 민윤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살며시 이마에 손을 대었다. 닿은 이마가 불덩이였다.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생각보다 더 뜨겁게 전해져오는 열기에 황급히 손을 옮겨 두 볼과 팔도 만져보았지만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프면서 뭘 하고 있었던거야. 온 몸을 장악한 뜨거운 열에 놀란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서 수건에 물을 적셔 물수건을 만들었다. 있는 힘껏 물을 꽉 짜서 적당히 적셔진 수건을 이마에 가져다대니 차가운 느낌을 받은건지 민윤기가 잠결에 살짝 뒤척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뒤척이던 민윤기는 얼굴이 주름진채로 다시 고요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구겨진 얼굴의 주름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니 민윤기는 이내 다시 표정을 풀었다. 물수건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한 나는 화장실에서 수건을 하나 더 적셔와 조심스레 땀으로 젖은 얼굴과 목, 팔을 닦아 주었다. 민윤기가 아무리 비실해보이지만 하루만에 이렇게 온몸이 불덩이가 될리는 없다. 어제 하루종일 컨디션도 안 좋았을거고 어젯밤에도 분명 이만큼 아팠을텐데. 그럼에도 낮에 병원도 안 가고 감기약 먹었으니 괜찮겠지 하며 그냥 침대에 틀혀박혀 있었겠지. 미련하기 짝이 없는 우리 민윤기씨는 또 혼자서 끙끙 앓았을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민윤기가 나를 찾은 것이 의외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늘 강한척하던 민윤기가 제일 힘들고 약해졌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다른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의외여서 놀랐고, 전처럼 감추지 않고 표현해준것이 고마웠다. 민윤기가 용기내어 깨달은 것은 민윤기에게 내가, 나에게 민윤기가 첫번째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픈데도 불구하고 새근새근 잘 자는 민윤기의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았다. 온 몸에서 나오는 열기에 두 볼이 빨개진채로 잠든 그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이제 뭘 해야하나. 아프다는 말에 그저 정신없이 달려오긴 했지만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건 없었다. 나 역시 특별히 누군가를 간호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것에 문외한인 나에게 아픈 사람을 간호한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었다. 일단 열이 많이 나길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놓긴 했지만 그 다음에 뭘 해야할지 막막했다. 거실로 나와 일단 잔뜩 널부러져서 지저분한 거실을 대충 정리했다. 나 역시도 살뜰하게 집안일을 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치우는것 뿐이었다. 집이 좀 산뜻하고 맑아야 아픈 사람도 얼른 낫지. 별거 아닌 청소였지만 그 와중에도 나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내 행동에 뿌듯함을 느꼈다. 음, 그리고 죽을 끓이고. 민윤기가 일어나면 약을 먹어야하고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하며 입맛이 없을테니까 죽을 먹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떠올린 기특한 생각에 또 다시 한껏 뿌듯함을 뽐내며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랍에서 전에 사두었던 앞치마를 둘러 매었다. 민윤기가 이사올 때 사둔 것인데 아마 이렇게 꺼내어 입는건 처음일 것이다. 앞치마는 주머니부분의 꽃무늬부터 하늘색의 색깔까지 전부 다 내 취향이었다. 내 집에 둘 건데 왜 너 맘대로 고르냐고 타박하던 민윤기에게 남자가 이런걸 왜 매냐면서 바락바락 우겨 얻어낸 것이었다. 하늘하늘한 앞치마를 두르니 괜시리 마음이 들뜨고 설레였다. " 아니, 그래서 대체 뭐 어떻게 하라는거야. " 아무리 제일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려도 도통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그저 물 넣고 쌀 넣고 끓이는 간단한 방법인듯 싶으면서도 내가 하려니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간단하겠거니하고 가스레인지 옆에서 인터넷을 찾아보던 나는 어느새 식탁에 앉아 한참동안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통 진행이 되지를 않아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화면을 내리다가 결국엔 홈버튼을 눌러 인터넷을 꺼버렸다. 핸드폰을 저멀리 치우려던 찰나 상단바의 부재중 전화가 들어왔다. [ 친구 김태형 부재중 전화 5통 ] 그제야 내가 어디서 뭘 하다가 달려왔는지 자각했다. 김태형과 저녁을 먹으러 가던 중 민윤기의 문자에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고 헐레벌떡 민윤기의 집으로 달려왔다. 김태형이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가서 그 후에 연락도 없던 나를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밀려오는 미안함에 또 잔뜩 걱정하고 있을 김태형이 걱정되어 수화기 모양 버튼을 꾹 눌렀다. [ 여보세요. ] 전화 버튼을 누르고 신호가 채 몇 번 가지 않았는데도 들려오는 김태형의 응답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 응, 나야. " [ 무슨 일 없지, 너? 괜찮아? ] " 응. 나 아무 일도 없어. 아까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먼저 가버려서 미안해. " [ 아니야. 별일 없으면 됐어. ] " 미안해. 내가 밥 사주려고 했는데. " [ 밥은 나중에 먹지 뭐. ] " 그래, 내가 나중에 더 맛있는거 사줄게. " [ 진짜지. 너 큰일났어. 나 엄청 비싼거 먹을거야. ] 다행히도 큰 걱정은 하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계속해서 재잘대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어오던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순식간에 멈춘 소리에 혹시 전화가 끊겼나하는 의아함에 화면을 보았지만 통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근데, ] " 응. " [ 혹시 지금 그 사람네 집이야? ] "...응. " [ 그렇구나. 무슨 일인데? 큰일이야? ] " 그런건 아니고... 민윤기가 많이 아파. 온 몸이 불덩이야. " [ 그래서 간호, 해주러 갔구나. ] " 응. " 낮게 이어오던 목소리가 또 한번 멈췄다. 우리 사이에 낯선 침묵이 맴돌았다. 이번에는 전혀 전화가 끊겨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그저 묵묵히, 다음에 이어질 김태형의 말을 기다렸다. [ 친구니까, ] " ... " [ 친구가 아프니까 간거지? ] " ... " [ 너 그 사람이랑 엄청 친하잖아. 그래서 그런거지?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도 맞다고도 그 어떤 말로도 대답할 수 없었다. 민윤기와는 엄청 친한 친구가 맞았지만 민윤기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된 순간 오로지 민윤기만 떠오르고 민윤기 걱정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내 감정은 단지 친한 친구라는 말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이어지는 내 침묵에 김태형은 불안한지 계속 대답을 재촉했다. 다른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해 끝까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내게 다른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 ...응. " 내 자신이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 내 감정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해서 한참이나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던 내가 한심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도 한심한 나였기에 끝까지 민윤기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내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심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고 인터넷에서 찾은 가장 쉬워보이는 레시피로 죽을 끓였다. 오랜시간 공을 들인 내 정성스러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은 그저 먹을만한 정도였다. 이마저도 인터넷에서 보고 끓인 거라고 하면 민윤기는 그 나이 먹도록 뭐 한거냐고 타박할게 뻔하다. 죽을 끓이고 한참을 기다려도 깊게 잠든건지 쉽사리 깨어나지 않는 민윤기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에도 지쳐서 그저 멍때리며 정신을 놓고 있다가 우연찮게도 한 가득 책이 차 있는 민윤기네 집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생긴 것과 다르게 의아하게도 어릴때부터 민윤기는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다. 중학교때부터 소설부터 수필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민윤기는 자신은 아무래도 문과체질인것 같다고 주구장창 얘기했지만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민윤기는 나와 같은 이과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하도 많이 읽어서 이제는 책이 지겹다며 이제 책을 읽지 않을 거라고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그 선언이 의아했던 내가 그 이유를 민윤기에게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하나였다. " 그냥. " " ... " " 사람 마음이 변할수도 있지, 뭐. " 단지 책을 좋아하던 마음이 변했다고 민윤기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나 책을 좋아하다가 한순간에 돌변한 민윤기가 여전히 의아했지만 나 역시 그 말에는 동의했다. 사람 마음은 갑자기 변하기도 하니까. 난 그 이후 이과생 민윤기가 더이상 책을 좋아하지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민윤기는 곧 다시 책과 꼭 붙어다녔다.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었고 시험기간에도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민윤기가 교실에 없을 때, 늘 도서관에 가면 그 곳에서 민윤기를 만날 수 있었다. " 어, 안녕? 민윤기 보러왔어? " " 응. 교실에 있어? " " 어. 근데 또 책 읽고있어. 워낙 책벌레시잖냐. " 못말린다는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민윤기의 친구를 지나쳐 민윤기에게로 향했다. 그 앞에 다가가 앞자리 의자를 돌려 앉았는데도 책만 바라보는 민윤기때문에 결국 책상을 가볍게 두어번 두드렸다. " ...언제 왔어? " " 좀 전에. 또 책 읽고 있냐. " " 그렇지, 뭐. " " 하여튼 변덕은. 전에 이제 책 안 읽는다고 그랬잖아. " " 그랬었지. " " 근데 왜. 마음 변했다더니. " " 변한게 아니었어. " " 그럼? " " 난 아직도 책이 좋아. 재밌고 읽을 때 짜릿해. 그냥, 늘 항상 옆에 있으니까 그걸 몰랐던거였어. " " ... " " 여전히 많이 좋아하는데도. " " ...으, 오글거려. 가만보면 넌 내가 아니라 책이랑 연애하는 것 같아. " 책을 꽉 쥐고 한껏 아련하게 말하는 민윤기에게 두 팔을 문지르며 소름돋는다고 진저리쳤었다. 그 때는 그저 오글거리다고만 생각했던 떠오르는 장면 속 민윤기의 말이 내 머릿속에 진하게 떠올랐다. 많이 좋아하지만 항상 옆에 있어서 몰랐다는 말. 책과 연애하는 것처럼 말하던 민윤기의 그 말이 문득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장을 훑듯이 보다가 익숙한 겉모습의 앨범에 지나가던 눈길이 멈췄다. 조심스럽게 꺼낸 앨범의 앞부분에는 내 이름 세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다. 어디있나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쯤인가, 어릴적부터 초등학생때까지의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온 집을 뒤집어 열심히 찾았지만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집 어딘가 있겠지하는 어느새 생각에 찾는것을 관두고 소홀해졌었다. 그 후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 민윤기의 책장에 꽂혀있었다. 내 앨범과 민윤기의 집의 관계에서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그 와중에도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어 앨범을 꺼내어 쇼파에 앉아 그 앨범을 넘겨보았다. 어릴적에는 눈도 크고 참 예뻤는데. 앨범을 넘기면서 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어린아이때부터 유치원생까지의 내 사진이 있었다. 곧 초등학교 졸업사진과 중학교 입학 사진이 나오고 앨범은 거기서 끝나야했다. 엄마가 학창시절 앨범은 따로 만들거라며 더 이상 이 앨범에 사진을 모으지 않았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앨범 속 사진은 끝나지 않았다. 중학교 사진부터 고등학교까지, 심지어는 최근 내 사진까지 그 앨범 속에 들어있었다. 내가 모르는 날 찍은 뒷모습 사진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내 셀카도 있었으며 풍경이 예쁜 곳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도 있었다. 그리고 사진 속 함께 있는 친구도 내가 셀카를 보내준 친구도, 그 예쁜 곳에 함께 간 친구도 단 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지만 꽤나 오래전에 그 한 사람과 찍은 사진이었다. 민윤기가 군대갈 무렵 머리를 자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나의 학창시절 사진 속 늘 함께이던 그 한 사람은 민윤기였다. 언제 다 모았는지도 모를 엄청난 양의 사진에 새삼 나도 잊고 있었던 우리의 추억을 되새길수 있었다. 나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놓은 것이 앨범에는 정성이 가득했다. 앨범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놀랐고 당황스러웠지만 사진을 보다보니 신기하고 좋았으며 나중에는 민윤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나 혼자만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섭섭함을 느낀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민윤기는 어쩌면 나보다도 우리의 추억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앨범 속 사소한 사진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했다. 그 사실에 나는 내 어리석었던 생각과 민윤기를 향한 오해에 대한 끝없는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뭐해? " " ...어, 언제 깼어? " 언제 일어난건지 민윤기가 몸을 어기적대며 방에서 걸어나왔다. 중학교 때 관리의 ㄱ자도 몰라서 자고 일어난 그대로 학교를 오던 그 머리처럼 지금 민윤기의 머리는 잔뜩 부시시했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 조금 전에... 앨범 봤어? " " 응. 야, 이 누나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언제 이렇게 또 앨범까지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채워 넣었냐. " " 정성스럽기는 무슨... 그냥 좀 채운거지. " " 다음부터는 사진 갖고 싶으면 말해. 이 누나가 직접 전해줄게. " 민윤기가 민망하지 않도록 최대한 능청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깨까지 으쓱해가며 태연하게 말을 마친 나는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걸어가 다시 그 앨범을 꽂았다. 민윤기가 만든 앨범이었다. 내 앨범이고 내 사진이었지만 나조차 잊고 지냈던 내 추억과 앨범을 채우며 담았던 민윤기의 추억이 담긴 앨범이다. 차마 그 앨범을 내가 가질 수 없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앨범을 다시 꽂으며 느꼈다. 그 앨범처럼 전부 다,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어졌다. " 자, 먹어봐. " 밥 먹기 싫다는 민윤기를 억지로 식탁에 앉히고 그 앞에 죽을 한 그릇 떠서 내려 놓았다. 먹어보라고 재촉하며 그 앞에 마주 앉는 날 빤히 바라보는 민윤기의 시선에 의심이 가득했다. " 왜 안 먹어? " " ...네가 만들었다고? " " 그렇다니까. " " 너 요리 못 하잖아. " 예리한 새끼. 꼭 이럴 때마저 돌직구를 던진다. 아프다면서 그런건 하나도 영향을 받지 않는건지. 그냥 좀 모른척하고 먹어주면 안되나. " 그래. 못한다, 못해. 그래서 내가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보고 만든거니까 밥알 한 톨도 남기지말고 싹싹 다 먹어라. " 눈을 흘기며 재촉하듯이 말하자 민윤기는 그제야 숟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한 숟가락 죽을 뜬 민윤기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먹으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뭇거리며 한 숟가락 가득 입에 넣던 민윤기는 죽이 생각보다 입에 맞았는지 다행히도 잘 먹어주었다. " 맛있어? " " 생각보다 먹을만하네. " " 그래? 처음 만든건데. 나 은근요리에 소질이 있나. " 맛있다는 말에 밀려오는 뿌듯함에 민윤기의 숟가락을 뺏어 나도 죽을 한 숟가락 듬뿍 떠 먹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러워하자 민윤기는 내 이마에 작게 꿀밤을 먹였다. " 소질은 무슨. 할 줄 아는 요리 몇 개나 된다고. " "ㅊ야, 그래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는 되네요. " " 잘났다. 그 나이 먹고 죽 하나 못 끓이면 되냐. " " 치- 앞으로 배우면 되지! 나도 나중에 요리 배울거야. " 눈을 가늘게 뜨고 민윤기를 노려보며 입 안에 한 가득 죽을 담은 채 오물거리며 말했다. " 빨리 빨리 배워놔. 요리도 제대로 못 하는 여자를 어느 남자가 데려가겠냐. " " 뭔 걱정이야. 너가 데려갈거잖, " 죽을 한 숟가락 더 뜨려고 고개를 숙이고 팔을 뻗은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당황하기는 민윤기도 마찬가지인듯 우리 사이에 작은 미동도 없었다. 할 수 있는건 그저 눈알을 굴리고 마른 침을 삼키는것 뿐이었다. 고개를 숙인채로 어쩌지도 못하고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했다. " 뭐래, 난 결혼은 요리도 잘하고 내조도 잘하는 현모양처랑 할거거든. 꿈 깨라. " 민윤기는 자연스럽게 내 손에서 숟가락을 가져가 내 입 한가득 죽을 떠먹여주었다. 그리고는 별다른 내색없이 다시 그 앞에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딱히 의식하지 않는 듯한 민윤기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내가 눈치를 보고 안절부절 못했다. 나 혼자만 낑낑대는 것 같아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 우연히 시선이 닿은 민윤기의 귀가 터질 듯이 빨개져있었다. 긴장하고 당황했을 때 나오는 민윤기의 특징이었다. 귀가 저렇게 빨개질 정도면 분명히 자기도 엄청 당황하고 놀랐다는건데, 태연한척하기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민윤기는 감정을 숨기는 면에서는 전혀 능숙하지 못한 초보였다. 머리가,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이 도와주지를 않았다. 최근 민윤기를 보며 느낀것은 그동안 민윤기가 표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 같았다. 감춰지지 않아서 조금만 신경쓰고 관심 가졌다면 뻔히 드러나는 것들이었는데, 나는 이제서야 하나 둘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요즘 저는 정신이 1도 없어요ㅠㅠ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실 이번주에는 연재가 힘들 것 같았는데 오늘이 글잡 무료라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간혹가다 독방에서 글잡 추천글에 제 글이 있을때면 진짜 행복해요!!! 늘 부족한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수줍)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밤열한시 / 슙 / 달달 / 초딩입맛 / 설날 꾸탱 / 슙슙 / 넠넠 / 반딥 / 두둥 슈나무 / 윤여 / 깜냥 / 단미 / 남준시 콩 / 자몽 / 계피 / 딸기 / 워킹 (현재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