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무언가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에 나는 놀라서 방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변백현. 엄중히 이름을 호명하지만 안중에도 없다. 내가 너에게 비실거리는 약자라는 건 이미 알고있는 듯 했다. 우쭐댄다고 해서 마른 뼈 잔상을 보지 못할 리 없다. 쏟아진 책들을 품에 주워담으며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깊이와 다르게 손은 제법 묵직해진다. 턱까지 쌓아 올릴 즈음이 되어서야 방바닥이 말끔해졌다. 방바닥에 잔상흔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바닥에 상처 났잖아. 비싼 나문데."
아버지가 꽤 아끼는 축에 속하는 나무 바닥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온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드물었지만, 덜컥 겁이 났다. 나답지 않게. 나는 꽤 용기있는 애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이들 사이에 슈퍼맨이었다. 선두로 나서 피를 내거나, 반을 뒤집거나.
"겁나?"
"아니."
변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순진한 체 물어왔다. 걔는 영악했다. 나는 대답을 할 때 우물쭈물댔다.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 그 애가 이렇게 대답을 추궁할 때면 나는 발가벗겨진 채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짓말이지?"
"아니야."
으하하하하 변백현은 갑자기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조용히 해! 나는 당황해서 방문을 흘기며 입술에 검지를 갖다 붙였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너 지금도 무섭지? 웃어 눈 주변이 벌겋게 물든 변백현은 겨우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변백현 앞에선 겁쟁이었다. 사람의 이면이 이렇게 극과 극일줄이야. 격차에 나조차 웃음이 났다.
"조용히 좀 해. 너 혼자 살아?"
"아-"
웃던 얼굴이 굳어 일그러졌다. 당연했다, 역겨운 냄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변백현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경각심을 내세웠다.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던 눈이 문 앞에 기대서 시건방진 태도로 팔짱을 낀 형태를 훑어보곤 이내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런 변백현의 행동에 기분이 나빴다. 나를 담아야하는 눈에서 악취가 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안녕."
"…뭔데."
"나 도경수 친구."
그 새끼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변백현을 쳐다보았다. 나는 주먹에 힘을 줬다. 금방이라도 전쟁을 선포할 수 있게
"너는 박찬열이지?"
치미는 화가 급격히 꺾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놀란 눈으로 변백현을 쳐다보지만, 변백현는 내게 관심 조차 없었다. 나른한 목소리가 벌 마냥 작은 방을 윙윙거린다.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이유를 설명한다.
"방에 있다가 들었어."
코에 벌 쏘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1
마음에 안든다.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다. 졸린 눈을 잔뜩 비볐다. 충혈이 돼 따가웠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도경수 친구 새끼인지 뭔지. 꼭 저 같은 거만 데리고 온다. 재수 없고 방정맞고 제멋대로인 것. 손바닥이 찌그러진 이마를 꾹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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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질투함